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뽀시래기 #1. 프랑스 식당의 종류
영국전문 유학원의 시각에서! + 지극히 사적인 경험을 더해!
프랑스를 접하면서는 영국을 전문으로 다룰 땐 몰랐던 부분들이 마구마구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재미난 부분도 있지만, 새로움이 주는 복잡한 기분은 설명하기가 어렵죠. 여태껏 이렇게 몰랐던가 싶은 마음에 조금 다른 의미에서 무섭기도 합니다. 사실 뭐라 딱히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이긴한데요, 영국만 다룰 때 혹은 영어권 중에서도 몰타나 아일랜드같은 유럽내에 있는 나라들을 다룰 때와는 사뭇 다른 기분인 건 분명하니까요. 어쨌거나, 새롭게 생긴 습관 같은 게 하나 있는데 그건 "한국으로 바꾸면" 뭐라고 할 지를 묻게 되는 점입니다.
떡볶기집, 분식집, 김밥집
제목을 잡아놓고도 마음들지 않지만, 한국에도 "식당"이라 총칭되기는 하지만 "국숫집"도 있고, "고깃집"도 있고, "분식점"도 있고, "떡볶기집"도 있는 것처럼, 프랑스에도 그런 식으로 몇 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다만 "김밥집"과 "분식집"과 "백반집"이 잘 구별이 안되듯 제 눈엔 프랑스도 그런 식이라고 속편하게 생각을 해봅니다.
"Cafe" (카페)
프랑스에서 못본 듯한데 "Caf"라고도 한답니다. 뭐, 그냥 우리가 아는 카페지요. 커피도 팔고, 페스츄리를 비롯한 빵도 팔구요, 한국과 차이라면 정찬까지는 아니지만 비교적 간단하게 조리하는 음식도 판매합니다. 심지어 점심에는 부페로 제공되는 곳도 있다고 하는데요, 지난 달 파리에 있으면서도 "애밀졸라 거리"에서 카페를 못가본 게 그래서 그렇게 아쉬웠죠. 담배를 즐기지는 않지만 햇살 좋은 카페에서 에펠탑을 바라보며 담배 한 대 피워줬어야 했는데 말이죠.
"Bouchon" (부숑)
작은, 소박한 식당입니다. 특이한 건 "부숑"은 굳이 "리옹" 근처의 "작고, 소박한, 개인 식당"을 의미한다고 해요. 리옹에 가본 게 벌써 20년 전이라 식당은 기억나는 건 하나도 없는데요, 어쨌거나 "가벼우면서도, 캐주얼한 저녁을 먹을 수 있고, 주로 고지방 음식을 내놓는, 소박한 식당"이라고 하는데.. 이해력이 모자라서 그런지 설명들이 서로 상충하는게 마구 느껴집니다. 나름 스스로 내린 정의는 "프랑스 가스트로미의 중심인 리옹 부근에서 유명한, 개인적으로 운영되는 식당으로 토속적(고기!)인 음식을 소박하게 (장식이 적다는 의미에서) 주로 내놓는 음식점" 정도입니다. 굳이 알아야한다면 "리옹"에 가서 "부숑"과, 부숑 옆에 있는 "비스트로"(뒤에 언급할)를 같이 가보면 느낌이 올까 싶습니다.
"Bistro" (비스트로)
무식한 것이 용감하다고, 고백컨대 전 비스트로가 이탈리아어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파리에서 많이 보이는거에요... 그래서 찾아보니 "프랑스 식당 형태"라고 당당히 적혀 있는거죠... 제 나름대로(? - 마음대로)의 정의로는 "파스타를 주로 파는 곳이 비스트로"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니었던 거죠. 그럼 이 이태리스러운 발음 (저한테만?)의 식당은 어디서 온 걸까요? 어떤 분들은 Bisto가 러시아어의 "빠르다"라는 의미로 우리로치면 "빨리빨리"라는 의미라고도 합니다. 실제 나폴레옹의 몰락과 빈체제 사이에서 러시아와 독일 등의 장교들이 파리에서 식도락을 즐겼다는 내용은 정설이니 어느 정도 일리는 있는 말이긴 한데요, 다른 한편으론 이 단어가 처음 등장한 것이 1884년이라는 점을 들어 "민간어원설"(=속설)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어쨌거나 비스트로 (Bistro)는 레스토랑에 비해 덜 격식을 갖춘 식당으로, 혹은 한때 유행했던 "Casual Restaurant" 정도로 정리하면 될 것 같습니다. (참고로 제가 아는 "케쥬얼 레스토랑"은 엄청 비싸고 맛있는 술과 고기가 나오는데 말이죠)
"Restaurant" (레스토랑)
마침 주변에 있던 프랑스 학교 관계자에게 "레스토랑이 뭐냐"고 물으니 "접대하는 곳"이라고 해주네요. 자기도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온다는 말을 덧붙여서 말이죠. 정리해보면 풀코스 정찬을 기본으로 내놓는 곳이라고 볼 수 있을 듯한데요, 여기서 말하는 프랑스식 정찬의 범위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차원을 넘기 때문에 이 부분은 확실히 알 수 있을 듯합니다. 어느 책에선 그냥 단순하게 "미식가를 위한 식당"이라고 적어놓은 곳도 있는데요, 프랑스에선 "제대로된 쉐프라면 달걀 요리법을 200개 정도 알아야한다"고 하는 말이 있는만큼, 소위 말하는 오트 퀴진 (Haute cuision) 혹은 우리가 "프랑스 식당"을 말할 때 떠오르는 뭔가 굉장히 "엄숙"한 이미지의 식당이 레스토랑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Cabaret" (카바레)
단어에서부터 뭔가 퇴폐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곳이죠 (나이 인증). 솔직히 몇 십년을 살면서 한국에선 카바레에 한번도 못가봤습니다. 왠지 가면 잡혀갈 것같은 (제 어린시절엔 그랬어요) 느낌인데요. 이거 엄연한 식당입니다. 정확하겐 프랑스의 콘서트나 공연을 하면서 식사를 하는 곳이라고 합니다. 파리에서의 첫 주에 제가 갔던 LIDO와 Moulin Rouge (물랑루즈)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실제로 리도나 물랑루즈의 공연을 예약하면 공연관람을 위한 테이블"만" 예약하는 것이 아니라, 간단한 음료 (샴페인), 주전부리 (마카롱 등)를 주문하거나 식사를 먼저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식사를 함께 주문하는 경우 공연전 2시간 전부터 입장이 되는데요, 무대 앞쪽엔 식사를 주문한 테이블만 배치가 되기 때문에 공연을 가깝게 보시고자 한다면 식사도 함께 주문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저처럼 샴페인과 과자 (마카롱) 정도만 주문하면 무대에서는 상당히 먼 좌석에 배정을 해주거나, 아예 예약을 극장 직권으로 취소를 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그 외> 블랑제리, 파티시에, 브라세리
맨 앞에 카페 (Cafe)에서 커피 (Cafe)만 팔지 않았던 것처럼, 빵가게나 케익가게에서도 이것저것 여러가지를 팔고 있는데요, 대표적인 곳이 Boulangerie (블랑제리)와 Patisserie (파티시에/파티쉐), 그리고 조금 다른 의미에서 Brasserie 라고 할 수 있습니다. 블랑제리와 파티시에는 둘다 빵집으로 번역할 수 있기는 합니다만, 우리의 "전통단어"를 살려서 비교를 해보면 블랑제리는 "빵집", 파티시에는 "과자점"으로 번역할 수 있습니다. 다만 실제로 메뉴를 본다면 빵 (Boulangerie)과 과자 (Patisserie)에 촛점을 맞춘 경우라고 할 수 있구요, 오히려 커피 가게 (Cafe)가 좀더 다양한 메뉴 (eg. 풀코스 아침식사나, 점심 부페 등)를 판매한다고 할 수 있구요, 제 얄팍한 경험상 커피를 맥주나 술로 바꾸면 선술집 (Brasserie/브라세리)가 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편으론 빵가게가 과자가게를 겸할 수도 있겠고, 음료를 제외하면 메뉴면에선 카페와 브라세리가 비슷할 수도 있을 듯합니다.
<그래서> 총 정리.
다시 정리를 하자면....
어쨌거나 식당같은 모습이 레스토랑 (Restaurant)과 비스트로 (Bistro), 부숑 (Bouchon).
베이커리를 기준 확장판이 블랑제리 (Boulangerie)와 Patisserie (파티시에).
음료에 안주든 간단한 식사를 추가한 곳이 카페 (Cafe)와 브라세리 (Brasserie) 라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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