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것은 없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7권 1.

by 안현진

새로운 것은 없다. 모든 것이 늘 친숙하게 보아 왔던 것들이고 덧없이 지나가는 것들이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7권 1 중에서



깨끗이 치워놓은 거실에 작은 장터가 열렸다.

오늘 쉬는 날인 남편은 당근 마켓에 물건을 내놓느라 분주하다.

나는 거실로 옮긴 노트북 앞에 수시로 앉았다 일어났다 하고 있다.

빈 화면에 바로 글을 쓰는 일은 잘 없다.

한참 앉아 있을 때가 더 많다.

이것저것 생각하다가 아이 부름에 반응하다가 잠깐 다른 일을 하다가 왔다 갔다 하다가 한 자씩 글을 쓴다.

밥을 먹고, 치우고, 빨래를 개키고, 은서와 함께 놀다가 노트북 앞에 앉는다.

날씨가 한껏 추워진 11월 말, 드디어 남편과 베란다 창문에 뽁뽁이라 불리는 단열 시트를 붙였다.

붙일 때만 해도 '아우 눈부셔.' 했는데 금세 해가 가버렸다.

아이들은 스치듯 집에 왔다가 다시 나갔다.

양치질을 하고 거칠어진 손에 새 핸드크림을 발랐다.

어제 이마트 쓱 데이 마지막 날인 줄 모르고 갔다가 수많은 인파에 깜짝 놀랐다.

1+1, 50% 할인에 충동구매하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잘 사 온 것 중 하나가 구매 예정이었던 보습 제품들이다.

겨울이면 건조한 피부가 더욱 거칠어지고 갈라진다.

핸드크림을 바르고 <찰리 앤 롤라>를 보는 은서 옆에 앉았더니 무슨 냄새냐고 묻는다.

한결 부드러워진 손과 향긋한 냄새에 기분이 좋아졌다.

저녁에는 도서관에 가기로 했다.

빌릴 책과 살 책 목록을 적어두는 것만도 기분이 좋다.

필요 없는 물건을 정리하고, 집을 따뜻하게 보완하고, 건조한 피부도 보습하며 틈틈이 글을 쓴다.

평범한 일상을 매일 쓴다.

쓰면서 특별해지는 일상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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