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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가루가 남긴 계절의 메모

《논어》, 공자_제7편 술이(述而) 8.

by 안현진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배우려는 열의가 없으면 이끌어 주지 않고, 표현하려고 애쓰지 않으면 일깨워 주지 않으며, 한 모퉁이를 들어 보였을 때 나머지 세 모퉁이를 미루어 알지 못하면 반복해서 가르쳐 주지 않는다.”


-《논어》, 공자_제7편 술이(述而) 8.



햇살도 따사롭고 바람도 시원해 창문을 열어놓았다.

어두워지면 닫더라도 낮에는 부엌과 베란다에 조금 열어서 안으로 바람이 들어오게 해 두었다.

거실 식탁을 닦았는데 노란 가루가 조금 묻어 나왔다.

아, 맞다! 소나무 꽃가루!

거실 식탁까지 묻을 정도면 다른 곳에는 꽤 많이 묻었겠다.

해마다 이맘때 소나무 꽃가루가 날린다는 걸 왜 잊었는지 모르겠다.

며칠 열어둔 창문으로 인해 몸이 부지런을 떨어야 했다.


매해 돌아오는 일인데도 잊고 있던 일을 꽃가루가 말없이 알려준다.

다시 닦은 책상 위에 햇살이 내려앉는다.

꼭꼭 닫아둔 창문이 아쉽지만 이 시기가 지나면 다시 열 수 있을 것이다.

봄이라는 한 모퉁이를 보았을 때, 그에 따라오는 세 모퉁이를 종종 잊는다.

식탁 위 작은 흔적에도 배움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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