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7권 2.
너는 다시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다. 네가 지금까지 보아 왔던 것들을 이번에는 이전과는 달리 새롭게 바라보라. 새로운 삶을 사는 비결이 거기에 있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7권 2 중에서
어머님이 은서에게 장난감 콤팩트를 주셨다.
아홉 살 조카가 쓰던 거였다.
은서는 몰랑이 그림이 그려진 분홍색 콤팩트가 마음에 드는지 계속 손에 쥐고 다녔다.
낮잠을 자는 순간에도, 목욕탕에 들어가기 직전에도 들고 다니며 열었다 닫았다 했다.
"언니가 이제 필요 없나 봐~" 하면서 거울도 보고 "엄마도 있지?" 묻기도 한다.
아이에겐 처음인 게 많다.
처음이라 신기하고 좋아하는 마음도 크다.
여섯, 일곱 살 때쯤이었다.
엄마와 나, 외숙모, 사촌 언니와 함께 만나고 헤어지는 길이었던 것 같다.
외숙모가 다급히 돌아오며 내게 큰 인형 세트를 안겨주었다.
미미와 남자친구 인형이 함께 들어있었다.
그 뒤로 집에서는 물론 어딜 가나 미미 인형을 챙겨 다녔다.
과자 상자로 인형 집을 만들기도 하고 책상 서랍 한 칸에 손수건을 깔고 보관했었다.
은서는 아직 어려서인지 사람 인형에 큰 관심이 없다.
어렴풋하지만 기억이 시작되는 어린 시절부터 내겐 항상 인형이 있었다.
미미 인형 이전엔 아기 인형을 좋아해 같이 찍은 사진이 많다.
초등학생이 되어서는 수첩, 다이어리, 필기구 같은 문구류를 좋아해 용돈을 모아 사기도 했다.
자기 용돈으로 사고 싶은 장난감을 사고 뽑기를 하거나 과자를 사 먹는 선우, 윤우를 보며 그 기쁨을 떠올린다.
내 안에 이미 우주의 원리들을 담고 있는 관념이 있고, 그 관념들은 내게서 없어지지 않지만 그 원리들이 타오르게 하는 것은 내 몫이라고, 내가 지금까지 보아왔던 것을 이전과는 다르게 새롭게 보는 게 새로운 삶을 사는 비결이라고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말한다.
인간 정신 변화를 낙타 - 사자 - 아이로 비유한 니체가 생각났다.
나는 해야 한다는 낙타 정신, 나는 하길 원한다는 사자 정신, 놀이에 빠져 몰두하듯 자기 삶을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아이 정신.
어른이 아이처럼 순수하게 세상을 바라보기는 어렵지만 익숙한 것을 버리는 곳에 새로움이 있다.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 이전에 대상에 대한 첫 마음이 있다.
아이들을 통해 그 첫 마음을 다시 떠올릴 때가 많다.
엄마가 된 순간부터 수시로 어릴 적 기억 속으로 돌아간다.
어쩌면 아이들 덕분에 아이와 같은 순수성을 완전히 잃지 않고 살아가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