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잠든 후 찾아오는 감정

어릴 때와 지금이 다른 이유

by 안현진


시계를 보니 11시 30분이다.

아이 셋 중 선우가 제일 늦게 잠이 들었다.

스탠드를 끄고 문을 닫은 후 안방으로 돌아왔다.

은서도 잘 자고 있다.

책상에 앉아 낮에 읽던 책을 펼쳤다.

이상한 떨림이 느껴진다.

'뭐지, 이 감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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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까지 잠들지 않으면 어서 자라는 무언의 압박으로 아이 방을 나오기도 한다.

조금만 있다가 다시 가보면 자고 있다.

선우를 재우려고 2층 침대에 누워서 등도 쓰다듬고 발도 주물러주었다.

그러는 동안 선우는 유치원에서 있었던 일들을 하나씩 얘기한다.

윤우반 아이가 와서 장난친 일, 친구가 선생님에게 혼난 일, 점심시간이 되어서야 온 친구 이야기, 자석 블록으로 로봇을 만들어 전시해둔 일 …

끊임없이 말한다. 바로 잠이 오지 않는 모양이다.

시간은 늦어지고 아침에 힘들게 일어날 아이 생각하니 어서 재워야겠다는 생각이 앞선다.

내가 있어서 그런가. 선우에게 잘 자라는 인사를 하고 먼저 나왔다.


잠들지 않고 혼자 누워 있을 선우가 마음에 걸린다.

은서를 침대에 눕히고 다시 가봐야겠다 싶은 찰나 선우가 나온다.


낮에 다 돌아간 빨래를 그 밤에서야 꺼냈다.

더 미루면 안 되겠다 싶어 옷을 꺼내 아이 방으로 갔다.

선우는 스파이더맨 책을 가져오고 나는 옆에서 빨래를 개었다.

책을 보며 스파이더맨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빨래를 다 개고 옷장에 넣고 있으니 2층으로 올라간다. 잔다.

내일 입을 아이들 옷을 챙겨 놓고 스탠드를 끄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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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으로 돌아와 혼자 책상에 앉아 있으니 묘한 감정이 느껴진다.

예전처럼 단순히 '야호! 애들 잔다! 이젠 내 시간이다!' 하는 흥분과 다르다.

조금 허무하기도 하고 외롭기도 하고 초조하기도 하다.

뭐라 딱 정의 내리기 힘든 감정이다.

일기장에 이런 이야기를 쓰다 보니 왜 그런지 조금씩 감이 온다.


24시간 함께 있던 아이들이 올해 3월부터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없는 낮 시간이 처음으로 내게 주어졌다.

몸도 편하고 내 시간이 생겼다는 게 좋으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비어진 것 같다.

4시에 아이들을 데리러 가고 집에 돌아와 이것저것 하다 보면 금방 잘 시간이다.

윤우는 잠을 못 이기기에 소리 없이 잠들어버린다.

선우는 잠을 이겨 내려는 아이이기에 늦게까지 시간을 보내다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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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두 아들이 잠든 후에 찾아오던 설렘, 흥분, 신남이 느껴지지 않는다.

달라졌다.

다시 오지 않을 시간 속으로 달려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흘러가는 시간이 아쉽다.

아이들은 커가고 나는 커가는 아이들 모습이 아쉬워 자꾸만 붙잡고 싶어 진다.

잘해준 것보다 못해준 것만 더 기억난다.

아이들이 잠든 후 찾아오는 이 감정도 거기서부터 오는 것 같다.


귀여운 은서를 보면서 요만했던 선우, 윤우 모습이 생각난다.

벌써부터 이러면 어쩌나.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되면 대성통곡하겠다.

크는 아이 보면서 자꾸 지나간 시간만 붙들고 있는 것도 안될 일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덜 후회하게끔 지금,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잘 들어주고 공감해 주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

그리고 나에게서 떠난 아이들의 빈자리가 너무 크게 남아 있지 않도록 내 마음도 내가 잘 보살펴주기.


세 아이에게 떳떳한 엄마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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