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장 다가온 그림자들

그 끝에 다다르면

by SJ


레드가 다뚫다의 소유주를 놓쳤다는 소식을 LA지사의 카랜이 듣고 분노한다.


“입에 가져다 넣어줘도 못 삼키는 것들하고 무슨 일을 하란 말이야!”

'디리링, 디리링'

스마트 안경을 통해 부 보스인 브레티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는다.

“네, 카랜입니다. 브레티님.”

“레드가 놓친 거 알고 있지?”

“네, 방금 보고 받았습니다.”

“이제 어떻게 할 건가? 제바스님께 보고를 해야 하는데..”

“다시 추적해야겠죠. 그런데 이 놈이 다시 판매를 할지 모르겠네요.”

“내가 어떻게 보고해야 좋을지 몰라서..”

“아.., 저한테 애들 좀 붙여 주시면 제가 직접 한국에서 처리하겠습니다.”

“오! 그렇게 해 주겠나?”

“네, 백업 부탁드립니다.”

“알겠네. 그럼 난 제바스님께 그렇게 보고하고 어떻게 지원해 줄지도 알아보겠네.”

“감사합니다.”

통화를 마친 카랜은 주차장에 주차된 슈퍼카에 오른다.

빠르게 빌딩 주차장을 빠져나가는 차 안 카랜의 미간이 찌푸려져 있다.

카랜의 슈퍼카가 캘리포니아 1번 도로를 바닷바람을 가르며 시원스레 달려 나간다.




레드가 소파에 앉아 두 다리를 테이블 위에 올린 채 잠들어 있다.

회장실에 들어온 이 회장이 조용히 자신의 책상으로 다가간다.

“이 회장, 나 시원한 거 한잔 줘.”

레드가 이 회장의 인기척 때문에 잠에서 깨어난다.

“저기 시원한.., 콜라 괜찮아?”

“어, 그래 그거 한잔 빨리 가져오라 해. 그린으로”

“여기 시원하게 얼음 넣어서 그린 콜라 한잔 가져와 가능한 한 빨리.”

책상 위 인터폰을 내려놓는다. 그러고 나서 소파의 상석에 조심스레 앉는다.

“이제 어떻게 할 건가?”

“어떡하긴, 카랜이 다시 좌표 따면 가서 조용히 지워줘야지.”

“흠.., 본사 쪽에서는 뭐라 하던가?”

소파에 기대 천장을 바라보던 레드의 시선이 이 회장에게 꽂힌다.

“이진호 회장, 킨더가든(Kindergarten) 다녀? 어찌 그리 궁금한 게 많지.”

“어! 아니야, 내가 언제! 아니야. 난 그냥 돕고 싶은 간절한 맘에..”

몇 차례의 노크가 있은 후 회장실 문이 열리고 비서가 콜라가 가득 담긴 커다란 유리잔을 들고 들어선다.

조심스레 테이블 위에 콜라 잔을 내려두고는 인사를 하고 나가려 하는데 레드가 단숨에 그 콜라를 들이켜 마신다.

“헤이! 아가씨!”

비서가 돌아본다.

“네?”

“이거 가져가.”

레드가 빈 유리잔을 어깨너머로 서있는 비서에게 던진다.

간신히 두 손으로 유리잔을 받은 비서가 다시 한번 인사를 하고 회장실을 나간다.

“내 호텔이 어디야?”

“아.., 호텔..”

“예약 안 해 놨어?”

“어.., 잠시만.” 이 회장이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트리플 브이 호텔 스위트 룸 지금 빨리 하나 잡아 그리고 차량 대기해. 미국에서 오신 분 나가신다.”

이 회장이 레드에게 다 준비됐다는 듯 눈짓을 한다.

“What the.., 아휴.., 그래 이 회장아 나 이제 나간다. 내일 다시 올게.”

“어, 잘 쉬라고.”

무표정한 얼굴의 레드가 손을 흔드는 이 회장을 무시한 채 회장실을 나선다.


한편, 엄팀장은 보고받은 홍대입구의 건물 붕괴사고와 피시방 사장 폭행사건을 이상하게 여긴다.

그래서 팀원들에게 주변 CCTV들의 조사를 지시한다. 그리고 엄팀장은 김응수 형사와 마약전담과의 감석봉 형사와 함께 현장 조사를 나간다.


“이거 굉장히 이상한데요! 팀장님.” 김응수 형사가 바닥을 살피며 엄팀장에게 말한다.

“그러게 누가 사무실 지붕에 이런 걸 설치해 두지?”

“뭔가 냄새가 나긴 하네요.”

“검시관들 조사 끝나면 살펴보자고.”

옆에서 말없이 서 있던 감 형사가 말한다. “저는 건물 좀 둘러보고 오겠습니다.”

감 형사가 경찰들과 CSI 요원들로 북적이는 계단을 내려간다.


그러는 동안, 강원도 고성의 산골에 숨어든 라니가 캠핑용 의자에 앉아 햇볕을 쬐고 있다.


“어떻게 알았지? 하마터면 큰일 날뻔했어.”


따사로운 봄볕에 스르르 잠이 쏟아지는 라니의 뺨 위로 보드라운 봄바람마저 스치고 지나간다.

어느샌가 깜박 잠이 든 라니가 자작나무끼리 부대끼는 소리에 놀라 선잠에서 깨어난다.


“아~, 날씨 좋다!”

일어서 기지개를 크게 한번 켜더니 조립식 주택으로 들어간다.

자그마한 조립식 주택의 거실이 온갖 장비들로 가득 차 있다.


“방책을 세워야 하는데..”


라니가 장비들로 복잡한 책상을 멍하니 서서 보고 있다.

책상 위 키보드와 마우스 사이로 바퀴벌레 한 마리가 빠르게 지나친다.

“아씨! 뭐야! 바퀴가 있어!”

깜짝 놀란 라니가 펄쩍 뛰어 소파 위로 올라선다.

“바퀴 약이 어디 있지?”

소파 위에서 두리번거리며 거실을 살핀다.

킬러 스프레이를 찾지 못한 라니의 손에는 유리컵이 들려있다.

테이블 위 빈그릇들 사이로 어디선가 나타난 커다란 바퀴벌레 한 마리가 먹다 남은 음식물들로 다가가 먹고 있다.

그 모습을 본 라니가 흠칫 놀라지만 이내 침착하니 음식물을 흡입하는 바퀴벌레 위로 유리컵을 조심스레 가져간다.

“에잇!”

유리컵을 재빠르게 바퀴벌레 위에 덮는다.

“흐! 징그러!” 라니가 몸서리를 친다.

유리컵 안에 갇힌 바퀴벌레가 날개 짓을 하며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이걸 어쩌지..”

바닥에 떨어져 있는 빳빳한 포장지를 유리컵 밑으로 조심히 가져간다.

라니가 유리컵을 테이블 바닥에 몇 번 빙빙 돌리자 갇힌 바퀴벌레가 유리컵 위로 기어 올라간다.

“이때닷!”

라니가 빳빳한 포장지를 유리컵 밑에 재빠르게 찔러 넣고는 들어 올린다.

“흠.., 이제 어쩐다.” 이때 라니의 눈에 테스트용 복제 텔레포테이터가 들어온다.

유리컵과 밑에 받치고 있는 포장지를 조심스레 들고는 텔레포테이터로 다가간다.

그리고는 텔레포테이터 유리관 속으로 유리컵에 갇혀 있던 바퀴벌레를 떨어뜨려 넣는다.

“이참에 실험 한번 해볼까.”

뚜껑을 닫은 텔레포테이터의 스위치를 올리고 엔터키를 누른다.

잠시 후 옆에 있던 수신 텔레포테이터에 바퀴벌레 한 마리가 나타난다.

전송 텔레포테이터의 뚜껑을 열어 바퀴벌레가 있는지 확인한다.

“그럼 그렇지. 생명체도 문제없이 복제가 되네.”

“살충제가 어디 있더라..”

라니가 거실 여기저기를 뒤져본다.




며칠이 지난 어느 오후.

피범벅이 된 채 이진호 회장이 벽에 기댄 채 쓰러져 앉아 있다.

회장 의자에 걸려 있는 흰 정장 재킷에 레드가 주먹에 묻은 피를 닦고 있고 그 옆에는 카랜이 서있다.


“이 새끼가 내가 잡종이란 소리 하지 말라고 경고했는데..”

“진정해라 레드.” 흥분한 레드를 카랜이 진정시키며 말한다. “여기선 더 이상 할 일이 없을 것 같고.., 레드, 나랑 어디 좀 가자.”

“어디?”

“따라와.”

카랜이 회장실 밖을 나선다.

레드가 회장실 입구 옆에 부들부들 떨며 서 있는 나 팀장을 어깨동무하며 데리고 나간다.


퓨어데빌 한국지사의 1층 로비로 내려온 카랜과 레드.

“전송받은 그 카트리지들 내가 자세히 봤는데 일련번호를 지우려고 했지만 전자현미경으로 보니 미세하게 흔적이 남아있더라고 그걸로 유추해 보니까 일련번호가 모두 동일한 것으로 나왔다.”

“카랜, 그게 가능해?”

“가능하지 그놈이 복제 텔레포트를 가지고 있다면..”

“하지만 그건 불가능하지 않나?”

“왜 그렇게 생각하지?”

“뭐.. 잘은 몰라도.. 일단 불법이고..”

“바보냐, 그러니까 네 말은 불법이면 불가능하단 논리잖아.. 그럼 우리 일은 어떻게 가능한 거지?”

“흠~”

“됐고. 이 일련번호를 가지고 있던 판매원이 한국인이더군. 이름이 박중호라는.., 혹시 뭐 아는 거 있어?”

“나야 모르지.. 아~, 빨리 말을 해줬어야지.. 이 회장 새끼 패기 전에..”

“저 나 팀장이란 자한테 알아보라 해.”

“어, 그래.”


레드가 나 팀장에게 일련번호와 박중호의 이름이 적힌 메모지를 전한다.

나 팀장이 서둘러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 한참을 통화한다.


“레드님, 알아냈습니다. 그 박중호란 사람이 곧 이리로 올 겁니다.”

“와우! 그래요. Good Job, man! 헤이 브로, 곧 온단다.”

레드가 카랜을 향해 총 쏘는 시늉을 한다.


“그럼, 이쪽으로 오시죠?”

나 팀장이 카랜과 레드를 실내 골프연습장으로 안내를 한다.

“와우! 이거 뭐야! 굉장한데!”

놀라는 레드에게 나 팀장이 “기다리시는 동안 운동 좀 하십사 해서요. 이 회장님만 이용하시는 시설인데 헤헤헤.”

“좋네요. 그럽시다.”

카랜과 레드가 한참을 골프 내기를 하고 있는 동안 박중호가 지하 고문실로 조직원들에게 양팔을 붙들린 채 들어온다.

연락을 받은 나 팀장이 서둘러 골프 치고 있는 그 둘에게 다가 말한다. “레드님, 박중호란 자가 도착했답니다.”

“그래요. 그럼 가 봅시다.”


카랜과 레드가 나 팀장을 따라 박중호가 잡혀있는 지하 고문실로 들어선다.

“자네가 박중호?”

“네.. 그렇습니다만 무슨 일로 저를..”

겁에 질린 중호가 떨며 의자에 앉아있다.


고문실 내에 조명은 중호의 얼굴만을 비추는 스포트라이트 하나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호는 어둠 안에 서있는 이들을 볼 수 없다.


어둠 속에서 레드가 계속 말을 이어간다.

“자! 이 메모지에 적힌 일련번호들 당신이 판매한 거 맞지?”

레드가 메모지를 나 팀장에게 준다. 메모지를 건네받은 나 팀장이 옆에 서있던 조직원에게 주며 가져다주라고 나지막이 속삭인다. 조직원이 중호에게 메모지를 전한다.

메모지 속 일련번호를 들여다본 중호가 웃으며 “크크크, 이걸 내가 어떻게 알아요! 난 또 뭔가 했네.”


‘파악’ 중호의 얼굴로 골프공이 날아든다.


“흑!” 중호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안으며 의자에서 일어선다.

“앉아라.” 레드의 싸늘한 목소리가 방안에 울린다.

“저한테 왜 이러세요? 말씀을 하시면 적극 협조하겠습니다. 저도 같은 조직원 아닙니까!”

중호가 선채로 울먹이며 소리친다.


‘퍼억’ 소리와 함께 중호가 신음하며 바닥에 구른다.

카랜이 휘어진 7번 아이언을 바닥에 던진다.


“누구한테 팔았어요? 이 카트리지들?” 나 팀장이 어둠 속에서 중호를 추궁한다.

갈비뼈가 부러진 중호는 일어설 수도 대답을 할 수도 없이 가냘픈 신음소리만 낼뿐이다.


“아프겠지만 조금 힘을 내보세요. 사간 사람이 누구예요?” 나 팀장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추궁한다.

“몰.. 라.. 씨발.. 내가 흐.. 어떻게 알아.. 한두 명도 아니고.”

“아셔야 하는데 어쩌지.” 나 팀장이 비야냥 거린다.

“이 카트리지들이 우리 유통망을 거치지 않고 전 세계로 판매됐다. 죽고 싶지 않으면 생각해 내라.” 레드의 말에 중호의 머리에 떠오른 인물이 하나 있다. 바로 라니였다.

“뭐예요? 그 표정은? 뭔가 떠오른 거 같은데요.” 나 팀장의 말에 중호가 간신히 몸을 일으켜 무릎을 꿇고 앉는다.

“죄.. 죄송합니다. 제가 친구에게 판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진짜 몰랐습니다. 일이 이렇게 될지.. 으흑..”

중호가 옆구리를 움켜 안으며 다시 쓰러진다.

“그게 누구인지 아시는 대로 여기 다 상세히 적으세요.”

나 팀장이 종이 하나를 쓰러져 누운 중호 앞에 내려놓는다.




건물 앞 대기 중이던 세단에 오른 세 사람.

나 팀장이 주소 하나를 운전기사에게 보여준다.

“여기로 가주세요.”




“으음~, 피톤치드. “

라니는 설치해 둔 덫이 있는 장소로 향해 솔향이 향긋한 숲 속을 걷고 있다.


멀리 보이는 덫 안에 무언가 잡혀있다.

토끼가 들어있는 덫을 들어 올린다.

“제법 큰 넘이 걸렸네!”

애써 방긋 웃는 라니의 표정엔 불안함이 가득하다.




“이 폐차장인가?” 카랜이 먼저 세단에서 내린다.

“나 팀장은 여기서 기다려라.” 레드가 말하고는 카랜을 뒤따라 내린다.

세단에서 내린 카랜과 레드가 커다란 철문이 활짝 열려 있는 폐차장으로 걸어 들어간다.

양옆으로 높게 쌓여있는 폐차들의 계곡을 한참 걸어 들어가니 ‘YYC’이라 커다랗게 써져 있는 녹이 슬고 낡은 컨테이너 하나가 보인다.

레드가 컨테이너의 문을 열며 “누구 있어?” 한다.


카랜이 주변을 살핀다.

“헤이! 브로, 저기 누군가 있다.”


상채만을 컨테이너 내부에 넣고 살피던 레드가 뒤돌아 본다.

카랜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에 라니의 아버지가 포클레인을 몰고 컨테이너 쪽으로 오고 있다.

컨테이너 앞에 팔짱을 끼고 서있는 카랜을 따라 레드도 팔짱을 낀다.


라니의 아버지가 “외국인 손님들이 오셨네.” 하며 포클레인에서 내린다.

카랜과 레드에게 라니의 아버지가 다가서며 “어서 오세요. 자, 안으로 들어가시죠” 한다.

라니의 아버지를 따라 컨테이너 안으로 레드와 카랜이 들어선다.


“자, 저기 앉으세요. 뭐, 커피라도 드릴까?”

“아니요. 괜찮습니다.” 레드가 소파에 앉으며 손사래를 친다.

“이분은 한국어를 못하시나 보네. 요즘 다들 한국어 잘하던데.”

소파 옆에 서있는 카랜을 보며 라니 아버지가 말한다.

“하하, 저는 어머니가 한국분이라서 한국말을 좀 할 수 있습니다만, 이 사람은 오늘 막 한국에 온 사람이라 한국말 전혀 못 합니다.”

“그러신가요. 허허허.”

카랜이 웃고 떠드는 레드와 라니의 아버지를 지나 컨테이너 안쪽에 있는 책상으로 다가간다.

책상 위에 놓여있는 가족사진이 들어있는 액자를 들어 자세히 들여다본다.

“Hey, is this your son?” 하며 카랜이 사진을 라니의 아버지에게 보여준다.

“뭐라는 거요?” 라니의 아버지가 카랜을 쳐다본다.

“사진에 아들 있어요?”

“가운데 있는 게 내 아들이요만..”

“그래요?”


레드가 카랜에게 다가가 사진액자를 들여다본다.


“여기 가운데가 아들이라는데.”

“그래! 그럼 아들이 여기에서 일했는지 물어봐.”

“아저씨 아들도 여기에서 일했어?”

“그랬지. 지금은 팔려고 내놔서 내가 여기 정리차 오늘도 나왔다우.”


“아들도 혹시 여기 다른 컨테이너 사용했는지도 물어봐.”

카랜이 날 선 눈빛으로 레드를 추궁한다.


“아들이 사용하던 컨테이너 어디에 있어 여기?”

“있지요. 저기 안쪽에..”

커피믹스를 탄 종이컵을 레드와 카랜에게 건넨다.


레드가 믹스커피가 담긴 종이컵을 몇 번 ‘후후’ 불더니 마셔본다.

“찐~한 것이 좋습니다.”

“허허. 난 그것만 마신다네.”

카랜도 ‘후후’ 불고는 마셔본다.

“It’s not bad.”

“저분은 또 뭐라는 건지..”

“맛있데요.”

“다행이구만, 그런데 무슨 일로 오셨소?”

레드와 라니의 아버지가 다시 소파에 앉는다.

앉아 다리를 꼬며 레드가 카렌에게 말한다.

“아들 컨테이너가 저쪽에 있단다.”

레드가 손짓으로 방향을 가리킨다.

카랜이 마시던 종이컵을 책상 위에 올려놓으며 컨테이너를 빠르게 빠져나간다.


“아니, 이게 무슨 일 이래.”

라니의 아버지 일어선다.

“아저씨 여기서 기다려라.”

레드가 카랜을 쫓아 달려 나간다.


알록달록하게 그라피티 된 컨테이너 안으로 카랜이 뛰어오른다.

컨테이너 안, 텔레포테이터, 컴퓨터들, 그리고 다뚫다를 연결했던 엉켜있는 선들과 장비들을 설치했던 흔적들을 카랜이 조심스레 살피며 확인한다.


잠시 후 레드가 들어선다.


“무슨 일인지 먼저 말하면 안 돼?”

레드가 소리친다.


“여기에 그 망할 해커 놈이 있었다.”

“그럼 그 사진 속 젊은 남자가 그 해커?”

“그래. 그런 거 같다. 그런데 사라졌어. 저 늙은이는 알고 있을 거야 어디에 있는지.”

카랜이 손에 쥐고 있던 라니 가족사진을 접어 재킷 안주머니에 넣는다.


폐차장 사무실 컨테이너로 돌아온 카랜이 소파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는 라니의 아버지의 머리를 걷어찬다.

“어이쿠!” 소파에 커피를 쏟으며 라니 아버지가 쓰러진다.


“그 해커 놈 어디에 있는지 알아내!”

카랜이 레드를 쏘아본다.

“알았으니까 넌 저기서 진정하고 있어.”

레드가 머리를 움켜쥐고 쓰러져있는 라니 아버지를 일으킨다.


“아들 어디에 있어? 지금 말하면 아무 일도 없어.”

“모른다!” 레드를 뿌리치고 라니의 아버지가 컨테이너 밖으로 달려 나간다.

문 옆에 서있던 카랜이 라니의 아버지의 몸통을 걷어차 넘어뜨린다.

넘어진 라니의 아버지가 전화기를 꺼내 112 긴급 버튼을 누른다.

순간 카랜이 전화기를 든 라니의 아버지 손을 걷어차 버린다.

컨테이너 벽에 날아가 떨어진 전화기 너머로 ‘경찰입니다.’라는 음성이 들려온다.

라니 아버지의 머리를 밟고 서있는 카랜이 레드에게 손짓하며 전화기를 가리킨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당황한 레드가 전화기를 집어 든다.


“미안합니다. 전화기를 떨어트렸는데 전화가 걸렸습니다.”

“네. 그러신가요? 아무 일도 없는 거 맞으시죠?”

“네. 미안합니다.”

“그래도 전화를 하셨기 때문에 주변 순찰차가 확인차 들려야 합니다. 주소를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아.. 제가 외국에서 와서 잘 모릅니다.”

“네? 그럼, 전화번호의 주인이 아니신가요?”

“네. 제가 전화가 없어서 잠시 빌렸습니다.”

레드가 난처하단 표정으로 어깨를 들썩이며 카랜을 본다.

카랜이 한심하단 표정으로 그냥 끊어버리라는 제스처를 하고는 신음하는 라니의 아버지를 일으켜 세워 밖으로 데리고 나간다.

레드가 “미안합니다.” 하고는 전화를 끊고는 전원을 끈 전화기를 바지 주머니에 넣는다.


카랜은 라니의 아버지를 끌다시피 하며 폐차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달려온 레드가 라니의 아버지를 세단의 트렁크에 넣고는 차에 탄다.

세단이 폐차장을 벗어나 큰 도로로 접어들 무렵 순찰차 한대가 폐차장 쪽으로 들어선다.




덫에 걸린 토끼를 조립식 주택으로 가져온 라니가 토끼 다리를 묶은 후 복제 전송 텔레포테이터에 넣는다.

그리고 전송 버튼을 누른다.


잠시 후, 수신 텔레포테이터에 다리가 묶인 토끼가 나타난다. 그 토끼의 귀에 표식을 단다.

그리고 송신 텔레포테이터 안에 있는 토끼와 복제된 토끼를 꺼내 우리 안에 넣는다.

“며칠만 두고 봐야겠어.”

그리고는 CCTV 몇 개를 배낭에 넣고는 롤러에 감겨있는 전선과 함께 조립식 주택을 나선다.


한참 외길을 따라 내려가던 라니가 스마트워치로 얼마나 걸어 내려왔는지를 확인한다.

그리곤 CCTV들을 외길 옆 나무 가지들에 설치하기 시작한다.




퓨어데빌 한국지사의 지하실에 끌려온 라니의 아버지가 조직원으로 보이는 이들에게 얻어맞고 있다.


“이 영감탱이가 죽고 싶어!”

두 손이 묶인 라니의 아버지가 고통에 신음하며 거꾸로 매달려있다.

“아들 어디에 있냐고 묻잖소!”

퓨어데빌 조직원 하나가 라니 아버지의 복부를 야구방망이로 크게 휘둘려 친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라니 아버지의 입에서 구토한 오물이 쏟아져 내린다.

지켜보던 레드가 야구방망이를 빼앗으며 라니 아버지에게 다가간다.

“아저씨 그냥 말해 이러다 진짜 죽어.”

라니 아버지가 부어올라 잘 떠지지 않는 눈으로 레드를 바라본다.

그 눈가에서 피인지 눈물인지 알 수 없는 액체가 흘러 이마를 타고 내린다.

레드가 수건으로 라니 아버지의 엉망이 된 얼굴을 닦아준다.

뒤에서 지켜보던 카랜이 한심하다는 듯 레드의 수건을 휙 낚아채고는 나가버린다.

순간 라니 아버지의 목에서 피가 뿜어져 나와 레드의 얼굴에 뿌려진다.

“아! 이게 뭐야!”

피로 얼룩진 얼굴을 손바닥으로 닦아내며 레드가 뒤로 물러선다.


“휴.., 잘 치우세요.” 나 팀장이 조직원들에게 명령조로 말한다.

조직원들이 매달려있는 라니 아버지의 시신을 끌어내린다.

바닥에 깔린 커다란 비닐 위엔 피가 흥건히 고여있다.


“씨발! 닷헤드(Dothead) 새끼!” 화가 난 레드가 카랜을 따라 밖으로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