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게

by Anima

살다 보니 '평범하게' 사는 것이 가장 어렵고 특별한 일임을 깨닫게 된다.


어렸을 때는 그렇게 평범하게 살면 행복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꿈이 없는 어른을 보면 현실과 타협한 패배자라고 경멸했던 오만한 어린 날의 기억들이 담배연기처럼 빨려 들어가는 것 같다.


나는 지금 계약직으로 일을 하고 있다.

2년 계약 가운데 이제 10개월이 남아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지난날의 나를 돌아보면 평범하지 않기 위해 발버둥 쳐왔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통장잔고를 보면서 한숨 쉬지 않아도 괜찮고

돌아갈 집이 있고, 하루 세끼를 챙겨 먹을 수 있고

매일은 아니어도 가끔은 원할 때 분위기도 내볼 수 있고

1년의 한 번이라도 어디론가 여행도 가보고 싶고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미래를 그려볼 수 있고

내 사랑하는 자녀에게도 같은 꿈을 꾸게 해주고 싶었다.


어른이 되고 나서야 깨닫게 된 건 내가 당연하게 누려오던 모든 것들 중

당연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다.


방 안에만 있던 나는 남들과 비교하며 더 받지 못한 것에 슬퍼했고

현실에 부딪힌 나는 지금과 비교하며 유지할 수 있을까 불안해했다


하나씩 포기하면서 어른이 되어간다.

그리고 하나씩 다시 찾기 위해 어른이 되어간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는 없어도, 배워가려 노력하고

통장잔고를 보면서 한숨 쉬더라도 다시 차곡차곡 모아가고

돌아갈 집을 찾아보고, 하루 두 끼를 챙겨 먹을 수 있고

가끔은 편의점에서 맥주 한 캔 사서 안양천을 걸어보고

해외는 못 가더라도 인천은 가볼 수 있고,

사랑하는 사람과 미래를 그리기 위해 기다리며 꿈을 꾼다.


그렇게 살아가다 보니 뭐라도 할 수 있더라.

불안해도 괜찮다. 앞으로 나아가지 못해도 괜찮다.

흘러가는 바다에 몸을 맡기고 가라앉지 않게 때로는 나를 띄워주는 것도 필요하다.


평범하기 위해 애쓰는 내가 빛나고 있음을 기억하자.

그런 우리가 있기에 이 밤하늘이 빛나는 것 아니겠는가.


힘들고 지칠 때, 언제든 찾아와

잠시 쉬어가며 별을 보더라도 평범하게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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