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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봉수 Jul 09. 2020

[코로나19] 자유에 대하여


한국과 유럽을 연결하는 일을 하다보니 요즘은 그냥 뉴스들을 보는게 일상이 되어버렸습니다. 전세계에서 똑같이 난리가 난 상황이다보니 한편으론 전세계가 비교가 되기도 하죠. 나라별로 가지고 있는 자원이 다르고, 역사가 다르고, 사회적인 합의의 정도와 내용이 다르므로 전세계의 대응이 다른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가는 내용이지만, 제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국제뉴스로 조금은 허탈하기도 하고, 이  와중에 온라인 수업을 하는 경우 유학생비자를 모두 취소할거라고 위협하는 대통령도 있고, 그럴 일은 아니지만 조금은 우쭐해지기도 하곤 합니다. 하지만 그래서 더 궁금해지기도 한 것이기도 합니다. 아예 물적 인적 기반이 차이가 나는 나라들이라면 모를까, 소위 OECD 국가들이라면 최소한 방향은 비슷해야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말이지요. 


즐겨보는 주간지도 요즘은 코로나19에 관한 내용이 절반은 되는 것같은데요, 그 중 "우리는 '미국식 자유'와 분명히 결별한다"는 꼭지가 특히나 좀 재미나게 읽혔습니다. 코로나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자유에 관한 정의"에서 찾을 수도 있었네요.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2266




정리하면 미국이 말하는 "자유"란 나를 위한 자유로, "간섭받지 않을 자유"를 말한다고 할 수 있다고 합니다. 내 몸은 내 것이고,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전에 내가 원하는 것을 하고 원하지 않는 것을 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 코로나19와 관련해서는 마스크를 쓰지 않을 자유, 총기를 소유하고 사용할 자유. 개인적으로는 이런 미국식 자유의 개념이 자본주의와 결합하면서 내 능력에 따라 내가 원하는대로 할 수 있는 자유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아닌 사람들도 많이 있지만 극단적으로 말하면, 내 돈을 내는 만큼의 (생각의, 의료의, 정치의) 자유가 있는 나라말이지요. 



한편 "자유주의"가 처음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던 유럽의 경우, 자유란 "위험으로부터의 자유"를 말한다고 하네요. 일종의 보험 개념이라고 할 수도 있을텐데, 확장시키면 모두를 위한 자유라고 말할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나라마다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전국민 의료보험을 적용하고 무상 교육, 무상 급식 등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 사회보장 제도들을 갖춘 나라들이라고 할 수 있지요. 결국 모두를 위한 자유라는 개념은 보편적 인권에 대한 강화로 발전을 해나간 것이라고도 볼 수 있을 듯합니다.



다시 "돈"과 관련된 예를 생각해보면 미국식 자유주의에서는 내가 능력이 충분해서 (어떤 의미에서든) 돈을 많이 벌어 부자가 될 자유도 있지만, 능력이 안되서 (어떤 의미에서든) 거지가 될 자유도 있다고 말할 수 있다면, 유럽의 경우는 거지가 되려는 경우 (어떻게 해서든) 사회가 나서서 거지가 되지 않게끔 (극단적 빈곤의 위험으로부터의 자유) 돌봐야하는 것이 차이라고 할 수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코로나19가 전세계가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은 전지구적인 동시간대의 일인데다, 저 역시 국뽕에 침도 질질 흘리는 사람인지라 한국도 함께 생각해봤습니다. 가급적이면 좋게 보려고 하면서 말이죠.



그런데... 한국에서의 "자유"에 대한 논의는 아직 뭔가 합의에 이르지 않은 듯합니다.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도대체 어느 나라에서 하루 평균 20명도 안되는 인원에 "급증"이라는 표현을 쓰는지 모르겠지만..)하던 5월 중순 독일의 한 방송사 인터뷰에서 한국 외무장관이 "아직 한국사회에는 사회적 협의 (social consensus)가 없다"라고 했던 것에는 인터뷰 내용이었던 성적 소수자에 대한 인식만 들어가있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범죄를 대하는 방식이나 피해자를 대하는 방식, 약자를 강자를 대하는 방식, 자유를 대하는 방식, 평등을 대하는 방식, 인간과 환경을 다루는 방식 등 이제 하나씩 꼴을 갖춰가는 시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크고 모호할 수 있는 개념일수록 작은 것에서도부터 협의를 만들어가야하는데 아직 갈 길이 멀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 개인적으로는 참 잘했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면에선 아직 사회적 합의가 되어있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서로간 충돌하는 가치와 행동이라도 실험적으로 해볼 수 있고, 이런 경험들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발판이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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