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롱면허 탈출을 대하는 태도

내 속도대로 하면 된다

by 안현진





photo-1578041262130-633307b3bfd6.jpg?type=w1 © janbaborak, 출처 Unsplash



2014년에 면허를 따고 10년 가까이 장롱 면허로 지내오고 있었다. 연년생 아들들이 커갈수록 주위에서 운전 배우라는 말을 많이 했다. 운전만 할 수 있어도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고 했지만, 꼭 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셋째가 생기면서 운전에 대한 마음은 더욱 멀어지기만 했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동안 겁이 많아졌다.


최근, 본격적으로 장롱면허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운전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한번 배워 볼까 하던 마음에 불을 지핀 계기가 있다.

경기도에 사는 남동생이 운전을 배우러 친정에 내려왔다. 서울에 살 때까지만 해도 차가 꼭 필요하지는 않았는데 서울과 걸쳐진 경기도권으로 이사하면서 차가 필요해졌다. 특히 장거리로 움직여야 할 때, 교통이 매우 불편하다고 했다. 동생도 나와 비슷한 장롱면허다. 새 차는 본인이 부담스럽고 중고차를 사자니 믿음이 안 가 엄마 차를 새로 바꿔주었다. 그리고 동생은 엄마 차를 타겠다고 했다.

나는 2종 보통을 수월하게 땄지만, 동생은 1종 보통을 힘겹게 땄다. 시험도 다섯 번 만에 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었다. 나보다 더 운전에 대한 두려움이 컸었다. 하지만 이젠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바쁜 일정을 쪼개 내려왔기에 최대한 빨리 운전을 익히고 차를 끌고 올라가야만 했다.


친정에 내려온 다음 날부터 돈을 지불하고 바로 배우기 시작했다. 연수받은 첫날, 동생을 만났다. 말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사색이 되어 있었다. 세 번 연수를 받고도 틈틈이 엄마, 아빠와 차를 몰고 연습했다. 두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도전을 하는 동생을 보며 자극받았다. ‘그래, 동생도 하는데 나라고 못 할까! 나도 이참에 장롱면허 탈출해야겠다!’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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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쉬는 날, 직장에 가야 할 일이 생겨 같이 갔다가 오는 길에 내가 운전대를 잡았다. 국도 운전까지는 괜찮았는데 시내에 진입하니 더욱 긴장되었다. 속도가 느려진 상태에서 핸들 돌리는 감을 알지 못해 연석에 부딪힐 뻔했다. 남편이 옆에서 핸들을 잡아 주고 방향을 조금씩 알려주며 무사히 집까지 도착했다. 주차도 왼쪽으로 최대한 돌려라, 이제 오른쪽으로 돌려라, 앞으로 뺐다가 넣으라고 설명해 주는데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갔다. 하라는 대로 하니 주차는 되었지만 내가 한 것 같지 않았다. 힘을 얼마나 주었던지 어깨와 팔이 뭉치고, 연석 받을 때 놀라 힘이 풀린 다리는 후들거렸다.


다음 날, 친정에 있는 치과를 가야 해서 또 운전할 기회가 있었다. 마음은 먹고 있었지만, 남편이 중간에 운전해 보겠느냐고 묻지 않아서 나도 말하지 않았다. 그렇게 치과에 갔다가 친정에 들렀다.

“매형, 저 주차하는 거 한 번 더 가르쳐줄 수 있어요?”

지난번에는 남편이 먼저 주차를 가르쳐주겠다고 해서 배웠었다. 일주일 만에 만난 그날은 동생이 먼저 부탁한다. 그 모습에서 절실함이 느껴졌다. 적극적으로 배우려 하는 동생과 소극적으로 배우는 내 모습이 대비되었다. 나는 당장 운전해야 한다는 절실함이 없는데 동생은 얼른 익혀서 차를 가지고 올라가야만 했다.

나중에 이 얘기를 하니 남편도 내게 운전시켜 볼까 하다가 전날 몸이 뭉칠 정도로 긴장하기에 먼저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아직 운전석 앞에 앉는 게 두렵지만 몰아볼 기회가 왔을 때만큼은 놓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남편이 소방경연대회를 준비하고 있어 비번인 날에도 연습하러 간다. 오전에 두어 시간 하고 올 건데 은서와 같이 가자고 한다. 운전 연습도 할 겸 따라나섰다. 갈 때는 약속한 시각에 도착하기가 빠듯해 남편이 몰고, 집에 올 때 내가 몰았다.

저번에는 연석을 받을 뻔했는데 이번엔 브레이크를 밟아야 하는데 액셀을 밟았다. 앞에 차가 없었기에 망정이지 큰일 날 뻔했다. 남편도 이런 일은 절대 있으면 안 된다며 주의하라고 했다.

아파트까지는 왔는데 이번에도 주차는 감도 못 잡겠다. 내려서 차 사이 앞뒤 간격, 주차선을 확인해 보라고 했다. 옆에서 각도 얘기하며 여기서 바르게 넣으려면 어떻게 해야겠냐고 묻는데 무슨 말인지 도통 모르겠다. 몰라서 모르겠다고 하는 건데, 모르겠다고 모른다고만 하지 말라고 한다.

“진짜 몰라서 그래요!”

했다가 한 번 더 주의받고 집으로 돌아왔다. 50시간쯤 몰면 운전에 대한 감이 잡힐 거라고, 오늘도 잘했다는 칭찬으로 마무리되었다.

그날 오후,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우리 집 앞이라고 잠깐 내려만 오라기에 얼른 올라오라고 했다. 동생과 운전 연습 겸 우리 집까지 온 것이다. 아이들 먹으라고 사 온 딸기와 참외만 전해주고 가려고 했다고 한다. 엄마에게 들으니 동생은 이제 시내 주행도 곧잘 한다고, 주차만 좀 더 하면 되겠다고 한다. 5월이 되기 전에 올라갈 계획이었다. 이른 시간 안에 많이 는 동생이 대단했다. 다음에, 기회가 있을 때라는 마음부터가 다르니 운전이 느는 속도도 다를 수밖에 없었다.



photo-1550592704-6c76defa9985.jpg?type=w1 © lilartsy, 출처 Unsplash



이번에 동생과 따로, 같이 장롱면허 탈출기에 도전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

누구나 절실한 정도가 다르다. 운전뿐만 아니라 모든 일이 그렇다. 나에겐 지금 당장 해내야 하는 일이 누군가에겐 급하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지금은 옆에 꼭 동행자가 있어야 하지만 나도 언젠가는 혼자 운전하는 날이 올 거라 확신한다.

목표지점에 도달하는 속도와 성과의 정도는 다르겠지만 조급해 말고 내 속도대로 기준점까지 가면 된다. 남편이 말한 50시간을 즐겁게 기록해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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