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범죄자의 범죄자

그 끝에 다다르면

by SJ



다뚫다가 물품 판매 중단 알림을 고객들에게 보내자 거의 모든 고객들에게서 쉴 새 없는 항의 메시지가 도착한다.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항의부터 아이들이 굶고 있다 등 수많은 협박과 사연들의 메시지다.

라니는 협박하는 이들에게는 신상과 구매 목록 등을 공개하겠다고 윽박질렀으며 사정하는 고객들에게는 사과의 메시지를 보냈다.

시간이 지나자 자연스레 항의 메시지는 점차 줄어들었지만 반면에 시간이 지나도 마약 카트리지 구매자의 연락은 없었다. 하는 수없이 라니는 다시 목숨 건 홍보를 결심한다.


라니는 먼저 서버와 복제 가능한 텔레포테이터를 하나 더 만든다. 그리고 복제 전송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대포 명의를 구입하고 그 명의를 이용해 좌표가 가장 많고 빈번하게 변화하는 장소인 홍대 앞의 삼층 건물을 구입한다. 그 건물의 1층에는 대형 PC방이 있고 2층에는 스타트업 IT업체와 게임회사가 입주하고 있다. 라니는 1층과 2층은 렌트를 그대로 두고 3층 전체를 비워 새로운 작업실을 꾸민다.

경찰의 추적과 혹시 모를 퓨어데빌의 추적 또한 따돌릴 수 있는 다중 보호벽을 서버와 네트워크에 설치한다. 그래서 3층에 VPN(Virtual Private Network)이 매 분마다 변경 가능한 우회 서버와 가상의 좌표 서버를 5중으로 설치하고 그중 3개의 서버들은 지하실의 네트워크 라인을 이용해 하나는 피시방 서버에 다른 하나는 IT업체와 또 다른 하나는 게임회사의 서버에 기생하게 두었다. 그리고 아무도 지하실에 접근할 수 없도록 그래핀(Graphene) 소재의 잠금장치를 설치하고 건물 내외부에 사각지대 없이 매설식 CCTV를 설치했다.

만일 3층 작업실내의 서버에 추적자의 접속이 있을 경우 자동으로 서버의 전원을 내리는 장치 또한 설치한다. 이 모든 것들은 딥레이어 웹으로 구매하여 판매자가 특정 장소에 물품을 놓고 GPS 좌표를 주면 찾아가는 일명 언택트(Untact) 거래 방식으로 물건들을 받았고 시끄러운 저녁시간을 이용해 건물에 설치했다.

그러고 나서, 라니는 SNS들을 통해 처음 복제 물건을 판매할 때처럼 홍보를 시작한다. 전 세계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홍보는 곧 효과를 보기 시작했다.


라니는 복제물품 판매 때와 동일한 방식으로 아메지를 통해 인증 절차를 거치고 보안이 가장 좋은 가상화폐 인샬로만 결제를 받았다. 라니에게 전자 마약을 20%나 저렴한 가격에 안전하고 빠르게 물건을 받아 본 구매자들의 경험담들이 일파만파 퍼져 나갔다. 그래서 라니의 딥레이어 웹사이트로 엄청난 구매자들이 유입되었고 그 결과로 라니의 가상화폐 계좌의 숫자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구쳐 올랐다. 오르는 숫자들만큼 라니는 환호했지만 다른 한편으론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라니는 방호벽이 뚫리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끼니도 거르고 잠도 잘 자지 못하고 있다.

오직 벽면 가득한 모니터들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앉아있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한편, 특수본의 엄사문 팀장과 그의 팀원들은 다뚫다로 흘러 들어가는 마약사범들의 정보가 많아진 것을 알아내고 마약전담팀과 함께 마약사범들을 긴급 체포하여 조사하기 시작한다.


“이름”

“거기 적혀있네”

특수본의 김응수 형사가 체포해 온 마약사범을 매섭게 노려본다.

“이름!”

“알아서 뭐 하게?”

“확인을 해야 해. 너도 잘 알 거 아니야!”

화를 억누른 김형사가 단호하게 말한다.

“이름!”

“히히히, 너 신삥이지? 내가 뉘신지 알어?”

“신삥! 범죄자 주제에 형사한테!”

“그러다 너 큰일 난다. 이 나라 대한민국의 인권위는 우리 편인 거 몰라? 히히히히 빙~신.”

김응수 형사가 진땀을 흘리며 한참을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그때, 취조실 문이 ‘꽝’ 소리와 함께 활짝 열리며 우락부락한 인상의 커다란 고릴라 같은 사내 하나가 문을 박차고 들어선다.

“이 새끼가 장난 까나? 여 어딘지 잊었제?”

이 사내는 마약전담팀에 유명한 ‘막무가내 고릴라’라고 불리는 감석봉이란 형사다.

그를 본 마약사범은 앞에 앉아 있는 김형사만을 뚫어져라 노려보며 앉아있다.

“행사님이요, 계속 하이소. 내 여기 서 있을 터니…”

“아.. 네.. 그러시죠.. 감 형사님.” 김응수 형사가 멋쩍게 대답한다.

마약사범이 삐딱한 자세를 억지로 유지한 채 불안한 미소를 띠며 김응수 형사만을 노려보며 호기롭게 말한다.

"묵 비 권 행사!"

그러자 감석봉 형사가 한발 다가서며 와락 소리친다.

“마! 이 쉐키야! 내 무거워서 오래 못 서있는 거 알제!”

화들짝 놀란 마약사범의 얼굴이 사색이 된다.

“이거 빨리 끝내고 다음에 뭐 해야 하는 지도 자~알 알제!”

어색한 미소로 딴청을 피우는 마약사범에게 감 형사가 매서운 눈으로 내려보며 조용히 속삭인다.

“시간읍다 이 넘아야.”

막무가내 고릴라의 목소리가 작아진다는 것은 위험을 알리는 신호라는 걸 잘 알고 있는 마약사범은 재빠르게 대답한다.

“네! 피 뽑고 오줌 채취하고 머리카락 뽑고 거기 털도.. 뽑고...”

“그래~, 인마 아직 잘 기억하고 있네에. 허기야 한두 번 이가 그제?”

마약사범이 이마에서 흐르는 땀을 수갑 찬 두 손으로 쓰윽 닦으며 삐딱하게 앉아 있던 자세를 천천히 바로 잡는다.

그제야 김응수 형사의 입가에 엷은 미소가 번진다.

“이름!”

“마약 전과 10범 안 길 홍!”




한편 퓨어데빌에서도 갑작스레 줄어드는 수입에 전 세계 지부들을 동원해 조사를 시작한다.

그동안 돈과 마약 그리고 향응 등을 제공해준 모든 경찰들과 검사들을 통해 정보를 수집함과 동시에 조직원들을 동원해 고객 리스트 중 VIP 고객들의 구매 내역을 모으고 있다.

퓨어데빌의 조치가 중독자들 사이에서 퍼지자 라니의 사이트로부터 구매를 멈추고 다시 퓨어데빌에서 구매를 하기 시작한다.

라니 또한 다수의 단골 구매자들의 마약 카트리지 구매가 끊어지자 다뚫다를 통해 조사에 착수한다.

엄사문 팀장 또한 다뚫다의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팀장님, 다뚫다가 마약사범들의 이름을 체포자 명단에서 확인한 것이 잡혔습니다.”

“뭐? 역시 대담하군. 응수 불러!”

잠시 후 취조를 위해 마약 전담팀에 가있던 김응수 형사가 특수본으로 들어선다.

“무슨 일이시죠?”

“뭣 좀 나왔어?”

“체포해 오는 놈들이 너무 많아서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특이점 같은 거 없어?”

“네, 한 가지 공통점이 있긴 한데 아직 확실한 게 아니라서 확답은 못 드립니다만, 모두 한 곳에서 카트리지를 구입했더라고요.”

“그게 어딘데?”

“전에 다뚫다 따라가다 희미하게나마 발견했던 딥레이어 웹사이트 좌표와 같은 것 같습니다.”

“같으면 안 돼! 확실한 증거! 그 걸로 말하는 게 경찰이야! “

“넵! 확실한 좌표와 증거들 따오겠습니다.”

“그래 계속 수고해 줘.”

“네! 알겠습니다.” 거수경례를 한 후 김응수 형사가 특수본에서 나간다.


“대체 어떤 놈이길래.”

엄팀장은 새로운 정보들이 쉴 새 없이 띄워지는 대형 상황판 모니터들에 시선을 고정한 채 고민에 빠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