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머속휘 Sep 22. 2022

타투(Tattoo)

영혼 수사관 Ep. 18 - 미스터리 범죄 초자연 수사 스릴러 소설

수요일 이른 새벽.


현장검증 생각에 잠을 이룰 수 없던 나는 주섬주섬 장비들을 챙겨서 그 문제의 논두렁으로 향했다.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에 도착한 논두렁 현장은 그저 여느 시골마을 풍경처럼 평온해 보였다.

저 넘어 언덕에 대나무들이 바람에 쓸쓸히 흔들리고 있었고 난 차 안에 흐르는 슬픈 가사의 발라드를 멍하니 듣고 있었다.


서서히 어둠을 밀어내며 하늘이 밝아왔다.

차 밖으로 나와 기지개를 켰다.

그러자 눈에 들오는 논두렁 사건 현장에는 이미 폴리스 라인이 쳐져 있었다.

싸늘한 이른 아침 바람에 다시 차 안으로 들어갔다.


운전석을 뒤로 조금 눕히고는 피곤한 눈을 감았다.

따가운 햇살에 눈을 떴다. 어느샌가 시간은 오전 10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다 식어 버린 커피를 거의 다 마셔 갈 무렵 저 멀리서 먼지를 일으키며 차량 행렬이 들어왔다.


십여 대의 차량들이 줄줄이 농로에 주차되었고 이내 주변은 소란스러워졌다.


방송국 차들도 보였고 여러 대의 순찰차들과 제복을 입은 경찰들도 보였다.

어수선한 분위기에 낯익은 길 형사가 보였다.

포승줄에 묶인 모자를 눌러쓴 범인으로 보이는 자가 경찰 밴에서 내리는 것을 길 형사가 잡아주고 있었다. 주변은 방송국 사람들과 기자들 그리고 경찰과 형사들이 한 대 뒤엉켜 아비규환을 이루고 있었다.

길 형사는 다른 형사들과 함께 범인을 끌고 논두렁을 내려갔다. 그 뒤로 여러 대의 방송 카메라와 기자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따라붙었다.

술사 헌미와 주 형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난 술사 헌미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받지 않았다.

주 형사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고 나도 논두렁을 내려갔다.


길 형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야! 방송국 접근 못하게 바리케이드 안쳐!”

그러자 제복 경찰들이 양손을 서로 잡고 인간 바리케이드를 쳤다.

나도 그 바리케이드에 걸려 먼발치서 볼 수밖에 없었다.

형사들에 둘러 싸인 범인의 모습은 볼 수조차 없었다.

방송국 사람들과 기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전에 병원에서 보았던 두사문 형사가 다가왔다.

“이제 현장 접근 하실 텐데요. 폴리스 라인 절대 넘지 말아 주시고. 지시에 잘 따라 주시길 당부와 협조 부탁드립니다.” 그리고는 인간 바리케이드를 치고 있는 한 경찰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고 두 형사가 현장으로 돌아갔다. 제복을 입고 있는 경찰관들이 바리케이드를 풀고 사람들 양옆에서 인간 난간을 만들며 따랐다.


모자를 깊이 눌러쓴 살인범 박춘호가 재현을 해 보이고 있었다. 슬쩍 보이는 그의 입술은 엷게 미소를 띠고 있었다. 검증 중간중간 생각이 안 난다며 담배를 요구했고 특정 상품의 탄산음료도 요구했다.


어느덧 시간은 오후 1시를 지나고 있었다.


어처구니없게도 살인범 박춘호가 자장면과 라조육 그리고 빼갈을 요구하며 버텼다.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짜증이 나 있었지만 그저 수군거릴 뿐이었다.

방송국 사람들 중 한 사람이 소리쳤다 “자장면 먹고 할까요?”

그러자 길 형사가 양손을 허리춤에 올리고 소리쳤다.

“여기 소풍 왔습니까!” 하더니 범인의 뒤통수를 한 대 갈겼다.

“씨벌넘이 쓰레기만도 못한 살인범죄자 주제에 뭐 잘났다고 어디서 설쳐! 이 씨부럴 쌔끼가 뒤질려고 어!”

형사들이 길 형사의 행동을 만류하며 카메라에 찍히지 않도록 가렸다.


“범죄자도 인권 있습니다~ 지금 그 언행 인권침해 아닙니까!” 방송국 기자로 보이는 사람이 소리쳤다.

길 형사가 형사들로 둘러싸인 안쪽에서 소리쳤다.

“누구야! 씨발 것!”

그리고 말리는 형사들을 뿌리치고 나왔다.

“범죄자 인권! 지랄하네! 선량하고 약한 사람들만 골라 그들 인권 짓밟고 무참히 생명을 빼앗아간 버러지 만도 못한 범죄자 새끼한테 인권! 타인의 인권을 존중할 때 그 인간에게도 인권이라는 게 주어져야 하는 거죠! 어디서 꼴값을 떨어! 누구죠?”

그러자 기자들이 일제히 아까 인권 타령한 기자를 바라봤다.

길 형사가 그 기자에게 다가갔다. 두 형사가 길 형사의 팔을 잡았다.

길 형사의 매서운 눈이 한 덩치 하는 두 형사를 올려다보자 두 형사가 뒤로 물러 섰다.

“당신 가족이! 무참히 살해당하고 능욕을 당한 채 이런 데다 나체 시신으로 버려졌고! 그게 미제 사건이 됐다가 어! 몇 년 만에 어렵게 그 범죄자 새끼 잡았어도 그렇게 말할 수 있죠! 어?” 길 형사가 화를 냈다.

“네, 그렇게 말할 겁니다” 그 기자가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그러자 “니 인권 저런 새끼한테 뺏겨도 그런 소리가 나올까? 가만 보니 너 어디서든 따지? 아님 저 살인자 새끼랑 같은 부류?” 하며 길 형사가 매서운 눈으로 노려보다 씩 웃어 보였다.

그 기자의 얼굴이 붉어지며 스마트폰을 들고 있던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방송국 사람들이 한국 인권이 좀 이상하게 변질되고 있다며 수군거렸다.

길 형사가 그 떨고 서 있는 기자에게 “꼬우면 꼬소하죠 누가 꼬숩지 함 보시죠” 하며 빙그레 웃어 보이고는 현장검증 장소로 돌아갔다.


현장 검증은 다시 재개되었고 길 형사의 패기에 눌린 그 살인범 새끼도 순순히 응하고 있었다.


대나무 언덕 쪽에서 계란 썩는 냄새가 불어왔다.

난 중딩영가가 떠올랐다 그래서 그쪽을 돌아보았다.

거기에 술사 헌미와 제자 스텝이 합장을 하고 서 있었다.

한참 범죄를 재현하던 박춘호가 갑자기 고개를 빠르게 좌우로 흔들기 시작했다. 그러자 쓰고 있던 모자가 벗겨져 날아갔다. 주변의 형사들이 당황하며 어쩔 줄 몰라했다.

이번엔 화약 같은 냄새가 불어왔다.

다시 돌아본 술사 헌미와 제자 스텝은 그대로 합장을 하고 서 있었다.

박춘호의 목이 뒤로 확 젖혀지며 벌어진 입 밖으로 신음 소리 같은 주문을 읊조리는 듯했다.

놀란 모든 사람들이 소리를 내며 한 걸음씩 뒤로 물러 섰다. 그리고 당황한 모습들로 무슨 일인가 보고만 있었다.


목이 뒤로 젖혀진 박춘호가 소리쳤다.

“vongvengophlauv” 알 수 없는 말이었다.

그리고 두 눈의 검은 자가 확장되며 괴상한 소리를 질렸다.


‘뚱웅’ 커다란 종소리와 함께 땅이 흔들렸다.

사람들이 바닥에 낮게 엎드리고 앉으며 지진이 일어났다 소리쳤다. 사람들은 땅의 흔들림은 느끼지만 그 커다란 종소리 같은 것은 듣지 못하는 것 같아 보였다.

박춘호가 술사 헌미와 제자 스텝이 합장하고 서 있는 대나무 언덕 쪽으로 몸을 돌렸다.


‘뚜우웅’ 다시 커다란 종소리가 울리며 땅이 흔들렸다.

박춘호가 술사 헌미를 향해 양손을 뻗으며 알 수 없는 괴성을 질렀다.

그리자 옆에서 합장하던 제자 스텝이 술사 헌미의 앞을 가로막고 섰다.

그 제자 스텝은 황금으로 만든 방탄조끼 같은 것을 입고 있었다.

합장을 하고 서 있는 제자 스텝 뒤에서 무수히 많은 손들이 길게 뻗어 나왔다.

하지만 나 외에는 아무도 술사 헌미와 제자 스텝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길게 늘어난 무수히 많은 손들이 사건 현장을 감쌌다.

현장은 어두워졌다. 마치 검은 구름이 온 하늘을 뒤덮고 있는 것 같았다.

사람들이 두려워하며 어수선해졌다. 그 들은 주변이 왜 어두워졌는지 이유를 모르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주변을 감싼 커다란 많은 손들의 손바닥에서 푸른 불덩이가 박춘호를 향해 사방에서 날아가 꽂혔다.

그러자 박춘호가 입고 있던 모든 옷들이 산산이 조각나며 사방으로 튀어 날아갔다.

그리고 그 손들이 사라지며 주변이 다시 밝아졌다.


나체로 서있는 박춘호를 본 사람들은 그저 놀라고 있었다.

두 형사가 재킷을 벗어 박춘호의 하반신을 가렸다.

박춘호의 등 전체에는 알 수 없는 글자처럼 보이는 문양이 문신되어 있었고 그 문양을 따라 보라색의 빛이 발광하며 움직였다.

저 놈의 등 문신을 자신이 서있는 쪽으로 돌리라고 내 머릿속에서 술사 헌미의 목소리가 울려왔다.

난 무작정 뛰어들어 박춘호의 등을 술사 헌미 쪽으로 돌려세웠다.

그때였다.


고막을 찢을 듯한 엄청난 천둥소리가 박춘호의 몸에서 울리며 번개가 그놈의 등 문신에서 뿜어져 나와 하늘을 향해 올려 쳤다. 그 충격으로 나는 날아가 논바닥에 떨어졌다. 아픔도 느끼기 전에 나는 몸을 일으켜 그놈과 술사 헌미를 번갈아 보았다.

연쇄 살인범 박춘호는 머리를 힘없이 떨군 상태로 무릎을 꿇고 있었고 술사 헌미의 모습은 희미하게 연기로 변해 갔다.

박춘호의 등의 문신은 희미한 화상 자국 같은 흔적만을 남기고 사라져 있었다.


지진이 일어났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119에 전화를 걸기도 하고 여기저기로 연락을 취하고 있었다.

범인의 상태를 살피던 길 형사와 눈이 마주쳤다.


내가 합장을 해 보이자 이해했다는 듯 길 형사가 고개를 한번 까딱여 보였다.


그 자리를 벗어나 차로 돌아온 난 술사 헌미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고려 술사 헌씨 가문의 35대손 계승자 술사 헌미입니다.”

“어디세요?”

“술단입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 건가요?” 충격에 내 목소리가 떨렸다.

“이것이 진정한 술수입니다.”

“이제 어떻게 되는 건가요?”

“기다려 봅시다” 술사 헌미의 침착한 목소리에서 왠지 모를 불안감이 느껴졌다.

“번개가 날아갔는데 그게 염인가요?”

“뭐, 그런 셈입니다만 슬쩍 다른 겁니다.”

나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두려웠다.

“두려워 마세요. 제가 헌 씨 가문의 계승자입니다.”

“잘 모르겠습니다” 나 스스로 나 자신에 이질감이 느껴지며 현실감이 제로가 되었다.

“그런 감정 당연합니다. 사람이 많이 있는 곳에 가십시오. 뭐 흥행하는 영화라도 한편 보고 오시면 한결 좋아지실 겁니다.”

여러 조언을 술사 헌미로부터 듣은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차를 몰아 용산으로 향했다.

영화를 보고 난 후에도 감정 상태에 변화가 없다면 강남으로 넘어가 잘생긴 원시인 불러내서 클럽이나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그리고 영화관을 나온 후에도 나의 감정 상태는 뭐라 말할 수 없이 혼란스러웠다.

원시인에게 전화를 걸려고 전화기를 꺼내 들자 길 형사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어디죠?”

“용산요.”

“강남에서 한잔하죠.”

“아직 초저녁인데요?”

“교대근무 끝난 사람은 날이 훤할 때부터 마셔줘야 하죠! 장소 문자로 보냅니다.”

무슨 말인지 잘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고는 전화를 끊어 버렸다.

그리고 문자 한 통이 날아왔다. 카페 주소였다.

술 마시자 더니 또 커피인가 생각하며 주차장으로 걸었다.



도착한 카페에는 아직 길 형사는 보이지 않았다.

난 기다리며 스마트폰 게임에 접속했다.

그러자 이미 게임에 접속해 있던 원시인이 메시지를 보냈다. 어디냐고 묻는 넘한테 강남역이라 했다.

자기도 강남역에 있다며 보자고 했고 나는 카페 이름과 주소를 문자로 보내고 이리로 오라 했다.


얼마 후.

길 형사와 원시인이 순차적으로 카페 안으로 들어섰다. 그 둘은 동시에 나에게 다가오며 손을 들었다. 그리고는 자리에 앉았다.

자리에 앉은 길 형사와 원시인이 서로 멀뚱 거리며 바라보고 있었다.

“서로 인사하시죠. 이쪽은 원시인… 아니…, 고원시라고 제 배꼽친구입니다. 원시인, 이분은 길교하 형사님.”

서로 어색하게 웃으며 인사를 했다.

원시인이 눈을 찡긋거리며 나를 봤다.

“눈에 뭐 들어갔냐? 왜 그래?”

“안약 드려요?” 길 형사가 야상 주머니에서 낱개로 포장된 안약을 꺼냈다.

“아닙니다” 원시인이 과장되게 손을 흔들었다.

“뭐? 말해 원시인처럼 그러지 말고” 다시 찡긋거리는 원시인에게 말했다.

“혹시 둘이 사귀는 사이 아님 뭐 썸 타는 사이 뭐랄까… 뭐 그런 느낌의 관계랄까..”

“공필씨와 저와의 사이 뭐랄까 그런 느낌 적인 느낌을 서로 공유하며 미제사건의 영혼을 갈구하는 공조 관계랄까죠.”

“공조요?” 원시인이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길 형사를 뚫어져라 봤다.

“네, 미제사건 수사 공조” 길 형사가 명함을 그런 원시인에게 내밀었다.

“죄송해요. 원시인이 하도 보자고 해서 오라 했어요.”

“괴안죠, 뭐랄까, 부담 없이 훨씬 더 비싼 무언가를 맘껏 즐길 수 있는 추가 옵션을 달은 거죠. 하하하”

원시인이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하는 눈치였다.

“사실 여기 오면서 형사님 봤는데 키도 크시고 너무 아름다우셔서 모델인 줄 알았습니다. 허헐허헣” 원시인이 멍청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고는 바보 같이 웃었다.

난 원시인을 무시하고 길 형사에게 물었다.

“현장 검증 어떻게 잘 끝났구요?”

“네, 그럭저럭 끝내고 서로 가는 내내 그 새끼 겁에 잔뜩 질려서 제대로 다시 다 말하겠다며 울고불고 난리였죠.”

“그래요! 그래서요?”

“무슨 일인지…” 원시인이 끼어들려 했다.

“그냥 들으시죠” 길 형사에게 상체를 숙여 다가오는 원시인의 어깨를 뒤로 밀며 말했다.

얼굴이 빨개진 원시인이 자세를 고쳐 앉았다.

난 원시인에게 커피 좀 사 오라고 하자 길 형사는 가장 비싼 걸로 사 오라고 했다.

원시인 퉁퉁거리며 주문하러 갔다.

그리고 길 형사가 말을 이어 갔다.


“그 새끼 말로는 여자 아이 하나를 죽이고 집에 돌아갔는데 그 아이 귀신이 그날 밤부터 나타나서 괴롭혔답니다. 그런데 그게 처음 살인이 아니라는 게 극혐이었죠. 그날 이후부터 자기가 죽인 영가들이 나타나서 괴롭혔답니다. 그러는 와중에 형사들이 집 주변에서 탐문하고 다니는 것을 보게 됐고 교도소에서 알게 된 빵 동기가 캄보디아에 있어서 캄보디아로 도주했뎄죠. 그 빵 친구와 술을 마시면서 죽인 영가들이 괴롭힌다고 말하자 평소 펜타닐 거래를 하던 업자가 캄보디아 무당을 소개해 줬는데, 그 년이 헌미 씨가 말하는 그 흑주술사인 것 같습니다.”

“년이라면? 그 크루쓰멉이 여자란 거네요?”

“네, 그렇겠죠. 박춘호 그 개새끼가 달러로 천불 꽂아 주니까 그 마녀가 몇 가지 방법을 알려주고는 자신이 등에 문신을 새겨 넣으면 어딜 가든 보호해 주는 것뿐만 아니라 언제든 도와줄 수 있다고 했답니다. 그래서 등에 그 문신을 했다죠. 그리고 주 형사 동생 살해 때부터 그 주술사가 알려준 대로 살인이 끝나면 의식을 치른 후 피해자들의 두 눈을 뽑았답니다. 바퀴벌레만도 못한 새끼!”

“아~” 난 무언가 떠올랐다.

“왜 그러죠?”

“그때 여자 허밍 소리…”

원시인이 테이블 위에 커피를 하나씩 세팅하며 놓았다.

“드시면서 더욱 상쾌하게 담소를 나누시지요” 원시인 세팅을 끝내고 길 형사 옆자리에 앉았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신 길 형사가 말을 이어갔다.

“한국에 돌아온 박춘호 이 찌질한 새끼가 더 이상 영가들이 보이지 않자 살인 충동이 다시 일어났고 대상을 찾아 이리저리 밤거리를 헤매다 주 형사 동생을 보게 되었다죠. 주 형사 동생 안구는 처음이라 하수구에 버렸답니다. 그 후 며칠이 지나 문득문득 그 안구를 버린 장소에서 주 형사 동생 영가가 보이더랍니다. 그래서 그 흑마녀와 상의 끝에 주 형사 동생 영가를 결계에 가두고 덫에 걸어서 소멸시켰다죠. 그 후로는 살인 후 뽑아낸 안구들을 유리병에 포르말린에 담가서 그 지하공간의 암막커튼 뒤에 보관해 왔답니다. 그 장소가 결계 그 자체였다죠. 하지만 그게 치명적 증거가 될 거란 걸 꿈에도 몰랐나 보죠. 죽인 영가들의 눈을 흑마법 주술을 걸어 둔 암막 커튼으로 가려 볼 수 없도록 만들어서 지를 못 찾아오게 한 거라죠. 그런 후에 그 흑마녀의 지시에 따라 매번 다른 방법으로 결계와 덫으로 묶은 후에 소멸시켰다네요. 그러고 나면 그 년한테 돈을 보냈답니다. 버러지만도 못한 것들. 그런데 그 논두렁 피해자 영가 헌미 씨가 풀었죠 그 후로 다시 보이더랍니다. 그래서 그 마녀년이 알려준 방법대로 처리하러 거기 다시 갔던 거랍니다. 근데 거기서 나한테 딱 수갑 찬 거죠.”

“이게 다 무슨 말인가요?” 길 형사의 말을 듣던 원시인이 눈이 동그래져 물었다.

“오~ 이 친구 자세히 보니 잘 생겼네요! 커피가 맛나죠” 길 형사가 커피 잔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네! 하하핳 제가 쫌 생기긴 했지요” 얼구이 빨개진 원시인이 길 형사에게 다가가 말하려 했다.

나는 길 형사에게 퍼뜩 말을 걸었다. “그래서요? 그 새끼 여죄들이랑 증거들 다 나왔나요? 그리고 강기진에 대한 것도요?” 쑥스러워하는 원시인 놈이 꼴 보기 싫었다.

“거의 다 나왔다고 보면 되죠. 그런데 강기진에 대해선 모르던데요. 암튼 박춘호 새끼 자백도 거의 다 받았으니 곧 합당한 심판받겠죠.”

“그 벌이라는 게 잘해야 언제 풀려나도 이상하지 않은 무기징역 나오지 않을까요? 판사님들한테 반성의 편지 수십 통 쓰거나 여론이 흐지부지 해지면서 감형받겠죠. 아님 가석방받던가… 그게 우리나라 현실 아닌가요?” 난 갑자기 열불이 올랐다.

“그러게! 이해가 안 가 왜 피해자 가족들에겐 사죄를 안 해? 그리고 판사들이 왜 그 반성문을 받고 지들이 왜 용서하냐고 피해자 가족들은 피눈물로 남은 삶들이 힘들어 질게빤 하잖아. 피해자 가족들이 용서를 해도 용서를 해야지! 그리고 그런 미친 살인마들은 사형시켜야지!” 원시인도 덩달아 열을 올렸다.

“그 벌레만도 못한 것들은 미친놈도 악마도 아닙니다. 그냥 지보다 약한 사람들의 생명과 인권을 유린하며 즐긴 우리 사회의 쓰레기보다 못한 범죄자들일뿐입니다. 그리고 사형 집행이 안 되는 현실에서 사형선고만 계속 내려지면 문제들이 발생될 수 있습니다. 이게 교정 시스템에선 좀 복잡한 내용이라…, 아무튼, 저는 이렇게 생각하죠. 감형이나 가석방 없는 종신형 선고하고 노동시켜서 돈 벌게 해야 하죠. 그중의 50퍼센트 이상은 피해자 가족들에게 피해 보상하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테죠. 교도소 안에서 죽을 때까지 사죄의 피해보상과 사회의 한 일원으로 신성한 노동의 가치를 일깨워 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죠. 혈세도 절약되고…” 길 형사가 잔에 남은 커피를 벌컥벌컥 마시고는 내려놨다.


민망해진 원시인이 클럽이나 가서 한잔 하며 기분 전환하자 했다.

우리는 카페를 나와 제법 어두워져 화려한 불빛 찬란한 거리를 걸었다.

그렇게 바삐 움직이는 선량한 시민들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답답한 마음과 어지러운 머릿속에서 나오는 한숨을 크게 하고서.

이전 17화 준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