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랭킹이, 국내랭킹보다 높은 학교가 있다?
일반적으로 한국사람들은 랭킹에 아주 민감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나라는 모르겠지만 서울대-연대-고대로 시작하는 대학랭킹을 전국민이 외우고 있는 나라도 몇 안되지 않나 싶기도 하죠. 개인적으로는 전국민이 10개 대학 이상의 랭킹을 외우고 있다는 것보다, 전공별 성취도나 특성화 내용과 상관없이 같은 순서라는 게 더 문제라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어찌되었든 랭킹에 민감한 것은 사실이지요. 마침 저희 “사무실 1번 도비”도 영국 석사과정을 준비중이라 몇 번 얘기했던 부분이기도 합니다만, 생각난 김에 정리를 한번 해봤습니다.
사실 랭킹에 관해서는 영국이 제일입니다. 잘나서라기보다는 순서를 매기기를 좋아하는 “종특”같은 것이라고도 할 수 있죠. 와인에도, 대학교에도, 심지어 중고등학교에도 랭킹을 매기는 나라니까요. 다만... 전국민이 하나의 랭킹트리를 외운다는 지구상의 어떤 “큰” (Great) 나라랑은 좀 다른데요, 여러가지 기준을 정하고, 나름대로 객관화시키고, 표준화시키는 것이 특징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나온 건가요? 우리가 아는 ISO 표준도 영국이구요, 처음부터 국제공인 교과를 표방한 IB와 함께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중등학교 (중고등학교) 제도도 영국이구요, 심지어 어지간하면 다른 나라에서도 자국 자격증을 딸 수 있도록 (전세계에 영연방이 있어서겠지요?) 플랫폼을 오픈하고 있는 것도 영국이지요.
그나저나 알고 있는 내용이기는 합니다만, 실제로 데이터로 보니 또 다른 느낌이네요. 심지어 제목처럼 “국내랭킹보다, 국제 랭킹이 높은 학교”도 있고 말이죠. 매회 기록이 달라지는 스포츠 대회 성적도 아닌 다음에야 한국에서 5등인데, 전세계에서 3등이라면 좀 이상한가요? 아주 간단하게 말해, 순위 역전이 실제로 가능한 이유는 각 기관별로 랭킹을 매기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랭킹자체 대학 랭킹 자체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좀더 구체적으로 정리를 해보겠습니다만, 랭킹은 저마다 다른 기준을 가지고 순위를 매기게 되고, 국제평가를 내리는 기관과, 국내 평가를 내리는 기관의 기준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지요. 한국에서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회사가, 해외의 특수 분야에서는 글로벌 파워를 가지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요.
한가지 덧붙이자면, 국제 평가의 경우는 아무래도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자료들, 다른 한편으론 좀더 객관화된 수치의 자료들에 의존하다보니 국내랭킹에 비해서는 겉으로 드러난 모습들이 가지는 비중이 좀더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국제학생 비율이나, 국제학생 지원부서의 유무나 규모 등이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국제적인 활동을 활발히 하는 학교의 수준이 높은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또한 국제랭킹이 높은 학교들은 아무래도 국제학생들의 비율이 높아지고, 외국인에 대한 특혜와 더불어 실제 연구능력이나 수업능력이 저하하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런 문제는 특히 외국인 학생에게 입학에 있어 특혜를 제공하는 나라들에서 두드러진다고 할 수 있는데요, 외국인 학생의 유치가 상위권 대학 랭킹으로 이어지는 고리와 더불어, 결과적으로는 국제랭킹이 높을수록 외국인 학생의 수가 현지 학생 수에 비해 높아지는 단점이 생기기도 합니다. 단적으로 랭킹을 높이기 위해 외국인 학생의 수를 최대한 모으려고하는 한국 대학교에서도 이런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기도 하죠.
그럼에도 불구, 국제랭킹이 국내랭킹보다 높다는 건 지극히 예외적인 경우인 것은 분명합니다. 어쨌거나 국제랭킹이 국내랭킹보다 높으려면, 최소한 국내 랭킹이 어느 정도 수준이 되어야 하는 것은 분명하죠. 국내에서 20위, 세계에서 10위는 가능할 수 있지만, 국내에서 50위, 세계에서 25위는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인데요, 더불어 신뢰할 수 있는 자료들을 어느 정도라도 기준으로 삼는다면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쉽지만 우리나라에는 없구요. 영국엔 몇 개가 있습니다. 한편으론 말이 안되는 것 같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세계적인 학교임엔 분명한 학교들입니다.
국내랭킹 23위, 국제 랭킹 18위 에딘버러 대학교 (Edinburgh)
국내랭킹 58위, 국제 랭킹 31위 KCL (King’s College London)
국내랭킹 11위, 국제 랭킹 10위 UCL (University College London)
국내랭킹 34위, 국제 랭킹 29위 맨체스터 대학교 (Manchester)
랭킹을 잘 들여다보면, 나름 대입전략의 하나를 세울 수도 있습니다. 바로 “현지화”인데요, 국제랭킹이 높다는 것은 외국인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다는 것, 하지만 반대로 국내랭킹은 높은데 국제랭킹은 많이 낮다는 것은, 외국인 학생들에게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나름 영국내에서 경쟁력을 갖춘 학교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그 경쟁력이란, 현지에서의 취업률을 포함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죠.
국내랭킹 3위, 국제랭킹 97위, 세인트 엔드류스 (St. Andrews)
국내랭킹 4위, 국제랭킹 218위, 러퍼버러 (Loughborough)
국내랭킹 5위, 국제랭킹 74위, 더럼 대학교 (Durham)
국내랭킹6위, 국제랭킹 158위, 바스 대학교 (Bath)
맨 앞에 있었던 표는 여러개의 랭킹을 서로간 비교해본 자료입니다. 기계적인 비교이긴 합니다만 어떤 학교들은 국내랭킹에 비해 국제랭킹이 아주 높고, 반대로 어떤 학교들은 국내랭킹에 비해 국제랭킹이 아주 낮죠. 다시 진학지도와 관련해 생각해 볼 때, 어떤 학교가 나한테 맞느냐는, 앞으로 어떤 일을, 어디에서 하고자 하는가와도 연결이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한국으로 돌아와서 생활하기 위한 “학벌”을 생각한다면 다른 것 볼 것 없이 한국에서 유명한 학교가 좋다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지에서 제대로 공부해서 현지에서 제대로 한번 붙어보겠다고 생각한다면 현지인들이 우수하다고 생각하는 학교가 좀더 유리하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국내랭킹이냐 국제랭킹이냐는, 다시 어떤 랭킹이 어떤 특징을 좀더 뚜렷하게 드러내는가와 관련해서 생각을 해봐야할 것입니다. 결국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랭킹이 무엇인가, 어떤 랭킹이 더 좋은, 더 효과적인 분석틀인가에 대한 분석이 전제로 되어야 할 것이구요, 이어지는 글은 좀더 대학랭킹별 특징 혹은 그 연관성과 함의에 대해 생각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