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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속휘 Sep 23. 2022

영혼의 위로자

영혼 수사관 Ep. 20 - 미스터리 범죄 초자연 수사 스릴러 소설

 

나의 유튜브 채널과 술사 헌미의 채널에서 방송되었던 주요 부분들이 미제 사건을 해결하는 데 기여했다며 메이저 방송사들과 신문사들의 뉴스뿐만 아니라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도 소개가 되며 그야말로 레전드 떡상을 했다. 원래부터 인터넷 방송 쪽에서는 유명했던 술사 헌미가 이제는 한국을 대표하는 유일무이한 술사로 자리매김했고 사람들은 주술에 많은 관심들을 가지게 되었다. 얼마 전에 유튜브로부터 다이아몬드 버튼을 받으며 고스트 헌터계에선 나는 정상을 찍은 진정한 전설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오랜만에 술사 헌미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안녕하세요옹~ 고려 술사 헌씨 가문의 35대손 전통 계승자 술사 헌미예요옹~”

“알아요. 전번 저장명 다 떠요. 뭐 새삼스럽게스리.”

“오늘 시간 어떠신지요?” 술사 헌미가 중저음의 목소리로 물었다.

“오늘은 언제라도 좋습니다만, 무슨 일 있어요?”

“아주 많이 늦은 감은 있지만 제 주점에서 오늘 전부 모여 자축 연회를 성대히 펼쳐 볼까 하오만” 술사 헌미가 목소리에 힘을 실어 말했다.

“그새, 주점도 오픈하셨어요?” 나는 그저 자그마한 동네 주점 정도로 여겼다.

“네, 연쇄점으로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공필님도 한 번쯤 들어 보셨을 텐데요?”

“제가 들어 봤을 거라고요? 상호가 뭔데요?”

“술사 술입니다.”


술사 술은 MZ세대뿐만 아니라 X세대까지 아우르는 전통 퓨전 클럽 주막으로써 승승장구하며 해외에도 지점들이 확장되고 있는 글로벌 K-JuJeom(주점)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고 있는 프랜차이즈였다.


“에이~ 술사 샘! 또 뻥끼 발동하셨네” 말을 하고 보니 ‘술사 술’이라는 상호가 단순히 술 사라는 의미뿐만 아니라 술사의 술이라는 의미도 내포되어 있었다.

“허허허, 오늘 19시에 강남점으로 오시오. 거기가 제일 큽니다. 고럼 이따봅세다앙~”

전화를 끊은 후 부러움이 쓰나미처럼 밀어닥쳤다. 알고 보니 술사 샘은 내가 생각했던 거보다 훨씬 더 엄청난 재력을 가진 자였다.  




약속시간 20분 전에 난 평상시 복장으로 ‘술사 술’ 앞에 도착했다.

엄청난 인파가 술사 술이 있는 건물 앞과 도로를 점령하고 있었다.

건물로 진입이 어려워 인파의 가장자리에서 무슨 일인가 살피고 있었다.

요란한 클랙슨 소리와 커다란 음악소리가 도로에 울려 퍼졌다.

모여 있던 사람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난 무슨 행사 홍보 같은 것이 오나 생각하며 조금씩 사람들 틈을 뚫고 건물의 입구로 다가갔다.

갑자기 사람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난 대단한 연예인이 왔구나 생각하며 누구인지 보려 했다.

인파가 양방향으로 순식간에 갈라졌다. 그 바람에 나는 다시 인파들 밖으로 밀려났다.

술사 헌미가 엄청난 연예인들도 초대를 했구나 싶었다.

모인 군중들이 소리쳤다 “헌미! 술사! 헌미!”

‘뭐냐! 연예인이 아닌 술사 헌미가 온 거라고?’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난 낑낑대며 인파를 비집고 힘겹게 입구로 다가갔다.

그때였다. 내 옆의 사람들이 귀가 찢어져라 비명을 질렀다.

깜짝 놀란 나는 무슨 일인지 주변을 살폈다.

사람들이 나를 보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감공필! 영혼 수사관! 감공필!”

주변의 사람들에 의해 나는 중앙으로 떠밀러 들어갔다.

엄청난 환호성에 불안해졌다.

그렇게 떠밀려 술사 헌미가 서 있는 곳까지 갔다.

술사 헌미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황금색으로 치장이 되어있었고 주변의 조명들로 인해 광채가 나고 있었다.

“공필니임~ 오셨네요옹~” 술사 헌미가 여러 대의 카메라 앞에서 교태를 털었다.

그러자 군중들 사이사이에서 외침이 들렸다.

“스본적되! 스본적되!”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행복한 웃음이었다.

“들어갑시다” 술사 헌미가 모여 있는 인파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우리는 경호원들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입구로 들어갔다.




온통 황금 색으로 치장이 된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술사 샘, 이제 출마하셔도 되겠어요!”

“허허허 그래 볼까 합니다.”

“기왕 하는 거 대선 도전해 보세요. 적극 지원하겠습니다.”

“글쎄요. 한번 해 볼까요! 허허허”

우리를 실은 황금색 엘리베이터가 꼭대기 층에 멈추며 문이 열렸다.

‘꿍쿵쿵 꾸웅 쿵쿵’ 우퍼에서 울리는 전자 베이스음이 뱃속을 때렸다.

들어간 ‘술사 술’ 퓨전 클럽 주점은 초대받아 온 많은 손님들로 엄청난 열기가 가득 차 있었고 화려하게 치장한 사람들이 시끄러운 전자음에 몸을 흔들고 있었다. 간혹 유명한 연예인들도 보였다.

“와~ 대단해요~ 술사 샘~” 난 엄지를 들어 보였다.

“뭐 이 정도 가지고 이러시나? 허허허”

누군가 뒤쪽에서 내 허벅지에 로우 킥을 날렸다. 몸이 휘청이며 쓰러질 뻔했다. 아픔을 참으며 뒤 돌아봤다.

“누구 신데 이런 무례한 짓을 하십니까?” 견딜 수 없는 아픔에 화가 났다.

뒤 돌아본 곳에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장신의 여인이 시상식에서나 볼 듯한 화려한 빨간 실크 드레스를 입고 서 있었다. 황금색으로 인테리어가 되어있는 공간에 휘황찬란한 조명으로 빨간 실크 드레스가 더욱 도드라져 보였다.

“그 얼간이 같은 얼굴은 뭐죠?”

“설마… 길 형사님?” 너무 놀라웠다.

뭐 낡은 야상과 전투화에 청바지 차림에도 모델같이 예뻤던 길 형사가 치장을 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주 형사도 멋진 영국 신사의 고풍스러운 정장을 입고 옆에서 웃고 있었다.

“술사 샘! 말 좀 해주지! 드레스코드 있다고!” 역정을 냈다.

“말해 주면 입고 올 정장은 있으시나?” 술사 헌미가 툭 튀어나온 배를 어루만지며 웃었다.

“나 따라오시오~” 술사 샘이 손짓하며 어디론 가 걸어갔다.

주형사와 길형사가 그런 우리를 웃으며 바라보고 있었다.


술사 헌미는 CEO라고 적힌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커다란 회의 테이블 위에 명품 브랜드의 박스가 멋스럽게 포장되어 있었다.

“혹시! 이거이고 내 건가요?”

“아니 올 시다 그 옆에 있는 것이요.”

그 옆에는 어떠한 브랜드 로고도 없는 후들 해 보이는 검은 비닐의 정장 백이 놓여 있었다.

“아~ 돈도 많은 삶이 기왕 쓸 거 좀 많이 쓰지” 투덜대며 정장 백을 열었다.

그 안에는 아무나 살 수 없다는 명품 중의 명품 정장이 들어 있었고 그 정장 백 아래에는 동일한 명품 구두 박스가 놓여 있었다.

“술사 샘! 멋쟁이! 고마워요” 난 감사의 표시로 합장을 해 인사를 했다.

“얼릉 갈아입고 나오시오~옹” 술사 헌미는 양팔을 벌려 날갯짓하며 사무실을 나갔다.


처음 입어 보는 명품 정장과 구두를 두근거리며 갈아입었다. 마치 맞춤 정장처럼 핏이 딱 맞아떨어졌다. 전신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낯설면서도 멋져 보여 너무 흐뭇하고 좋았다.

난 자신감이 넘쳐흐르는 걸음으로 사무실을 나섰다. 그리고 스테이지에 점점 가까워지자 요란하던 음악이 조용한 무드 있는 음악으로 바뀌며 사람들이 박수를 쳤다. 내가 걸어 들어가자 사람들 사이로 길이 열리며 술사 헌미가 서 있는 무대가 보였다.

핀 조명이 나를 비췄다.

술사 헌미가 마이크를 두 번 툭툭 치더니 말했다.

“레전드의 레전드! 유튜버 영혼 수사관 감공필을 우뢰와 같은 박수로 맞이해 주세요옹!”

사람들이 내 이름을 환호하며 박수를 쳤다.

술사 헌미가 올라오라 손짓을 했다.

난 흥분한 나머지 계단을 이용하지 않고 허리 높이의 무대 위로 훌쩍 뛰어오르다 비싼 바지가 찢어질 뻔했다.

술사 헌미가 마이크를 나에게 주었다.

“감공필입니다. 좋아해 주셔서 먼저 감사하단 말씀드립니다. 미제사건의 실마리라도 잡고 싶어 시작한 일이 이렇게 첫 결실을 맺게 되어 너무너무 기쁩니다. 이건 여기 술사 헌미 님과 그리고 저 아래 서 계신 두 분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나는 길 형사와 주 형사에게 올라오라 손짓했다.

길 형사가 무대 뒤쪽 계단으로 올라왔다.

“우와~”하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주 형사도 무대 위로 올라섰다.

난 마이크를 주형사에게 넘겼다.

“영안을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영안자으로서 조금 도왔을 뿐이고 여기 계신 이 아름다운 분이 검거하신 거랍니다” 주 형사가 길 형사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이거 왜 무슨 영화제 시상식 같죠? 그냥 놀죠! 다 꽁짜라죠. 오늘 여기!” 길 형사가 크게 외쳤다.

그러자 사람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클럽 주점 안은 다시 커다란 음악 소리로 채워졌다.

우리 모두는 있는 힘을 다해 자축하며 한껏 마시고 그 시간을 맘껏 즐겼다.




‘삐삐삐삐삐’ 새로운 EMF 측정기의 경고음이 심하게 울린다. 에러가 나 수치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여러분 여기서부터 새 장비 에러 난다. 여기 뭔가 진짜 있어!”


나는 어둠이 가득한 새벽에 흉물로 변해 버린 흉가 앞에서 오늘도 어김없이 라방을 하고 있다.

“여기는 희대의 연쇄 살인범의 집이야. 그놈이 잡혀간 후 이렇게 흉가로 변해버렸지. 그리고 오늘 여기 온 진짜 이유는 아직 잡히지 않은 또 다른 범인의 잔혹한 미제 살인 사건이 벌어진 현장이기도 하고. 이 미제 사건이 여러분도 잘 아시는 여아 유괴 살인 사건이야. 자, 이제 슬슬 진입해 볼게” 나는 조심이 흉가의 대문에서 집 쪽으로 다가갔다.

제법 넓은 마당에는 온갖 잡풀들이 허리까지 자라 있었고 그로 인해 바닥은 보이지 않았다.

장갑을 낀 손으로 이슬 맞은 풀들과 거미줄을 헤치며 흉가 쪽으로 다가갔다.


‘딸랑’ 쇠 방울이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가 영이에 들린 것인지 실제로 들린 것인 지 알 수 없었다. 난 채팅창을 들여다봤다. 방울소리에 대한 이야기가 없는 것으로 보아 영이에 들려온 것 같았다. 다시 조용히 발소리를 죽여 가며 천천히 전진했다.

‘딸랑’ 다시 방울 소리가 들렸다.

“여러분 쇠 방울 소리 들으신 분 있어?”

채팅창에는 들은 이가 없는 것 같았다. 난 소리 증폭기를 연결했다.

“소리 증폭기 연결했으니까 볼륨 조절 잘하시고 잘 들어 봐 줄래.”

거의 흉가에 다다랐을 무렵 다시 방울 소리가 들려왔다. 채팅창에 후원금 메시지로 방울소리 들림과 위험하니 철수, 조심하세요 등의 메시지 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거 영이로 들린 게 아니란 건데 무슨 방울 소리일까?”

흉가 입구 옆에 커다란 유리로 된 새시 창문을 비춰보았다.

먼지가 잔뜩 낀 유리 너머로 무언가 여러 가지 것들이 길게 걸려 있었다.

“이게 뭐지? 이거 뭔지 아는 사람?”

난 카메라를 유리창 가까이로 들이밀었다.

“어! 이거…” 난 잠시 말문이 막혔다.

“여러분 집 안으로 진입하기 전에 이게 뭔지 확실히 하고 들어 가야 할 것 같아.”

알 수 없는 기운 같은 것이 더러운 유리창 너머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비방이나 덫 같은 것일 수 있겠다 생각이 들었다.

난 조심스레 새시 문을 밀어 열어 보았다.

‘끼끼이익’ 소름 끼치는 소리를 내며 낡고 더러운 새시 창문이 조금 열렸다.

“열리는데!” 들여다본 채팅창은 얼어붙은 듯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다시 천천히 힘을 주어 새시 창문을 열었다.

‘끼이이익’ 소리를 내며 커다란 창문이 열렸다. 그리고 그 창문의 안쪽에는 무엇인가 길게 여러 줄이 가로질러 걸려있었다.

“이게 뭐지?” 난 가까이 다가갔다.

술사 헌미가 흉가에서 아무거나 손으로 만지지 말라며 준 황금 마법 손 칼 같은 것을 꺼내어 그 줄을 살폈다.

그리고 난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살펴본 것들은 여러 가닥으로 고를 묶은 새끼줄에 부적 같은 것들이 묶여 있었고 군웅 방울이 누군가 입던 옷을 잘라 고로 묶어 두었다. 그리고 보이는 무수히 많은 전복 껍데기들이 있었다.

그때였다.


술사 헌미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공필님” 전화기 넘어 술사 샘의 목소리가 다급했다.

“더 이상 진입하지 마세요. 위험합니다.”

“왜요? 근데 술사 샘 오늘 휴방? 내 방송 보고 있었나 보네?”

“그것들 아무도 못 들어오게 막아 놓은 겁니다” 술사 헌미의 목소리가 심각했다.

“그럼 라방은요?”

“그 주변 땅에 혹시 장독 같은 것들이 묻혀 있나요?” 술사 헌미의 목소리가 조금 떨리는 듯했다.

“여기 풀들이 개 많아서 땅바닥이 안 보입니다” 나는 발로 풀들을 흩어 보며 말했다.

“잘 살펴야 합니다. 신속하게”

건성건성 발로 흩어 보던 중 장독 뚜껑 같은 것들이 보였다.

“어, 장독 같은 것들이 땅 속에 있는 것 같아요. 그것도 많이” 나는 뚜껑 같은 것 하나를 열어 보려 허리를 숙였다.

“안돼! 만지지 마!” 술사 헌미가 소리를 질렀다. 깜짝 놀란 나는 뒤로 물러 났다.

“왜 그래요? 뭔데 저게?” 난 살짝 짜증이 났다.

“그거 아마도 고독염매 같소이다” 헌미가 한숨을 길게 내 쉬었다.

“그게 뭔데요?”

“아주 악하디 악한 주술입니다. 거기 유괴되어 살해된 여아의 영가가 악귀가 되어버린 것 같소.”

“그럼 어떡해요?”

“어떡하긴 빨리 퇴각해야 하는 각입니다.”

“수사하다 말고 퇴각이라뇨!”

“오늘만 하고 안 할 겁니까?”

“그건 아니지만요” 당황스러웠다. 퇴각을 할 것인가 그냥 위험을 무릅쓰고 계속 진행을 할 것인가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다. 난 구독자들에게 물었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투표로 결정할 게. 퇴각 또는 진행? 폴 만들었으니까 5 분 후 투표 종료 알았지! 자 이제 투표 시작!”

시청자들이 투표하는 동안 난 창문 너머에 걸려 있는 고들을 살펴보았다. 살피는 동안 누군가 칠흑같이 어두운 흉가 안에서 나를 쳐다보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 때문인지 온몸을 감싸며 계속해서 소름이 돋았다.

“술사 샘, 저기 저 안에 분위기 어때요?” 흉가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 쪽을 카메라로 비추었다.

“퇴각하라니까요! 지금 당장 라잇나우!”


5분 경과 알람이 울렸고 난 투표 결과를 보았다.


“흠~, 이게 진짜 여러분 의견이지! 알았어 목숨 걸고 라방 진행할 게! 내가 언제부터 몸 사렸다고 안 그래!”

“멈춰!” 전화기 넘어 술사 헌미가 소리쳤다.

“그냥 진행할게요. 정 그렇게 걱정이 되신다면 여기로 오세요. 좌표 보냅니다” 술사 헌미에게 GPS 좌표를 보냈다.

“오늘은 퇴각하고 준비 제대로 해서 다시 갑시다” 술사 헌미의 간곡한 말에 시청자들의 분위기도 바뀌어 가는 것 같았다.

“흠, 여러분 어떻게 생각해?” 채팅창에는 다시 레전드 같은 메시지들과 함께 퇴각하고 술사 헌미와 합방으로 다시 가자는 의견이 주가 되었다.

“알았어! 여러분 의견도 그렇고 하니, 술사 샘 여기 합방 콜?”

“오케이~, 그럼 준비를 위해 아무것도 건들지 말고 현장 스케치 촬영만 해서 오세요. 잘 부탁합니다. 다시 한번 사악한 자 들과의 한판 즐겨 봅시다!” 술사 헌미의 흥이 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화를 끊은 후 먼저 흉가 주변을 돌아보며 다른 진입로를 찾았다.

흉가의 뒤쪽에 출입문이 하나 더 있었다.

그 문도 잠겨 있지 않았다. 문을 열자 다행히도 아무것도 실행되어 있지 않아 보였다.

난 방송을 계속 진행하며 흉가 안으로 진입을 했다.

내려앉은 지붕과 검게 곰팡이가 핀 벽면 그리고 주저앉은 마루 바닥에 온갖 것들이 널 부러 져 있었다.

나는 꼼꼼히 현장을 촬영하며 전진했다. 예상외의 장소에 화장실이 있었다.

화장실의 문은 뜯겨 있었고 그 문짝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활짝 열려 있던 화장실 쪽으로 다가가자 구역질이 올라왔다. 사체 같은 것이 썩는 냄새에 견딜 수가 없었다.

나는 서둘러 루미놀 스프레이를 꺼냈다. 그리고 화장실 벽과 바닥에 마구 뿌렸다. 루미놀이 닿는 곳곳마다 푸른 형광 빛이 발하고 사라졌다. 나는 루미놀 스프레이 한통을 다 뿌려 놓고 UV랜턴을 꺼냈다. 그리고 랜턴의 스위치를 올렸다. 루미놀이 UV랜턴 빛에 반응해 화장실 전체가 청색의 형광 빛을 발했다.

채팅창이 소란스러워졌다.


루미놀 액은 혈액의 철분 성분과 반응해 UV빛에 의해 청백색의 형광 빛을 낸다. 주로 사건 현장에서 범인들이 지운 혈흔의 흔적들을 찾는데 쓰이는 기법 중 하나이다.


“여기서 엄청난 살육이 있었나 봐. 이렇게 온사방이 루미놀에 반응을 하다니 이건 진짜 할 말이 없네” 역한 냄새에 올라오던 구역질도 피해자들을 생각하니 안타까운 마음에 누그러져갔다.

화장실을 빠져나와 계속 진행했다. 한 사람이 다닐 정도의 좁은 통로를 지나자 공포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문 하나가 보였다. 그 문 앞에 서자 살기가 느껴지며 다시 소름이 돋았다. 마음을 가다듬고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어두운 방 안에서 혼탁한 냉기가 뿜어져 나왔다. 카메라로 방안을 비췄다. 눈앞에 커다란 책장 같은 것이 방 중앙에 엎어져 놓여 있었다. 조심이 방 안으로 들어섰고 그 나무로 만들어진 것이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해 다가갔다. 그리고 나는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그것은 관이었다.

나무로 만들어진 관이 못질이 되어진 채 방안 한가운데에 놓여 있었다.

주변에는 어두운 색의 흙들이 가득했다. 드문드문 검은색의 흙덩어리들도 있었다.

갑자기 어디선가 향내가 풍겨왔다.


난 앞뒤 생각 할 겨를도 없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다해 그곳에서 도망쳐 나왔다.




재 진입과 재 수사를 위해 술사 헌미와 함께 오랜 시간 준비를 했다.

마침내 모든 준비가 끝났다.


나와 술사 헌미 그리고 길 형사와 함께 그 문제의 관과 군웅이 고에 매달려 있는 흉가로 지금 향하고 있다.


미제 사건들을 해결하고 억울한 영가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서 그리고 사악한 자들의 추악한 모습을 세상에 드러내고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게 하기 위해서.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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