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마지막 날

《논어》, 공자_제7편 술이(述而) 18.

by 안현진

섭공이 자로에게 공자에 대하여 물었는데 자로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 말을 듣고)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어째서 '그의 사람됨은 무언가에 의욕이 생기면 먹는 것도 잊고, 도를 즐기느라 근심을 잊어, 늙음이 곧 다가오는 것도 알지 못한다'고 말하지 않았느냐?"


-《논어》, 공자_제7편 술이(述而) 18.



긴 연휴의 마지막 날이다.

5월 5일이 석가탄신일과 겹치면서 휴일이 하루 더 생겼다.

떡집 일을 돕다 보니 어린이날보다 석가탄신일에 더 가깝게 느껴졌다.

막내는 어려서 어린이날을 잘 모르고, 첫째와 둘째는 조금 컸다고 그런지 선물을 찾지 않았다.

시내, 식당, 마트 어딜 가나 사람이 많았다.

북적였다 조용해지는 연휴 마지막 날.

길었던 연휴만큼 몸과 마음도 늘어진다.


집중이 되지 않은 채 노트북 앞에 앉아 있었다.

홀린 듯 당일 쓱배송에 이것저것 담았다.

계좌로 결제하려는데 오류가 떴다.

12시 전에 주문해야 오후에 받을 수 있는데, 5분밖에 안 남았는데, 결제만 하면 되는데… 마음이 급했다.

카드를 등록하고 본인 인증을 하려는데 휴대폰 인증에서 멈칫했다.

결제를 취소하고 쓱닷컴 화면도 껐다.

그 대신 다른 통신사 알뜰폰 유심을 구매했다.


비가 와서 쌀쌀해졌다.

추우니 자꾸 이불속으로 들어가고 싶다.

'이것만 해놓고' 하며 계속 미루고 있다.

아들 둘은 각자 다른 곳으로 외출하고, 딸만 집에 있다. 주위를 맴돌며 혼잣말을 하고, 내게 말을 걸고, 웃는다.

생각하면 불안하고 걱정인 일들도 아이의 해맑은 웃음에 사르르 녹는다.

걱정하고 있을 시간에 내 일을 하면 된다.

그러면 실체 없는 불안한 감정도 옅어진다.

연휴 마지막 날, 내 일을 하며 마음을 가다듬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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