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작은 습관은?
매일 아침, 윤우가 까치 머리를 하고선 안방으로 들어온다.
"윤우~ 잘 잤어?"
"응. 좋은 꿈 꿨어."
은서가 맘마를 먹고 침대에서 막 잠든 참이었다.
"은서 은서 ~~~~"
동생을 보더니 얼굴을 가까이 대고 옆에 눕는다.
2주 동안 아이들을 못 보고 조리원에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지정 보호자 1인 외에는 출입이 아예 안되었다.
은서와 집에 돌아온 날.
선우, 윤우가 너무 크게 느껴졌다.
선우보다 윤우가 더 큼직큼직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윤우 얼굴이 이렇게 컸었나?
발 큰 건 알고 있었지만 더 커 보이네?
우리 집에서 제일 큰 사람이 될 것 같다.
오전 10시. 온라인으로 글쓰기 수업이 있었다.
2시간 동안 자극 팍팍 받으며 즐겁게 들었다.
그동안 남편이 은서를 보고 있었다.
조용히 아이 방문을 열어보니 남편은 자고 은서는 공갈젖꼭지가 빠진 채 버둥거리고 있었다.
물고 자다가 빠져서 일어났나 보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휴대폰을 가지러 뛰어갔다.
다시 와보니 그새 잠들어있다.
은서는 잘 웃는다.
특히 기저귀 갈아줄 때마다 방긋방긋 웃는다.
아기는 그냥 있어도 예쁜데 웃으면 더 예쁘다.
저절로 따라 웃게 된다.
매일 <따뜻한 하루>에서 좋은 글이 메일로 온다.
오늘 받은 내용은 "작은 습관이 큰 변화를 만든다!"라는 이야기였다.
미국의 인기 있는 작가이자 유명한 여성 잡지 '레이디스 홈 저널'의 편집장 에드워드 윌리엄 보크 이야기다.
6살에 네덜란드에서 미국으로 이민 올 때 할아버지가 해 준 충고가 있다.
"나는 네게 일러주고 싶은 말 한마디가 있다.
이제부터 너는 어디로 가든지 네가 그곳에 있기 때문에
그곳이 무슨 모양으로라도 보다 더 나아지게 하기를 힘써라."
그는 할아버지의 충고대로 충실히 살았다.
신문을 팔 때도 손님들이 불쾌하지 않도록 매일 길거리를 깨끗이 청소했다.
출판사에 취직해서도 자신의 주변을 좋게 만드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다고 한다.
주변 정리하는 작은 습관이 성실함이라는 큰 변화를 가져왔다.
그 성실함 덕분에 그의 인생도 크게 바뀌었다.
글을 읽으면서 내가 가진 좋은 습관은 뭐가 있을까 생각해 봤다.
아침마다 물통과 여분 마스크를 아이들 가방에 넣어준다.
집에 돌아오면 물통을 씻어 놓으려고 가방을 열어본다.
한 달 식단표, 간식표, 아이 활동 안내표 같은 안내문이 들어 있을 때가 있다.
엊그제는 자가 격리한 2주 동안 아이들이 어떤 놀이를 했는지 놀이 활동지를 작성하는 게 들어 있었다.
출석 자료로 이용된다고 원격 수업 자료 참고안을 이용해 써달라고 되어 있었다.
뭐하고 놀았더라. 휴대폰 앨범을 열어 사진을 찾아가며 적었다.
두 장 다 적어 갈 때쯤 남편이 방에 들어왔다.
"선배! 이것 봐요- 애들 놀이 활동지 다 적었어요!"
"오오. 많이 적었네!"
"근데 여기 원격 수업 자료 참고해서 적어 달라는데 이렇게 적는 게 맞나 모르겠어요..."
"아. 그럼 그거 보고 적어야 할걸??"
앗. 이미 다 적었는데... 원격 수업 자료는 어디서 보는 거지?
홈페이지 들어가도 안 보이길래 포스트잇으로 메모를 남겨뒀다.
잘못 적었으면 새 종이 다시 넣어주시겠지...
선생님- 안녕하세요.
놀이 활동지를 적었는데 이렇게 쓰는 게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니라면 새 종이 한 장 더 넣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원격 수업 자료 참고안은 어디서 볼 수 있을까요? ^^
남편이 아이들을 데리러 간 시각. 선우반 선생님에게 전화가 왔다.
"선우 어머님~ 놀이 활동지 잘 받았습니다. 집에 아기도 있는데 언제 이렇게 꼼꼼하게 기록을 해놓으셨어요~
너무 잘 적어주셨네요!! 100점 만점에 100점입니다!"
"아. 그렇게 적으면 되는 건가요^^"
"네에~ 맞습니다 맞습니다!"
100점 만점에 100점!
아이들 선생님에게 칭찬받았다 ^^ ;;
잠시 뒤 윤우반 선생님에게 장문의 문자가 왔다.
놀이 활동지 이야기와 윤우가 잘 적응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동안 가정에서 따뜻한 보살핌 덕분에
티 없이 맑은 아이 같은 순수함이 묻어나며
정말 귀엽고 사랑스럽습니다
이 말이 자꾸 맴돌았다.
티 없이 맑은 아이 -
윤우가 장난치고 우스꽝스러운 몸짓을 할 때마다 남편이랑 이 말을 하며 웃었다.
뭔가 쓰는 란이 있으면 작은 거라도 꼼꼼히 적는 습관이 있다.
어릴 때부터 쓰는 거 자체가 재밌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받아쓰기 시험 본다고 하면 그 전날 엄마랑 국어 교과서 펴고 연습을 했다.
100점, 90점이 대부분이었다.
점수를 잘 받는 것도 좋았지만 엄마와 받아쓰기 연습하던 시간이 더 좋았다.
초등학교 3학년 때, 같은 아파트 사는 친구들 4명이 모여서 글쓰기 수업을 받았다.
그때 배운 독후감 쓰기, 원고지 쓰는 법은 아직도 기억난다.
칭찬 스티커가 나무 모양에 꽉 차면 선생님이 뒷면에 손 편지를 쓰고 코팅을 해서 선물과 함께 주었다.
선물은 무엇인지 기억에 안 남는데 선생님의 손편지와 코팅된 칭찬 스티커 나무는 선명하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 찾는대서 교무실로 갔다.
방과 후 교내 백일장에 반 친구 대신 급히 대타로 나가게 되었다.
주제는 가을이었다. 가을 농번기가 되면 온 가족이 할아버지 논에 일하러 갔었다.
그때 큰아빠네 가족, 고모네 가족까지 다 모여서 일했다.
어른들은 일하고 아이들은 논두렁에서 뛰어놀았다.
그때의 기억을 살려서 시를 썼다.
월요일 아침, 운동장 전교 시간에 내 이름이 불렸다.
무려 장원이었다.
이것 말고도 글쓰기와 관련된 소소한 추억들이 많이 있다.
그렇게 열심히 안 해도 돼 -
대충 해 -
그런 것도 해?
하는 일을 즐겁고 성실히 했을 때, 좋은 일이 일어났다.
어렸을 때부터 쌓인 쓰기와 관련된 작은 습관이
어른이 되어서 글도 쓰고 책도 펴낸 작가가 되게 해준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이게 큰 변화다.
글쓰기와 관련 없는 간호학과에 가서도 교지편집부에 들고
결혼을 하고 육아를 하면서도 계속 글을 쓰고 있다.
아이들 모습을 찍고 기록하는 게 재밌다.
앞으로도 계속 쓰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