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공자_제6편 옹야(雍也) 6.
계강자가 여쭈었다. "중유는 정치를 시킬 만합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유는 과단성이 있으니 정치를 하는 데 무슨 어려움이 있겠습니까?"
"사는 정치를 시킬 만합니까?"
"사는 세상사에 밝으니 정치를 하는 데 무슨 어려움이 있겠습니까?"
"구는 정치를 시킬 만합니까?"
"구는 재주가 있으니 정치를 하는 데 무슨 어려움이 있겠습니까?"
-《논어》, 공자_제6편 옹야(雍也) 6.
정치를 하는 데는 결단력, 통찰력, 재능이 있어야 한다고 공자는 말했다.
단순히 된다, 안 된다가 아닌 제자들의 장점을 하나씩 짚어가며 말하는 게 인상적이다.
은서와 남편이 일찍 잠든 밤.
나는 선우, 윤우와 거실에 앉아 있었다.
축구 교실을 갔다 와서 저녁이 늦기도 했지만 듣고 싶은 이야기와 궁금한 게 많았다.
일기 쓰는 아들과 코딩하는 아들 옆에서 계속 질문을 던졌다.
아이들 생각과 이야기가 듣고 싶었다.
배우는데 적극적인 첫째와 시작은 소극적이지만 막상 하면 재밌게 하는 둘째.
방과 후 축구 수업을 하면서 둘째는 축구를 잘하고 좋아했다.
첫째는 잘하지는 못하지만 재밌어했고, 잘하고 싶어 했다.
그래서 방과 후 수업 외에도 축구 교실에 가고 싶다고, 보내달라고 한 것도 선우였다.
오히려 윤우가 안 가겠다고 해서 의외였다.
체험 수업 한 번만 갔다 와서 결정하자고 둘을 보냈더니 그날로 바로 등록할 만큼 재밌어했다.
하지만 아이들이 원래 가고 싶어 했던 축구 교실은 방과 후 선생님이 가르치는 FC였다.
학교 학생들도 많이 다니고, 선생님도 좋았기에 처음부터 가고 싶어 했었는데 자리가 없었다.
그래도 축구를 더 배우고 싶었던 선우가 다른 FC라도 가고 싶다고 해서 알아보고 보내게 된 거였다.
윤우는 방과 후 수업이든 축구 교실이든 어디서든 골을 넣고 선우는 수비 포지션이다.
이상하게 어제는 아이들이 축구하는 걸 직접 보고 싶더라니, 어떤 변화가 있으려고 그랬나 보다.
수업을 끝내고 아이들을 보러 운동장에 갔다.
벤치에 앉아서 경기를 보고 있는데 윤우가 두 골을 넣는다.
환호를 받는 아들이 대견하기도 하고 멋있었다.
수업 후 윤우는 곧바로 오지도 않고, 선우만 내게 찾아왔다.
선생님네 FC에 가고 싶다고, 두 자리가 남았다고 조르기 시작한다.
저번부터 말했었는데 조금 더 생각해 보자 하며 미뤘었다.
어제는 더욱 간절하게 계속 말한다.
온통 축구 생각뿐인지 뭘 물어도 동문서답으로 축구 교실에 대한 답을 했다.
집에 와서 선생님께 문의 문자를 보내고 통화를 하게 됐다.
윤우 얘기를 하시며 전국 선수 대회에 보내보고 싶다고 했다.
체험 수업은 1회 무료이니 시간이 되면 오늘 데려가 보겠다고 했다.
아이들이 어떤 답을 가져올까 궁금해하며 기다렸다.
결과는 또 의외였다.
그렇게 가고 싶어서 애 태우던 선우는 원래 다니던 FC에 그대로 가겠다고 한다.
방과 후 선생님과 친구들은 학교에서 계속 볼 수 있지만 다니던 FC 코치님과 친구들은 끊으면 못 보기 때문이란다.
7단계까지 갔다가 다시 새로운 버전으로 1단계부터 시작하고 있는 선우는 로봇 과학도 계속 다니겠다고 했다.
반면 윤우는 미련 없이 옮기겠다 했고, 로봇 과학을 끊는 것도 괜찮아했다.
5단계까지 가봤으니 괜찮다며 오히려 그만두는 것에 홀가분해 보였다.
변화의 시작을 가져온 건 선우였지만 변화가 생긴 것은 윤우뿐이었다.
둘의 생각을 찬찬히 들으면서 아쉬움은 없는지, 어떤 마음인지 이해해 보려고 했다.
앞서서 남편과도 아이들의 축구, 선생님과의 대화, 다른 운동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었다.
아이들이 하고 싶어 하면 하게 해 주자로 결론이 나왔다.
성향도 성격도 다른 연년생 아들 둘을 키우며 나도 점점 학부모가 되어 간다.
공자가 제자들의 장단점을 알고 말하듯이 나도 아이들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더 나은 길을 늘 고민한다.
억지로 끌고 가는 게 아니라, 아이가 원하는 걸 존중하면서도 방향을 함께 고민하는 과정이 즐겁다.
아이들이 스스로 선택하고 성장해 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 그것이 부모인 나에게도 배움의 시간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