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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봉수 Jan 18. 2020

[후기] <존 로빈스의 음식혁명>

계몽, 윤리, 불편함, 문제의 본질과 해결 방안

[후기] <존 로빈스의 음식혁명> 계몽, 윤리, 불편함, 문제의 본질과 해결 방안



지친 하루를, 아니, 심지어 일주일도 아니고, 기다리고 묵히고 견디고 버티면서 지내온 지난 한달을 책과 함께 정리하는 시간이니 술 사진으로 시작하는 걸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 아닌 게 아니라 책을 정해서 한 달에 한 번씩 “모임안에서 교류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요. 그것도 사람들이 즐겨하는 실용주의 서적이나 자기계발서 등을 제외하고 나면, 책읽기라는 단순한 행동을 내면에서 질식해가는 “나”의 본질을 어렵게어렵게 일깨우고, 매일매일 속에서 비전의 종교 의식을 치르는 듯한 은밀한 노력임을 모르지 않으니까요. 


뭐, 지금 <데미안>을 읽고 있어서 흉내내봤습니다. ^^ 조금 표현이 지나치기는 했습니다만, 책모임과 함께 함께 술 잔을 나누는 행위를 불순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회라는 짐을 개인의 어깨에 짊어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그 정도의 권리는 허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모두 마셔야 하는 건 아니죠.) 


그나저나, <존 로빈스의 음식혁명 (이하, 음식혁명)>은 여러가지로 얘기가 뻔한, 하지만 얘기가 나름 치열했던 주제였습니다. 며칠 전에 올렸던 감상문은 기본적으로 책에 대한 제 개인적 기록이었다면, 후기는 모임에서 나왔던 것을 위주로 정리를 해보겠습니다.


일단 함께한 분들이 모두 동의할 수 있는 것처럼 <음식혁명>은 책의 부제목에서도 얘기하고 있는 것처럼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합니다. 책은 윤리적 부당함과 과학적 무지함이라는 두 가지 관점에서 육식 위주의 삶에 대해 비판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유전자적으로 조작된 작품이나 화학제품, 조작되고 자연적이지 않은 공장식 목축과 수산물 양식 방식에 대한 비판이 더해지고 있습니다. 


책이 제시한 데이터상으로는 전세계를 모두 목초지로 쓴다해도 미국의 소고기 생산량을 맞출 수 없는 등의 몇 가지 과도함이 있기는 했지만 전체적인 흐름을 “육식을 줄이고, 자연적인 작물을 위주로 살자”라는 의미로 본다면 문제없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 수준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이 선사시대부터 육식을 해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거나 최초의 목축이 고기생산을 위한 것이었다거나 하는 전역사적 사실을 무시하고는 있지만 그 역시 해석이나 가능성의 영역이니까요.


<육식혁명>은 육식과 관련된 삶 전체가 개인의 건강 뿐만 아니라 사회의 건강, 그리고 전지구적 문제 (ie., 온난화, 대기오염, 물부족, 환경오염 등)의 최종 해결책이라고 말하는 수준으로 논의가 확대되다보니, 토론역시 자연스럽게 사회 전반, 지구 전반으로 흘러가기도 했습니다. <음식혁명>이 논하는 주제가 사회문제의 하나로서 “과도한 육식위주의 삶과 그로 인한 지구적 문제”이라면, 다른 문제들 (예를 들면, 소수자 보호, 난민, 기아, 경제적 정치적 불평등, 환경문제 등등등)에 관한 내용과 궤가 같이 진행될 수밖에 없었지요. 필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계속 마주하기 고통스러운 진실들(난민, 모피, 아마존 산불, 어린이 노동, 위험의 외주화, 공해물질의 생산 및 배출, 저개발국가에 대한 불평등한 개발 등)을 수백페이지가 되는 책에서 계속 얘기하고 있는 것 자체가 고통스러웠던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두번째로는 우리가 몰랐던 새로운 사실이라는 테마였는데요,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ABO식 혈액응고 얘기로까지 번져나갔습니다. 교과서에서 배운대로 O형의 혈액을 A형이나 B형 혈액형을 가진 사람에게 수혈할 수 있느냐의 문제였는데요, 당일 날 해결한 것은 아니지만 (제가 틀렸습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소위 말하는 교과서적 지식의 얄팍함을 또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O형 혈액을 A형이나 B형에게 수혈하면 안됩니다”) 더불어 ABO 혈액형 응고에 관한 정의를 수정해서 기억하고 생활하는 것처럼 육식에 대한 상식도 같은 방식으로 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해봤습니다. (이건 제 혼자만의 생각입니다)


마지막으로는 사회안에서의 “관용”의 범위에 대한 얘기가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육식위주의 참람한 생활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회문제나 환경문제 등을 얘기해다보니 자연스럽게 문제와 해결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인간의 이기심과 윤리, 실천의 문제가 대두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였을 테지요. 여기서 얘기가 관용과 불관용을 진행된 것은 특정 주제에 대한 비타협적 행동주의자들이 많아진 세상에서 그들 한 그룹의 정의가 다른 그룹의 정의와 충돌하고 그러면서 사회 문제가 해결이 아니라 날선 충돌로 이어져 또다른 문제를 야기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반성도 해보게 되었습니다. 결국 상대를 소멸시켜야할 절대악으로 보는 입장으로는 아무 것도 해결할 수 없다는 걸 인간의 역사에서 수없이 봤는데도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쉽지 않다는 걸 절감하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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