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공자_제6편 옹야(雍也) 9.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어질도다, 회여! 한 그릇의 밥과 한 표주박의 물을 가지고 누추한 거리에 살고 있으니, 보통 사람들이라면 그런 근심을 견뎌내지 못하겠지만, 회는 그 즐거움이 변치 않는구나. 어질도다, 회여!"
-《논어》, 공자_제6편 옹야(雍也) 9.
아침 알람이 울렸다.
일어나야 하는데… 하다가 계속 자버렸다.
아이들보다 조금이라도 일찍 일어나야 하루 계획도 세우고, 아침도 챙기는데 남편 출근길도 못 보고 자버렸다.
하나 둘 일어나는 아이들은 알아서 죠리퐁에 우유를 타 먹었다.
장판이 식고, 불도 낮게 한쪽만 올라가 있어서 추웠다.
지난 월요일 아침부터 목에 담이 왔었다.
낫는가 싶으면 다음날 아침 또 아프고, 또 아프고… 완전히 낫지 않고 이어졌다.
어젯밤, 이번에야말로 다 나을 건가 보다 싶었더니 오늘 아침은 더 아프다.
요가 등록 해놓고 한 번도 못 갔다.
하루 계획도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데 살면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내 마음대로 척척 될 리가.
그런데도 다시 계획을 세우고, 어떻게 살 건지 생각한다.
계획이라도 세우니 내가 뭘 원하는지 알고, 뭘 못했는지 알 수 있다.
조금 늦더라도 생각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처음 계획대로는 아니어도 비슷하게라도 갈 수 있다.
목에 온 담은 언젠가 풀릴 것이고, 요가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등록해 놓은 것부터가 시작점을 마련해 둔 것이니 예상치 못한 이유로 조금 늦어지면 어떤가.
하루 계획도 오늘 못하면 내일로, 이번 주 안으로 조정해 가며 어떻게든 끝내면 된다.
안회에게 배움이 포기할 수 없는 즐거움이라면 내게는 일상을 기록하고 계획한 대로 하루를 살아가는 보람이 즐거움이다.
아이들을 보다 보면, 오늘처럼 늦게 일어나다 보면… ‘어쩌다 보면’이라는 핑계 아닌 핑계가 꽤 자주 붙는다.
하지만 그 이유들 안에서 나는 살아가고, 기쁨과 슬픔, 화, 허무, 보람 등을 느낀다.
그 이유들을 들여다보고, 기록하는 것이 내게는 큰 기쁨이다.
비록 온갖 감정이 버무려있는 이유일지라도 말이다.
오빠들은 나갔다 들어왔다 자유롭게 다니는데 딸은 내 곁만 맴돈다.
함께 청소하고, 간식 먹고, 책 보는 내내 쉴 새 없이 말하고 웃는다.
그런 딸을 보고 나도 웃는다.
계획대로 살아지지 않는 하루지만 그 계획보다 더 중요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거북이처럼 느리더라도 멈추지 않고 가면 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내가 꿈꾸던 종착점에 도착해 있을 것이다.
우리 인생은 직선이 아니라 둘레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