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장 위험한 파괴자

그 끝에 다다르면

by SJ



인천공항을 빠져나온 검붉은 정장의 레드 앞에 검은색 고급 세단이 정차한다.

세단에서 내린 운전자가 급히 그 사내 앞으로 달려가 고개를 숙인다.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뒷좌석의 문을 열자 레드가 고개를 까딱이며 인사하고 올라탄다.

“한국이 많이 발전했습니다.”

“네, 그렇지요. 언제가 마지막 방문이셨습니까?”

“글쎄, 아주 오래전 기억이라..., 확실한 건 아닌데, 한 18년 전 인가? 뭐 그렇습니다.”

“어후, 그렇게나 오래전인데 한국어 실력이 대단하십니다.”

“그런가요. 어머니가 한국분이시라 그런가...” 달리는 세단 창밖 풍경을 레드가 물끄러미 바라본다.

“담배 한 대 피우겠습니다.” 레드가 정중한 말투로 운전기사에게 말한다. 하지만 그건 동의를 구하는 것이 아닌 통보와도 같은 느낌이다.

“네, 편하게 하십시오.”

정장 안주머니에서 황금색 담배 케이스를 꺼내 안에 들어있는 럭키스트라이크 담배 한 까치를 입에 문다. 그러자 보조석과 레드의 반대쪽 차창이 조금 내려진다.

“고맙습니다.”

운전기사가 정중히 고개를 숙여 레드의 감사 인사에 응대한다.

레드를 실은 세단이 영종대교를 빠르게 달려 나간다.




테헤란로의 어느 높은 건물 앞 정차장에 세단이 멈춰 선다.

그 빌딩의 입구 앞에는 정장 차림의 사내들이 양옆으로 길게 줄 서 있다.

세단의 문을 대기하고 있던 한 사내가 열자 레드가 검붉은 구두를 번쩍이며 내린다.

건물을 올려다본 레드가 연신 휘파람을 분다.

양옆으로 늘어선 정장 차림의 사내들이 레드가 지나가자 일제히 허리를 숙인다.

건물에 들어서자 포마드로 단정히 머리를 넘기고 금테 안경을 쓴 말쑥한 남자가 레드에게 다가온다.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저는 퓨어데빌 한국지사의 법률팀의 팀장 나칠석이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나 팀장님.”

“자, 이쪽으로” 레드를 엘리베이터로 공손히 안내한다.

레드의 번쩍이는 검붉은 구두가 커다란 로비에 ‘또각또각’ 걸음을 옮길 때마다 울린다.




엘리베이터가 건물 최상층에 멈추고 문이 열린다.

레드가 나 팀장의 안내를 받으며 내린다.

화려하게 금장이 되어있는 커다란 문이 자동으로 열리고 어여쁜 비서들이 정숙하게 고개 숙이며 레드에게 인사한다.

레드는 휘파람을 ‘휘익’ 불며 그녀들을 지나친다.

또 다른 화려한 금장의 문이 열리자 탁 트인 하늘이 커다란 통유리를 통해 레드의 시야에 시원스레 들어온다.

“와우! 어썸(Awesome)!” 레드가 탄성을 내지른다.

“이쪽으로” 나 팀장이 우두커니 서있는 레드를 인도한다.

또 다른 금장의 문이 열리자 커다란 황금 책상에 한 중년의 남자가 앉아 창밖을 보고 있다.

“회장님, 미국지사에서 손님 오셨습니다.”

황금 의자를 쓰윽 돌려 레드를 쳐다본다.

“자네가 미국에서 온 자인가?”

레드가 허리춤에 두 손을 올리며 그 회장이란 중년의 남자를 내려다본다.

“네, 레드라고 미국지사에서 방금 도착했습니다.” 나 팀장이 허리를 숙이며 이 회장에게 말한다.

“한국말은 할 줄 아나?”

“네, 잘하십니다. 어머니가 한국분이라십니다.”

레드가 아무 말 없이 황금 책상 앞에 있는 기다란 소파에 앉고는 두 다리를 꼬아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다.

“당신이 이진호 회장이야?”

“뭐!? 이 혼혈 새끼가 뭐라 지껄인 거야?” 이 회장이 발끈한다.

“맞나 보네. 이진호가.”

“뭐야! 이 새끼 뒤지고 싶어!” 이 회장이 의자에서 벌떡 일어서다 황금 책상의 장신구에 허벅지를 부딪힌다.

“앗! 이 새끼가!” 고통에 이 회장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진정하십시오. 회장님” 나 팀장이 이 회장을 가로막으며 진정시키려 애를 쓴다.

“일단 얼굴은 서로 봤고, 우선 좀 급한 일부터 처리하고 나서 다시 인사를 받도록 하겠다. 이진호 회장.” 레드가 일어선 후 검붉은 정장 재킷의 매음 새를 가다듬는다.

“허! 야! 애들 불러 이 새끼 본사 지시고 뭐고 오늘 화장시킨다.” 수화기를 집어 드는 이 회장의 손등에 대바늘 같은 대침이 날아와 박힌다.

“헉!” 이 회장이 놀라 손바닥을 펼친다. 날아와 박힌 대침이 이 회장의 오른손을 관통해 수화기에 꽂혀 이 회장의 손바닥에 수화기가 달려있다. 그 수화기 위로 피가 주르륵 흘러내린다.

“Hit the bull’s eye!” 레드가 방긋 웃으며 외친다.

고통에 일그러진 얼굴의 이 회장이 나 팀장을 쳐다본다.

“저 새끼 뭐라는 거야?”

“명중.. 이랍니다. 회장님.”

레드가 어쩔 줄 몰라 허둥대는 나 팀장의 목덜미를 낚아채 끌고 밖으로 나간다.

“야! 거기 안서 개새끼야!” 이 회장이 오른손을 움켜쥐고 소리를 지른다.

“헤이, 예쁜 여성분, 엠블란스 불러 저 안의 노인네가 좀 필요한 것 같아.” 하며 놀라 서있는 비서에게 윙크를 한다.

비서들이 회장실로 급히 들어가고 한 비서가 119에 전화를 건다.




건물을 나와 세단에 오른 레드가 당황한 나 팀장을 바라보며 웃는다.

“홍익대학교 앞으로 가주세요. 기사님.”

레드가 정중한 말투로 운전기사에게 말을 건넨다.

검은색 고급 세단이 미끄러지듯 건물 앞 정차장을 빠져나간다. 뒤이어 건물 안에서 정장 차림의 건장한 사내들이 손에 야구방망이들을 들고 뛰쳐나온다.

상체를 돌려 뒷 유리 차창을 통해 그들을 본 레드가 똑바로 앉으며 웃는다.

“아직도 저런 걸 들고 다니네. 한국은...”

“네?” 영문을 모르는 나 팀장이 당황한 표정으로 레드를 본다.

그런 나 팀장의 얼굴이 우습다는 듯 레드가 크게 웃음을 터트리며 손가락으로 나 팀장의 얼굴을 가리킨다.


레드를 실은 세단이 올림픽대로를 내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