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공자_제6편 옹야(雍也) 7.
계손씨가 민자건을 비의 읍장으로 삼으려 하자, 민자건이 말하였다. “저를 위해 잘 좀 사양해 주십시오. 만약 다시 저를 찾는 일이 있다면 저는 분명히 문수 가에 가 있을 겁니다.”
-《논어》, 공자_제6편 옹야(雍也) 7.
차선책을 선택하면 계속 미련을 둔다.
중학교 2학년 때 첫 핸드폰이 생겼다.
처음에는 핸드폰이 생긴다는 것 자체가 기뻐서 취향이 어떻고 할 것도 없었다.
스마트폰처럼 한정된 디자인과 색깔이 나오는 게 아니었기에 선택 폭이 넓었다.
그 안에서 점점 나만의 취향이 생겨났다.
색깔은 무조건 분홍색 아니면 흰색, 크기는 작을 것, 디자인은 각진 것보다 둥근 것.
최신 폰이고 기능이 좋고 하는 건 관심 없었다.
전화, 문자만 잘 되면 나머지는 디자인에 관한 만족감이었다.
다른 전자기기들도 그랬다.
이 물건을 내가 선택했다는 주도성과 만족감이 들지 않으면 오래 쓰지 못했다.
돌아돌아 처음 생각했던 것을 쓰게 될 때도 많았다.
매일 쓰고 자주 쓰는 물건일수록 나의 만족감이 중요했다.
운동도 이것저것 새로 배우는 것보다 하나를 정하면 그것만 한다.
운동은 내게 재미라기보다 해야 하는 일에 더 가까워서다.
재미를 느끼고 오래 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선택 사항은 있었지만 시작하고 계속할 수 있어야 했다.
하는 일은 더욱 중요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벗어나고 싶지 않아 끝없이 묻고 답했다.
넌 뭘 좋아하니? 뭘 하고 싶니? 뭘 잘할 수 있어? 어떻게 살고 싶니?
이 물음에 대한 답을 내오며 한 걸음씩 내디뎌온 길이 지금이다.
관심 분야가 넓지 않지만 한 우물만 파는 편이다.
익숙하고 잘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리지만 꾸준히 한다.
나에 대해 잘 알고, 스스로 묻고 답한 끝에 선택한 일이기에 언젠간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다.
다른 길을 기웃거리기보다 내가 선택한 길을 믿고 간다.
처음에는 안개 낀 듯 뿌옇던 길이 계속 걸어가다 보면 선명하게 길이 보일 때가 온다.
나만의 방식으로 쌓아온 시간들은 나에게 확신을 준다.
무엇보다 지금 행복하니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