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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탈하면서도 경건하게

《논어》, 공자_제6편 옹야(雍也) 1.

by 안현진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옹은 임금 노릇을 맡길 만하다."

중궁이 자상백자에 대하여 여쭙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괜찮지, 소탈한 사람이니까." 중궁이 말하였다. "항상 경건하면서도 행동할 때는 소탈한 자세로 백성들을 대한다면 또한 괜찮지 않습니까? 항상 소탈하면서 행동에 옮길 때도 소탈하다면 지나치게 소탈한 것이 아닙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네 말이 옳구나."


-《논어》, 공자_제6편 옹야(雍也) 1.



평소와 같이 일어나 노트북 앞에 앉았다.

멍하다.

지금 조금이라도 해야 하는데… 조바심만 인다.

이상하다. 왜 이러지.

그러다 그냥 침대로 돌아왔다.

곧 출근 준비하러 일어날 남편과 산불 진행 상황에 대해 이야기했다.

며칠 전 새벽에도 산불 진화를 했었는데, 왜 이렇게 자주 산불이 나는 걸까.

밤새 고생하고 있을 동료들이 아직 진화 작업 중이라 일찍 출근한다고 한다.

그때 아이들이 하나 둘 일어나 방으로, 침대로 올라온다.

평일에는 깨워야 일어나는 녀석들이 주말엔 더 일찍 스스로 일어나다니.


아침 대용으로 떡, 숭늉, 딸기, 케이크 조각을 내주었다.

설거지도 미루고 싶고, 어질러진 바닥도 눈에 밟히는데 지금 치우고 싶지 않다.

아침부터 왜 이럴까.

주말이라 늘어지는 건가.

9시, 평일이라면 은서를 데려다주고 혼자 있을 시간이었다.

오늘은 세 아이들 소리로 시끌벅적하다.

로봇청소기가 돌아가고 있어야 할 거실은 조금만 치우면 깨끗해질 것 같다.

안 되겠다.

씻는 것부터 해야겠다.

개운하게 샤워하고 얼굴에 선크림과 비비까지 조금 발랐다.

세탁기 돌리고, 설거지하며 후다닥 부엌을 정리했다.

청소기를 눌러놓은 뒤 재빠르게 물건을 치웠다.

거실 의자를 책상 위로 올리고 그 밑을 청소기가 지나간다.


윤우는 자기 할 일을 하며 일찍이 오늘 루틴을 끝내놓는다.

그리고 친구와 축구하러 갈 생각에 신나 있다.

은서는 떡을 오물거리며 책 읽어 달라고 찾아온다.

분리수거를 하고 다이소와 마트에 갔다 온 선우가 돌아올 즈음 집이 깨끗해졌다.

윤우가 나간 집은 조용해졌다.

거실에 틀어놓은 잔잔한 음악과 책 소리, 말소리만 들려온다.


주말의 나는 평일과 다르지 않지만 마음만은 조금 더 여유를 가져 본다.

늘어지는 게 아닌 일상의 균형을 맞춰간다.

카풀로 출근 중인 남편에게 아침에 찾던 이어폰을 찾았다고 사진 찍어 보냈다.

오늘 고생하겠다고 걱정하니 구급 대원인 남편은 직접 진화보다는 주택 방어만 할 건가 보다.

그래서 내가 말했다.

[우리 집 방어는 나와 아이들이 하고 있을게요]

한참 뒤에도 답이 없는 걸 보니 곧바로 현장으로 갔나 보다.

남편은 직장에서, 나와 아이들은 집에서 각자의 주말을 잘 보내기로 한다.

소탈하면서도, 경건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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