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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속휘 Sep 21. 2022

준비

영혼 수사관 Ep. 17 - 미스터리 범죄 초자연 수사 스릴러 소설

술사 헌미를 기다리며 길 형사는 그 카페에 있는 모든 종류의 케이크와 빵 그리고 3잔의 커피와 2캔의 콜라를 마셨다. 난 초조한 마음에 술사 헌미에게 전화를 해 빨리 오라 독촉했다.


그 후로 길 형사가 2 조각의 케이크와 말차 라테를 더 먹고 마신 후에야 술사 헌미는 도착을 했다.

“왜…, 도대체 왜! 이렇게 늦어요!”

“저도 말차 라테랑 다크 초콜릿 케이크 부탁해요. 공필님” 술사 헌미가 자리에 앉으며 나에게 주문을 했다.

“15만 원입니다” 난 영수증을 술사 헌미에게 건넸다.

“뭐가 15만 원?” 술사 헌미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15만 원 줘요” 영수증을 술사 헌미의 명품 카우치 백 위에 올렸다.

“이 영수증은 뭡니까?” 술사 헌미는 영수증에 손도 대지 않고 말했다.

“이고 길 형사님이 다 드신 것들입니다. 술사 샘이 늦는 바람에 일이 이리되었어여.”

“흠…, 뭐 기왕 이리된 거 그럼, 말차 라테 하나랑 다크초코무스 하나 더 사 오시면 다 처리해 드리리다.”

“먼저 15만 원 주시면 술사 샘 건 서비스로 제가 쏠게요” 난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앉아있었다.

“거 명품 지르밟으며 걸으시는 분이 쪼잔하게시리…, 시원하게 먼저 현찰로 주시죠” 길 형사 퉁명스럽게 말했다.

“허허, 사람이 쪼잔해야 명품 지르밟으며 사는 겁니다” 술사 헌미가 웃으며 받아쳤다.

“할 말없으시면 저는 이만…” 길 형사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럼, 가시면서 이야기할까요” 술사 헌미도 카우치 백을 집어 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 바람에 영수증이 바닥에 떨어졌다.

“내 15만 원 줘요!” 나는 바닥에 떨어진 영수증을 집어 들며 말했다.

술사 헌미와 길 형사는 카페를 빠져나가 복도를 걷고 있었다.

난 테이블 위를 빠르게 정리하고 그들의 뒤를 쫓았다.


병원 로비에서 술사 헌미가 길 형사에게 청록색 한지 봉투 하나를 주었다.

“당분간 이거 가지고 다니세요.”

“이게 뭡니까?”

“방술지입니다.”

“저 천주교라 부적 이런 거 안 가지고 다닙니다.”

“이거 부적 아닙니다. 방술지입니다.”

“그게 그거 아닌가요?”

“다릅니다.”

길 형사와 술사 헌미가 옥신각신하고 있었다.

“그냥 잠깐 동안 가지고 다니세요. 그게 뭐 어려운 일이라고…” 난 그 방술지가 들어 있는 봉투를 술사 헌미의 손에서 빼앗아 길 형사의 야상 상단 주머니에 넣었다.

“제 차로 가시죠” 나는 길 형사의 등을 떠밀었다.


차 앞에 도착한 길 형사에게 술사 헌미가 물었다.

“제가 그놈 좀 만나 볼 수 있을 까요?”

“왜 그러시죠?”

“그놈이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을 겁니다. 그걸 찾아야 원흉 크루쓰멉을 칠 수 있습니다.”

“취조실에는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그놈이 진범이 맞긴 합니까?” 옆에서 듣던 내가 물었다.

“여기서 이러지 마시고 일단 저 좀 서로 데려가시죠” 길 형사가 차문을 열고 조수석에 올라탔다.

그렇게 우린 내 차에 모두 타고 경찰서로 향했다. 술사 헌미의 차는 그때 그 스텝이 운전을 하며 뒤따랐다.

“술사 샘, 그 중딩영가도 그 박춘호 새끼한테 살해된 거 같아요.”

“옆 마을 고아원에서 실종 신고된 중 2 남학생이 그 영가 같긴 하죠” 길 형사가 뒷좌석의 술사 헌미를 슬쩍 돌아보았다.

“이 일 마무리되면 시신 찾아서 천도해 주고 싶은데…” 나도 룸미러로 술사 헌미를 보았다.

술사 헌미는 아무 말없이 가만히 뒷좌석에 앉아있었다.


경찰서에 도착한 우리는 길 형사가 기다리고 있으라는 민원실 앞 복도에 서 있었다.

“술사 샘, 아까 운전하시던 저 스텝 뭐하시는 분이세요?”

“제 제자입니다.”

“어! 제자요! 그럼, 인사라도 좀 시켜 주시지…”

“제가 제자를 키운다는 말이 나가서는 안됩니다. 헌씨 가문만이 이을 수 있는 겁니다. 그래서 소개를 못 시켜 드립니다.”


그러는 사이 길 형사가 돌아왔다.

“박춘호랑 DNA가 일치한다고 결과 나왔죠. 그리고 그 안구들 DNA 결과도 나왔는데 현재 까진 논두렁 피해자 최자연 씨 DNA 확인됐고 다른 미제 사건 피해자들과 대조 중이니 금방 여죄들 나오겠죠.“

“잘 됐네요.”

“그럼, 자백받고 현장 검증도 하시나요?” 술사 헌미의 가느다란 눈이 번뜩였다.

“그래야죠.”

“그럼, 그때 저랑 좀 만나게 해 주셔야 합니다.”

“네? 그건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

“혹시, 주 형사님 여동생분 DNA도 나왔나요?” 나는 궁금해서 끼어들었다.

“그게…, 그 안구들 중에는 없었죠. 자백받고 더 찾으면 나오겠죠.”

“아무튼, 그때 되면 꼭 연락 부탁드립니다. 길 형사님!” 술사 헌미가 명함을 건네며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나도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온 나는 중딩 영가의 이름을 불러 봤다. 하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왠지 모를 쓸쓸함과 미안함이 밀려왔다.

논두렁 현장에 가보고 싶었지만, 술사 헌미의 경고로 그럴 수 없었다.

한편, 논두렁 라이브 방송을 하지 못하는 이유를 시청자들에게 여러 번 고지했어도 구독자 수는 계속 감소하고 있었다.



길 형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다음 주 수요일에 논두렁 현장 검증을 나간다고 했다. 주 형사와 술사 헌미에게도 알렸다 했다.

이제 진짜로 끝이 보이는 것 같았다.


그날 저녁 술사 헌미에게서도 전화가 왔다.

“내일 새벽 3시에 데리러 가겠습니다.”

“무슨 일로요?”

“논두렁 현장 갈 겁니다.”

“그럼, 그 중딩 영가 찾아볼 수 있나요?”

“우선, 현장 검증하는 날까지 그곳의 에너지를 바꿔 놓아야 합니다. 지금도 그 살인자랑 크루쓰멉이 연결돼서 소통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아니, 텔레파시 뭐 그런 게 된다구요? 설마…”

“텔레파시 정도는 아니더라도 서로 느낌과 환영이 오갈 수 있습니다.”

“혹시 주술은… 초능력인가요, 마법인가요?” 주술은 초능력 같은 것인가 아니면 마법 같은 것인가 궁금해졌다.

“술은 술일 뿐입니다. 이따 출발하면서 연락드리리다.”



술사 헌미와 제자라는 스텝 그리고 나 이렇게 셋이서 논두렁 현장에 왔다.

현장은 예전 모습 그대로였지만 무어라 말할 수 없는 음습한 분위기로 바뀌어 있었다.


제자 스텝이 황금 도금으로 된 상자와 커다란 금속 상자를 술사 헌미가 가리키는 곳에 놓았다.

황금 도금 상자 안의 길 형사의 몸에서 무엇인가를 쓸어 담아 놓은 황금색 자루를 꺼냈다. 황금색 자루의 군데군데가 곰팡이가 핀 것 같은 색으로 변해 있었다.

술사 헌미가 현장의 가장자리보다 2미터씩 넓게 신선이 들고 다닐 법한 지팡이로 원을 팠다.

그러는 동안 제자 스텝이 붉은색 노란색 검은색 흰색 황금색 가루를 파란 실크 천 위에서 조심스럽게 섞고 있었다.

나는 대나무 언덕 쪽을 살폈다. 혹시 중딩 강기진 영가가 느껴질까 싶어서였다.

원을 다 그린 술사 헌미가 황금 삽으로 제자 스텝이 잘 섞어 놓은 가루를 퍼서 그 파 놓은 홈 안으로 천천히 조심스럽게 부어 나갔다. 그러는 사이 제자 스텝은 금속 상자에서 커다란 호리병을 꺼내 머리 위로 들어 올려 주문을 외쳤다.


술사 헌미가 군데군데 색이 바랜 황금 주머니를 원을 그려 놓은 현장 안 쪽으로 던져 넣었다.

그리고 스텝에게 그 호리병을 넘겨받아서 열고는 그 주머니를 향해 붓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그 황금 주머니가 검은 불꽃을 피우더니 하늘로 떠 올랐다.

술사 헌미가 다시 호리병을 들어 그것에 붓는 시늉을 하자 검은 불꽃이 크게 타오르다 황금 불꽃으로 변하며 하늘로 둥실둥실 떠 올랐다.

아래에 서 있던 술사 헌미와 제자 스텝이 동시에 기묘한 손가락 동작을 하며 양팔을 꺾어 댔다.

그리고는 크게 주문 같은 것을 외쳤다. 그리자 그 황금 불꽃을 내며 떠오르던 주머니가 펑하고 터지는 소리를 내며 사라졌다.


술사 헌미와 그 제자는 똑바로 선 자세로 합장을 하고 그려 놓은 원을 바라보며 옆으로 돌기 시작했다.

그 속도가 점점 빨라지더니 주변의 공기가 바람이 되어 원 안으로 몰아 쳐 들어갔다.

그 둘은 마치 공중에 떠서 원을 따라 옆으로 날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더니 그려 놓은 원에서 환한 빛이 하늘로 쏘아져 오르며 서로 꼬였다.

술사 헌미와 그 제자가 보이지 않았다.

꼬인 빛줄기가 어두운 새벽하늘로 솟구쳐 올라갔다.

그리고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술사 헌미와 제자 스텝이 황금빛을 뿜어 내며 하늘에서 서서히 날아내려왔다.

저들이 진짜 술사 계승자들이라는 것을 그때서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사뿐히 내려선 술사 헌미가 나에게 다가왔다.

“경고장 달아 놓았고 다음 주 수요일 그놈이 여기 오면 그 경고장과 함께 염술이 원흉 크루쓰멉에게 갈 겁니다.”

“그럼 어떤 일이 벌어지나요?”

“그건 그 크루쓰멉에게 달려있습니다. 거투로 술법쟁이 벌어지느냐 아님 조용히 포기하고 사라지느냐… 아니면…”

“아니면요?”

“밀살을 지속적으로 쳐올 수 있습니다.”

“밀살 그게 뭔가요?”

“쉽게 말하면 은밀하게 지속적으로 낮은 살을 보내오는 겁니다. 보통은 일이 꼬이네, 재수 없네 정도랄까…”

“흠… 술사 샘이 그냥 한방에 보내 버리면 안 되나요? 쎈염술로요.”

“우주만물 천하계엔 질서라는 것이 존재합니다. 절대적인 룰 같은 것이 있지요. 가는 것은 반드시 돌아오며 선은 선을 악은 악을 덕은 덕을 저주는 저주를 기타 등등 모든 것은 상호작용을 하며 돌고 돕니다.”

“그럼, 샘, 쎈 선한 염술을 보내시면 되지 않을까요?”

“악은 선에 의해 감동되지 않습니다. 악은 피어나기 전에 압도적으로 제압을 해야 효력이 있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시면 되지 않나요?”

“그렇게 해놨습니다. 허허허”

제자 스텝은 어느새 주변 정리정돈을 깨끗이 끝마치고 차 앞에서 기다리고 서 있었다.


“이제 슬슬 돌아가 볼까요?” 술사 헌미가 주변을 한번 살피더니 걸음을 옮겼다.

난 중딩 영가가 궁금했다.

“술사 샘, 중딩 영가 느껴지시나요?”

걸음을 멈춰 선 술사 헌미가 합장을 하더니 손가락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모양을 만들었다.

“그 영가 소멸된 듯합니다” 술사 헌미가 대나무 언덕을 향해 합장을 한 채 허리를 세 번 숙였다.

“소멸됐다구요?”

“네, 아무래도 그 살인범이 다시 왔서 길 형사님한테 잡힐 때 그때 소멸되어 버린 듯합니다.”

“그럼…, 구제할 방법 뭐 그런 건 없나요?”

“글쎄요… 소멸하면 돌이킬 수 없습니다만 그 절대적 질서를 운행하는 힘이라면…”

“그 힘이 다시 소생시킬 수 있다는 건가요?”

“소생뿐이겠습니까! 재생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 힘 어떻게 알 수 있죠?”

“저도 모르고 아무도 모릅니다. 저희 같은 미물은 근접도 할 수 없고 했다손 치더라도 사라지고 말 겁니다. 가늠할 수조차 없이 절대적인 강력함 때문이죠.”

“그럼, 방법이 없는 거네요…”

“시신을 찾아온 맘과 온 힘을 다해 기도한다면 모를 일이죠. 지성이면 감천이라 하지 않습니까.”

“그럼, 시신은 어디에 있을까요? 혹시 술로 알 수 없나요?”

“저 대나무 언덕 어딘가에 있을 겁니다. 그런데 흩어졌습니다.”

“흩어졌다는 건 또 무슨 말인지요?”

“온전하게 찾기 힘들 겁니다.”

“이 사건 해결되면 길 형사님한테 부탁해 봐야겠습니다. 뭐라도 해봐야 제 맘이 편할 것 같아요.”

“찾아 안장해 주는 것은 도리입니다만, 자신 마음 편하자고 하는 일은 잘 살핀 후 하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술사 헌미의 충고에 수긍이 갔다.

그래도 시신 만은 찾아서 안장해 주고 푼 안타까운 마음은 지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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