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 바다

Per ardua ad astra

by Anima

새벽의 별을 보러 가고 싶다.

맑은 날에 드문드문 떠다니는 구름을 보며 다음 일정을 생각하지 않고 잠시동안 누워있고 싶다.

따뜻한 저녁을 나누며 모닥불을 앞에서, 앞으로 다가올 행복에 대해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고요한 밤바다를 같이 걸으며 다가올 불안에 대해 함께 용기를 내자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늘 대비하고 싶었다.

가야 할 길을 알지 못했을 때는 눈을 가리고 모든 감각에 의존한 채로 끌려가는 기분이었다.

가야 할 길을 알게 되었을 때는 모든 것을 내려두고 전력을 다해 몸이 부서져라 달려가봤던 적도 있었다.

진짜 몸이 부서지고 나서야 갈림길에 선 지금은 강한 확신과 현실적인 의심의 반복 가운데 잠시 막연하게 걷고 있는 것 같다.


나는 내가 되게 불행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현실에 부딪혀 내가 필요한 것들을 내 손으로 직접 벌어보면서 깨닫게 되는 것은

내가 당연하게 받은 것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구나

그리고 그 당연함의 깊은 곳, 나에겐 듣기 버겁고 괴로운 소리의 깊은 곳에는 오랜 고심과 깊은 사랑이 녹아있었음을 느끼면서 마음이 뭉그러지는 기분이었다.


나의 삶을 천천히 곱씹어 볼수록 단 맛이 올라온다.

어쩌면 나의 행복은 이미 지나온 곳에 있었음을 마주할 때 솔직하게는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행복해버리면 내가 불행하고 비참하다 생각했던 모든 것들이 엄살이 되어버릴까 봐.

늘 행복을 바라던 내 모습이 안경을 이미 미간에 걸쳐두고 잃어버린 안경을 애타게 찾으러 다니는 모습 같아 보일 것 같았다.


그렇게 땅바닥만 쳐다보다 보면 안경이 내려와 다시 선명해진다.

그제야 나의 행복은 모래 같음을 깨닫게 된다.

우울의 바다에 축축하게 젖어 발로 밟을 때는 단단한데 손으로 잡으려 하면 바싹 말라 손에서 잠시 반짝이며 흘러내리다가 얼마 안 가 날아가버릴까 봐 발 밑을 보고 싶지 않았다.

내가 밟고 있던 수많은 모래알 하나하나에 깊은 사랑이 깃들어 있음을 기억하고 나서야 별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던 이유는 모래들이 나를 붙잡아주었고, 엄살 아닌 불행감은 별을 바라보게 만들었다.

걸어오며 후회했던 선택도, 만족하며 배운 선택도 모두 나 자신이었구나.

앞으로 걸아갈 길의 끝도 도착해 봐야 알게 되겠지.

방향은 잡아가더라도 그곳에 뭐가 있을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작은 소리들에 귀 기울이며 살아가자. 괜찮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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