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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장 너머에서 들려온 배움

《논어》, 공자_제7편 술이(述而) 2.

by 안현진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묵묵히 마음속에 새겨 두고, 배움에 싫증내지 않으며, 남을 가르치기를 게을리하지 않는 것, 이 셋 중 어나 하나인들 내가 제대로 하는 것이 있겠는가?”


-《논어》, 공자_제7편 술이(述而) 2.



아들의 축구 경기를 보면서 배움에 대해 생각했다.

학교 안에서는 골도 자주 넣고 잘한다는 얘기를 들을지 몰라도 축구 교실에서는 또 달랐다.

둘째도 비슷한 얘기를 한 적 있었다.

방과 후 축구할 때는 잘해도 FC에서는 못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나는 속으로 '자기 실력을 알고 겸손해졌구나, 기특하다'라는 생각을 했는데 남편은 다른 반응이었다.

"자기가 부족한 걸 알면 더 열심히 할 생각 해야지, 못한다고에 머물러 있으면 돼?"

그것도 맞는 말이었다.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알고,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많은 무리 속에서 겸손해지되 배우려고 계속 나아가는 것까지 해야 성장이 있다.


어제 축구 경기를 보면서 또 한 번 넓은 세계를 경험했다.

처음에는 윤우가 우왕좌왕하고 실수도 여러 번 보였다.

후반전에 교체되기도 했다.

남편은 체력이 안 되고 못하면 교체해야 한다고 했고, 나는 해맑게 벤치에 앉아 있는 아들이 조금 짠했다.

쉬는 시간 동안 아빠에게 여러 코칭을 듣더니 두 번째 경기에서 달라졌다.

"18번은 악착같이 따라붙는다! 끝까지 한다!"는 말이 들려오기도 했다.

코치, 감독님이 아이들의 강점을 보고 포지션을 주는 것일 테니 윤우가 그저 제 자리에서 맡은 역할을 잘 해내주기만 바랬다.

나는 이쪽저쪽에서 코치하는 목소리에 점점 나아지고 열심히 뛰는 아들만 눈으로 좇았다.

더운 햇볕 아래, 넓은 운동장을 쉼 없이 뛰는 아들 모습에 울컥한 것도 그래서였나 보다.


세 아이는 뒤에서 모두 쓰러져 잠들고, 돌아오는 길에 남편과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남편도 자신의 자아가 뛰고 있는 것 같아서 뭉클하기도 하고 소름 돋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더니 자신도 영어 공부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한다.

끝까지 뛰던 아들 모습을 보고 남편도 뭔가 느끼고 배운 것이다.


"묵묵히 마음속에 새겨 두고, 배움에 싫증 내지 않으며, 남을 가르치기를 게을리하지 않는 것, 이 셋 중 어느 하나인들 내가 제대로 하는 것이 있겠는가?"

오늘 공자님 말씀처럼 내가 보고 듣고 느낀 것을 묵묵히 마음속에 새겨 두고, 내 것으로 배움을 체화시키고, 나를 가르치기를 게을리하지 않기.

엄마로서, 선생님으로서,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

아들의 축구를 보면서 내가 느낀 작지만 깊은 배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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