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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봉수 Aug 23. 2019

전북교육감, 숙명여고 쌍둥이, 정유라, 조국, 황교안

전북교육감, 숙명여고 쌍둥이, 정유라, 조국, 황교안, 김성태 사례 중심으로.



국가간 협정보다도 우선시 한다는 비아냥을 듣는 요즘 조국 “사태”의 본질이 뭘까 생각을 해봅니다. 검찰 고발, 자진 사퇴, 청문회 등등 여러가지가 나오고 있죠. 대한민국이 무너졌다, 교육이 무너졌다, 공부 다때려쳐라 등의 과격한 표현도 흔하게 보입니다. 저 역시 고등학생 자녀를 두고 있는 학부모로서, 무엇보다도 대학입시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학부모들과 무엇보다도 학생 본인들의 자괴감 열패감 분노가 크다는 것은 사실이지요.



<불법과 합법, 그리고 편법의 경계를 떠나>



정유라의 부정입학 사건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이어진 중요한 고리였습니다. “이게 나라냐”라는 비판의식 (자조도 섞여있었다 생각합니다)은 촛불 정권을 만들었고, 이어진 전북교육감과 지금의 조국 전 민정수석을 둘러싼 이슈는 “다 똑같은 XX들”이란 욕이 나오는 이유가 되기도 하죠. 



진영논리를 떠나서 보면, 좌우를 떠나 소위 우리나라를 이끌어가는 그룹의 모습을 극명하게 나타낸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법적으로 중요한 것은 불법이냐 아니냐의 부분이겠지만, 실제 법적 판단의 기준과는 다른 “정서적인” 부분도 분명 존재하고, 그걸 정치하는 사람들이 모른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일테니까요. 하지만 정말 그게 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하는 실망과 허탈함 뒤에도 남는 찜찜함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요?





언뜻 생각나는 것들만 봐도 그 하나하나가 우리 사회의 모순을 관통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같습니다. 올해 가장 먼저 큰 이슈가 되었던 상산고 (자사고) 지정 취소와 함께 이슈가 되었던 전북교육감 자녀의 영국 국제사립학교 진학과 캠브릿지 대학교로의 진학은, 공교육 정상화를 외쳐온 소위 진보계열에서조차 해외 유명 대학교로 진학하기 위해 국제사립학교를 이용했다는 점에서 그 진정성을 의심받기에 충분했습니다. 자식은 해외로 “특별한 학교”(?)로 유학을 보내면서, 한국에서는 한국식 “특별한 학교”(?)를 없애려 한다는 (자기네만 좋은 거 먹겠다는) 심리라고 오해받기에 충분했습니다. 사실 “공교육의 정상화”는 우리나라만의 목표가 아니고, 미국이든 영국이든 어디서든 나오는 주제인데다, 총리나 주무부처 장관들의 출신 (주로 사립학교)이 문제되는 것도 거의 판박이같은 사례라고 할 수 있지요.



<정유라 Vs. 황교안 Vs. 조국 Vs. 시험지유출>



조국 현 정부의 법무장관 후보와, 전 (혹은 전전) 정권의 법무장관과 총리를 역임했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자녀들의 경우는 소위 최상층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어떻게 제도를 자기들이 편리한대로 유리한대로 이용해나가는 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닌게 아니라 수사할 것이 있으면 수사하고, 책임을 질 것이 있으면 책임을 져야 하겠지요. 여기에 살짝 결이 다르긴 하지만 김성태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의 자녀 부정 청탁에 이르면 연속적인 흐름이 잡히기도 합니다.



이 부분에서 본다면 숙명여고 교무부장이던 아버지와 공모해 시험지를 유출해 전교 1등으로 올라간 쌍둥이 여학생들의 이야기는 조국 ‘사태’를 보면서 Sky캐슬이 서민드라마라고 자조했던 사람들의 마음을 그대로 현실로 옮긴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닌게 아니라 스카이캐슬의 마지막 에피소드가 시험지 유출이었죠. 현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시험답안만 유출한 게 아니라 통째로 빼돌렸다는 것 정도. 그걸 작가의 상상력과 현실의 차이점의 간격이라고 부르기엔 현실이 너무 참혹해지네요.



아직 최종적인 법의 판단이 나오지 않았음에도 불구 참담함은 피할 수가 없습니다. “올해의 사자성어”로 “각자도생”을 꼽았던 사람들의 자조감이, 현실과 불법의 차이에도 불구 나만 살겠다는 쪽으로 발전해간 것이 아닌가 생각을 해보기도 합니다. 어쩌면 우연이기는 하지만 학교 이니셜을 따 SKY (하늘)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소설적 상상력을 현실로 그대로 모사한 듯한 (현실을 소설로가 아니라) 과도한 경쟁의 그늘에서 만들어진, 자기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 “각자도생”의 전형들은 아닐까 싶습니다. 가진 사람은 가진 것을 최대한 “이용”해서, 불법이든 탈법이든 편법이든 나 하나 내가족 하나를 위한 탐욕의 화신이 되어서 말이죠



<사회모순의 적나라한 표출>



이번 “조국 사태”는 소위 공정과 정의를 내걸었던 현 정권 인사들조차 경제적 정치적으로, 그리고 교육적으로도 구습에 익숙해져있는 모습을 극명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그것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말처럼 “과거의 관행이나 (법적으로) 불법이 아니다”라고 하더라도 실망을 넘어 허탈함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것은 “2030대는 상실감과 분노를, 4050대는 상대적 박탈감을, 6070대는 진보 진영에 대한 혐오”라고 표현한 정의당 심상정 국회의원의 표현에 잘 드러나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법적 잣대 이전에, 저 역시 고등학생을 둔 학부모로서 느끼는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서울대 교수도 못되고, 50억 자산가도 아니니까요. KT에 슬쩍 이력서를 내밀 깜냥도 안되고, 대기업 총수들에게 후원을 강요할 능력도 안되고, 연구원에게 자식놈 특별활동 프로그램을 이끌어가게 할 주변머리도 없고, (갑자기 추가). 군인사담당자에게 승차감을 스스로 느끼게해줄 만한 인맥도 없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도생의 처절한 현실 버전을 보면서 상실감+분노+박탈감+혐오를 모두 느끼지 않는 사람이 있기나 할까 싶습니다. 다른 한편으론 (더하면 더했지) 똑같은 놈들이 “다 잡아넣어라”고 소리치는 꼴도 보기 싫습니다. 또다른 한편으론 “도대체 아빠는 뭘 한건데요?”라고 말해주지 않는 아들녀석이 고맙다고 생각해야하는 한심한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정신이 나갈 만큼의 충격이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정과 정의를 내걸었던 현 정권의 실세중의 실세라고 할 수 있는 조국 교수의 사례가 실망스럽기 그지없음에도 불구하고, 풀조차 나지않을 이 불모지에서 최소한 내 자녀는, 다른 친구들과 “함께” 살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가야한다는 마음은 변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좌우의 이념적 차이를 떠나, 한국이라는 사회를 이끌어왔던 소위 지도층들의 똑같은 면을 보면서, “함께” 이런 불합리한 관행과 편법을 조금씩 (저도 모르게 한 숨이.. 어느 세월에..) 개선해나가야한다는 생각을 더 강하게 하게 됩니다. 



저들이 말하는 공정과 정의가 내가 기대한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고 하더라도, 누군가가 말했던 “불가능한 꿈”이라고 할 지라도, 제 세대에 하지 못한다면 제 아들놈 세대에서라도, 혹은 그 자식녀석들의 세대에서라도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그래야, 최소한 영화에서 지겹게 봐왔던 미래의 모습을, 경쟁과 부조리만 남아 참혹하게 서로를 뜯어먹으며 사는 세상을 남기지 않을 수 있을테니까 말이지요. 작게나마... 그렇게 조금씩 나아갈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기를 참혹한 실망감의 터널을 끝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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