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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봉수 Feb 10. 2023

[조기] 국제학교가 귀족학교였으면 좋겠다

국제사립 vs. 정통사립


어제 아는 분이 기사를 하나 보내주셔서 읽어봤습니다. 어느 유학 입시학원 운영자(?)분 쓰신 글이더군요. 한국내에서의 영어교육은 대치동이고 뭐고 다 "잔잔바리" (이건 제 다른 지인의 말투입니다) 수준이고, 국제학교는 귀족학교가 맞기 때문에 어설픈 재력이라면 꿈도 꾸지 말아라, 어디 연봉 2억밖에 안되는 사람이 유학을 보낼 생각을 하느냐, 아는 사람만 봐도 아이 둘이 심지어 캐나다에서 연간 5~8억이 들어가더라... 는 ....



뭐.... 그럴 수 있기는 합니다. "서울에서 산다"라는 말이, 100억짜리 집에서 산다는 말일 수도 있고, 월세 100만원짜리 집일 수도 있으니까요. 개인적으로 영국 조기유학에 필요한 금액은 1억 이하라고 생각합니다. 학비와 생활비를 합해서 기본 (평균) 비용은 실제로도 6~7천만원 (학비와 기숙사비만 합하면 연간 5~6천만원) 정도, 공립컬리지는 3천만원 수준까지 낮출 수도 있습니다. 공립컬리지와 사립학교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비용적으로는 그렇다는거죠.



뭐, 영국도 어떤 학교는 총 비용 기준 1억을 넘기기도 합니다. 영국을 하다보니 자연스레 다루게된 (?) 스위스 학교들은 연평균 1억원 수준에서 시작하기도 해요 (역시 총 비용 기준입니다). 비용에 대해 잠깐 얘기를 하기는 했지만 사실 제가 거슬렸던 건 "귀족학교"라는 표현이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저도 "원죄"같은게 있기는 한데요, 아주아주 예전이지만 네이버에서 "대표카페"로 지정해주면서 (저한테는 통보만 하더군요.), "귀족의 향기가 물씬나는"... 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고, 가끔씩이기는 하지만 저희도 "귀족"이라는 단어를 쓰기도 하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학교는 귀족학교가 맞다"는 표현은 좀 걸렸던 것이 사실입니다. 흔히 한국에서 "영국귀족학교" 혹은 "귀족사립학교"라고 부르는 학교들이 여럿 있기는 하지만 이게 국제학교라는 하나의 카테고리를 말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보다도 근본적인 이유는 그 "귀족"이라는 표현을 우리가 너무 저급하게 사용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국제학교는 귀족학교가 맞다"는 건 아마도 "학비가 비싸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비싸면 귀족이다". 맞는 것도 같습니다. "갑이면 갑질해도 된다"는 생각이나, "제 꿈은 건물주입니다"라고 당당히 말하는 어린이들이 존재, 매년 새해인사로 "부자되세요"라는 말이 이젠 식상하게 들리기까지하는 대한민국이니까요.


https://cafe.naver.com/ukplus/11092



"국제학교가 나쁜 학교다"라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국제학교도 학교인데 나쁠리가 없죠. 공립학교 선생님 중에서 좋은 선생님 나쁜 선생님이 있을 수 있는 것처럼, 동네 피아노 학원도 좋은 학원 나쁜 학원이 있을 수 있는 것 처럼 말입니다. 다만 뭉뚱그려볼 때 "국제학교가 좋은 나라는 좋은 나라가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얼마전 종영한 어느 드라마에서 "아직 국산은 일제한테 안되죠" 라고 하던 시절처럼 말이죠.



어쨌거나 국제학교가 귀족학교가 아닌 이유는, 동네방네 국제학교가 많은 스위스만 생각해봐도 금방 이해할 수 있기도 합니다. 일단 현대 스위스에 귀족 계급이 없기도 하거니와 족보를 다 따져도 그 많은 국제학교를 채울만큼의 인원이 되지 않기도 하니까요. 더욱이 근본적으로는 "귀족학교"라는 용어 자체가 영어에는 없기도 합니다 (다른 나라 언어에서는 모르겠습니다만). 귀족(적/식) 교육이라는 단어가 있을 뿐인데요, 이마저도 과거 실제 귀족 계급이 존재하던 시기의 교육방식을 주로 지칭하는 용어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이름에 "귀족"이라는 단어를 넣은 학교가 있을까 싶어서 찾아봤는데 우선 영국학교에는 없구요, 찾다보니 미국에는 존재합니다. 실제로 어떤 의미로 그런 이름을 넣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이름에는 Noble 이 들어간 학교는 있네요. (Noble and Greenough School)





귀족학교라는 단어가 단순히 "비싼 학교"라고 말하는 것을 넘어선다면 (그러길 바랍니다), 여기서 귀족은 아마도 어떤 특정한 가치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그 가치는 당연하게도 "돈"만을 의미하는 건 아닐텐데요, 용례에서 보이는 Arstocractic Education (귀족교육)의 대부분은 현대사회에서 흔히 "리더의 자질"이라고 부르는 여러가지 자질, 그리고 음악 미술 문학 등 예술적 감수성과 군사교육 등을 가리킵니다. 재미난 건 동양이든 서양이든 어디서나 "돈"과 관련된 것은 제외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귀족적 가치가 돈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가 아니라 아예 "귀족적 가치는 돈을 의미하지 않는다"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겠네요.



뭐, 용례는 그렇다칠 수도 있겠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왠지 알 것도 같으시죠?) 왠지 촥촥 감기는 "귀족학교" 혹은 "귀족교육"이라는 단어를 그냥 버리기도 아까우니까요. 그렇다면 이제 "귀족학교는 귀족적 가치를 가진 학교이다" 정도로 풀어서 쓸 수 있을 텐데요 (순환오류입니다만..) 귀족학교의 귀족적 가치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다루기로 하고, 우선은 "국제학교는 귀족학교가 아니다" , "국제학교가 귀족학교라도 됐으면 좋겠다" 정도로 정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써놓고 보니 표현만으로도 감기는 맛이 없어지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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