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는 아예 하지 말든가, 아니면 …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5권 7.

by 안현진


아테네인들의 기도 : “사랑하는 제우스 신이시여, 아테네인들의 경작지와 그들의 목초지에 제발 비를 내려 주소서.” 기도는 아예 하지 말든가, 아니면 이렇게 단순하고 솔직하게 하라.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5권 7




배탈이 났다.

장염으로 의심되어 아팠던 게 9일 전이다.

오늘 먹은 거라곤 갓 삶은 고구마 한 개와 차가운 커피우유 하나뿐이다.

이게 잘못되었을까.

음식물이라곤 조금도 남겨 놓지 않겠다는 듯 화장실을 왔다 갔다 하고 있다.

장염까지는 아니어도 배탈이 난 것은 확실하다.

배가 쿡쿡 아프다.

여기에 생리통까지 겹칠까 무섭다.

몇 차례 오간 화장실로 없는 기운이 더 쭉쭉 빠졌다.

창밖으로 보이는 바깥은 보기만 해도 덥다.

“제발 배가 아프지 않게 해 주세요.”

오늘 기도는 일차적이고 단순하다.

아이스크림을 조건으로 내건 청소 게임에 두 아들은 열심히 임하고 있다.

20분 만에 거실과 각자의 방이 깨끗해질 수 있다.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지만 집안일에서도 가끔 당근이 필요하다.

나는 언제부턴가 아이스크림을 잘 먹지 않는다.

먹을 때 이 시리고, 먹고 나면 갈증 나고, 입안이 텁텁해져서다.

아이들은 아이스크림 하나에 열심히 청소하고, 이 무더운 날 기꺼이 밖으로 나가려 한다.

아이스크림이 달콤한 보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이 부럽다.

많은 걸 바라지 않고 복잡한 걸 바라지 않는다.

작고 단순한 기도일수록 더 이뤄지기 쉽다.

글 쓰는 사이 속이 한결 편해진 나처럼.





매일 《명상록》을 필사하고 떠오르는 생각을 함께 적고 있습니다.

제1권~ 제4권은 네이버 블로그에 올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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