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은 늘 그 자리에 있다

《논어》, 공자_제7편 술이(述而) 17.

by 안현진

공자께서 평소에 늘 말씀하시는 것은 『시경』, 『서경』과 예(禮)를 실천하는 것이었으며, 모두 늘 말씀하셨다.


-《논어》, 공자_제7편 술이(述而) 17.



"혹시 그 책 읽어 봤어? 《스토너》?"

"아...! 그거 제가 너무 좋아하는 책이에요~ 몇 년 전에 읽었거든요. 별 내용은 없는데, 잔잔하게 한 사람의 인생을 따라 이야기가 흘러가는데… 좋았어요!"


《스토너》는 손에 꼽게 좋아하는 책이다.

그 책을 처음 읽던 날의 감정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기분이 엉망진창인 날이었다.

그 주에 주문한 책들 중 무엇을 읽을까 뒤적거리다 《스토너》를 골랐다.

단조로운 한 사람의 인생 이야기가 왜 이렇게 흥미롭지 하며 읽어나갔다.

100여 페이지를 읽고 나니 눈이 뻑뻑해져 책을 덮었다.

누워서도 책 생각이 났다.

다음 날, 놀이터에서 아이들과 시간 보낼 때도 씻기고 밥 챙기는 중간중간에도 책을 펼쳤다.

네 살, 다섯 살 아들과 24시간 부대끼며 날마다 체력과 정신의 한계선을 넘나들 때였다.

그때 만난 《스토너》는 정신적 오아시스였다.


《스토너》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눈을 초롱거리고, 주위에 추천하면서도 두 번 읽기가 안 되었다.

처음 읽었을 때의 감정을 그대로 간직하고 싶었다.

최근 베스트셀러 칸에 꽂혀 있는 《스토너》를 보고 반가웠다.

훌륭한 작품은 언제든 다시 떠오른다.


오늘 작은 형님이 《스토너》를 읽어보았냐고 물었다.

속에 있는 감정이 말로 표현이 잘 안 되었다.

'나는 그 책을 좋아한다면서 왜 이렇게밖에 말하지 못할까, 그 책을 온전히 느꼈다 할 수 있나?' 의문이 들었다.

6년이 흐른 지금, 다시 읽으면 무엇을 느끼게 될까.

보석 같은 작품을 찾았다는 환희는 없겠지만 지금의 내가 느낄 또 다른 문장이 있을 것이다.


이제는 다시 읽어보고 싶다.

그 당시, 다시 일상을 살아갈 힘을 주었던 책이 지금은 어떤 감정을 느끼게 해 줄지 찾아보고 싶어졌다.

고전은 늘 우리 곁에 있다.

그것을 읽는 우리가 달라져 있을 뿐이다.

그래서 다시 읽고 싶다.

그 책이, 또 한 번 나에게 어떻게 말을 걸어올지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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