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공자_제6편 옹야(雍也) 8.
백우가 병을 앓자 공자께서 문병을 가시어, 창문 너머로 그의 손을 잡고 말씀하셨다. "이럴 리가 없는데, 운명이란 말인가! 이런 사람에게 이런 병이 들다니! 이런 사람에게 이런 병이 들다니!"
-《논어》, 공자_제6편 옹야(雍也) 8.
최근 주위에서 아팠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먼저 얘기해 주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거다.
바로 얼마 전까지 큰 수술을 받았거나 걷지 못해 휠체어를 타기도 했었다고 덤덤하게 웃으며 말한다.
병원에서 처음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얼마나 놀랐을까, 치료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무섭고 불안했을까,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들 마음은 어땠을까 생각하니 쉽게 말이 나오지 않았다.
지금의 일상으로 돌아오기까지 보냈을 시간, 돌아오기 위해 애썼을 마음들을 짐작만 해볼 뿐이었다.
긴 겨울이 끝나고 따뜻한 봄을 맞이할 시기에 전국 곳곳에서 대형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
남편이 근무하는 지역이 올해 첫 대형 산불 지역이 되었다.
강풍에 불길은 쉽게 잡히지 않고, 집과 목숨을 잃은 사람들이 늘어났다.
이게 무슨 일이지 싶을 만큼 순식간에 일어난 재난 상황.
주위에서 오는 연락들에 나도 조금씩 실감 났다.
정서방 왔어? 선배 괜찮아? 걱정돼서 연락했는데 답장이 없어 안부를 여쭈어요 등등 남편의 안부를 묻는 연락이 계속 왔었다.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데려오며 따뜻해진 날씨를 느끼고, 꽃이 피는 나무에 눈길이 머무르면서도 이내 거두고 만다.
하루아침에 평범했던 일상을 빼앗긴 사람들이 떠오르면서 봄을 느끼기에 미안했다.
남편과 둘이 마주 앉아 점심을 먹었다.
밥 먹으면서도 핸드폰에서 오는 연락, 기사들에 눈을 못 떼던 남편이 다 먹고 고개를 든다.
거실 창 너머로 목련과 벚꽃이 핀 걸 보았다.
"아, 꽃이 피었네… 꽃 피는 것도 모르고 정신없이 시간이 지났네."
불은 아직도 완전히 꺼지지 않았다.
꺼졌다 해도 산불에 집을 잃은 이들이 돌아갈 집이 없어졌다.
여러 단체에서 산불 재해 이재민들과 구호 작업을 펼치고 있는 이들을 위해 모금 중이다.
나도 적은 돈이지만 마음을 보태었다.
"삶의 터전은 잃었지만 삶은 계속되어야 합니다"라는 문구처럼 일상을 되찾게 되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