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7권 3.
각 사람의 가치는 그 사람이 어떤 것들을 가치 있게 여기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을 명심하여야 한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7권 3 중에서
이 집은 우리 것이지만 우리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과분하기도 하고 과하기도 했다.
그래서 정도 제대로 못 붙이고 데면데면 굴었다.
언젠가는 돌려주거나 떠나보내야 한다고 여겼다.
시간이 지날수록 애착이 생겼다.
돌려주거나 떠나보내지 않아도 괜찮겠다, 온전히 우리 것이 되면 좋겠다는 욕심이 들었다.
넓은 집에 대한 욕심은 온전히 책에서 비롯되었다.
그 이유가 아니라면 조금의 미련도 생기지 않는다.
은서와 깜빡 잠이 들었던 오후, 핸드폰과 연동된 패드에서 문자 알람이 연속적으로 울렸다.
이렇게 보낼 사람은 남동생밖에 없다.
거실에서 충전 중이던 핸드폰을 확인했다.
애플 펜슬을 주문해서 보냈으니 잘 쓰라는 문자였다.
아니, 갑자기, 왜, 괜찮다, 과하다 끝에 결국 고맙다, 잘 쓸게 가 나왔다.
내가 쓰고 있는 애플 제품들은 핸드폰만 빼고 전부 동생이 오늘처럼 갑자기 선물해 준 것들이다.
선물에 대한 이유는 붙이기 나름이지만 매번 이유에 비해 과분한 선물이었다.
이유보다는 의미가 더 크다.
우리가 나누는 대화 사이, 소유와 욕망으로 치부할 수 있는 것도 가치와 의미로 해석했다.
얼떨떨한 상태로 거실에 앉아 있다가 당근 마켓에서 봐둔 아이들 전집 두 질을 사기로 했다.
어젯밤에 본 거지만 길게 고민할 것도 없었다.
책이 가진 가치에 비해 가격이 너무 저렴했다.
동생이 내게 선물해 준 것들도, 이 집도 그랬으면 좋겠다.
가격보다 내가 창출할 수 있는 가치가 더 크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