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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ibooks Jan 21. 2022

모티프원에서 돌아온 이후

혼자 여행하다가 영상작업 한 이야기 (3)

이안수 작가님의 신간 파일을 메일로 먼저 받아보았다.

작가님이 어떤 삶을 살아오셨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이번 책 [아내의 시간]을 읽었다.


이안수 작가님의 이전 책 [여행자의 하룻밤]은 여행자들을 만난 기록과 에세이였다면, 이번 책은 두 분 선생님의 첫 만남, 결혼, 자녀들을 낳고 키우며 늦은 유학을 다녀오신 이야기, 그리고 그 이후에 어떻게 따로 또 같이 사셨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시적이거나 때로는 유머러스한, 담담한 어조로 적혀있었다. 이안수 작가님의 사진과 글에 더해 아내분인 강민지 선생님의 짧은 글이 중간중간 한 페이지씩 나오곤 했는데 여기에는 '아내의 노트'라는 타이틀이 붙어있었다. 책의 챕터는 세 개로 나뉘는데  순서대로 부부의 시간, 가족의 시간, 아내의 시간이다.


책의 제목이라던지, 챕터의 이름, 거기에 간간히 들어있는 아내의 노트라는 꼭지 글의 명칭 같은 부분들이 얼마나 세심하고 짜임새 있게 구성된 책인지 느껴지며 기분이 좋아졌다. 간혹 어떤 에세이 책들은 작가의 감성이나 감수성, 글이나 이미지에만 신경을 쓰게끔 만드는데 이 책에서는 통일성 있게 모든 부분을 신경 썼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고 영상을 어떤 방식으로 만들지 고민하며 간단한 스토리보드를 제작해 보고 있던 어느 날, 등기우편으로 실물 책을 받아보았다. [여행자의 하룻밤]은 어두운 푸른색 표지에 귀여운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었지만, 이번 [아내의 시간]은 아주 곱고 맑고 선명한 붉은색의 표지에 이안수 작가님이 직접 찍으신 강민지 선생님의 사진이 아름답게 인쇄되어 있었다. 판형이나 표지의 질감, 광택이나 글자의 금박도 특별하게 느껴져, 손으로 잡고 있거나 서고에 꽂아만 두어도 참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은 모양새였다.


그런 실물 책을 받아 들고 나서 스톱모션 기법을 이용해 샘플 촬영을 시도해 보았다. 그리고 이안수 작가님과 해당 샘플 영상을 보내기도 하며 여러 번의 메일을 주고받던 중, 출판사와의 직접적인 연락도 허락해 주셨다.


통영에 위치한 출판사 남해의봄날은, 내가 독립출판에 관심을 갖고 여러 북콘서트나 세미나 등을 찾아다니던 시기부터 게 되었는데 지역에 기반을 둔 출판 좋은 예로 기억하고 있었다. 북트레일러 영상을 제작하는 것에는 출판사의 허락을 구했지만, 영상에 로고를 넣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직접 이메일을 보내어 다시 한번 소개를 드린  로고 파일을 받아 영상에 넣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출판사 측에서는 흔쾌히 파일을 보내주셨다.


다음 단계는, 샘플 촬영을 했던 영상을 바탕으로 어떤 사운드를 넣을지, 작가님의 사진 중에 어떤 것을 넣어 작업할지 고민하는 것이었다. 내가 이해한 바로, 해당 책의 챕터는 시간의 순서대로 구성되어 있었다. 두 분이 만나 부부가 되고 가족 구성원이 늘어가는 생활을 하시다가 이제 아내분께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되고 그 시간과 삶의 방식을 작가님께서 존중해주시는 내용이 나오는 구조였다. 두 분이 보낸 시간의 흐름과 그 과정에서 오는 변화, 그것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되었다. 너무 많은 아이디어가 떠올랐지만 처음 영상으로는 가장 간단하고 기본적인 구조를 가진 영상을 만들고 싶었다.


사운드는, 이안수 선생님의 직업 중 한 가지인 사진작가로서의 아이덴티티를 살려 클래식 사진기의 사운드를 넣고 싶었다. 그리고 사진 낱장과 낱장들이 쌓여 영상을 만들어 내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 사진과 영상은 꽤 다른 점이 많지만, 필름의 시대에 그 둘은 지금보다 더 유사성이 많고 밀접한 예술이었다고 생각한다. 영상을 찍으려면 여러 장의 사진이 순서대로 촬영되어야 하고 이는 곧 시간의 축적이기도 하다. 여러 개의 스틸 이미지가 쌓여 영상이 되는 것처럼, 우리의 삶에서도 여러 개의 순간이 쌓여 추억이 되고 챕터라고 말할 수 있는 각각의 시간, 시기, 시절, 그리고 하나의 시대가 완성되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짧은 영상에 다 넣을 수는 없지만, 그런 시간의 축적과 흐름을 보여줄 수 있는 사운드는 역시 무비 카메라, 또는 영사기의 사운드였다. 내가 이안수 선생님의 [아내의 시간]을 보고 읽으며 느낀 바를, 말이나 글로 하는 설명이 아니라 오직 사운드로 표현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것은 없을 것이었다.


어울리는 사운드를 찾고 두 분의 그림을 그리고, 한 쌍의 새와 같은 두 분에게 어울리는 새소리를 찾았다.  


[아내의 시간]의 첫 번째 북트레일러 영상을 짧게나마 완성하여 이곳에 공유한다.


아내의 시간 북트레일러_이안수 작가님_남해의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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