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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속휘 Aug 14. 2021

켄트 남쪽 정상에 서다

Kent South Peak

비포장 도로를 달려 GPS 지도에 나오는 진입로 근처에 주차했습니다.


Alberta, Canada에 위치한 Peter Lougheed Provincial Park의 Kent South Peak는 지도상으로 6 Kilometer의 Trail이지만



진입로 조차 없습니다. 이 트레일은 GPS 없이는 가지 말라는 곳 중 하나입니다.

특히 이 산길은 주로 겨울에 Snowshoeing으로 많이 오르는 곳이기도 합니다.




GPS 따라 무작정 나무들 사이를 비집고 숲 속으로 진입해서 오르다 보니


산길 비스무리한 것을 발견, 그냥 따라 올라가 봅니다.




조금 걷다 보니 길은 사라지고 없습니다.


음산한 분위기의 숲 속에서

딱따구리들이 나무를 쪼는 소리가 딱 딱 들려옵니다.


사람의 발길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공간을 GPS에 의지해 한참을 걸어 올라갑니다.





거미줄과 모기떼와의 사투를 벌이며 무성한 나무들 사이로 열심히 오르고 또 올라갑니다.


GPS 지도를 확인할 때마다 고개 숙인 모자의 챙을 타고 땀이 비 오듯 쏟아져 내립니다.


하지만 산불이 진화되어 연기가 많이 사라진 터라 정상에서 볼 풍경에 육체의 힘듦도 이겨낼 수 있습니다.





이젠 길처럼 보이는 것조차 없는 상황


GPS 지도의 길은 포기하고 야생동물들의 길을 택합니다.


힘겨운 발걸음이 메마른 나뭇가지를 밟을 때마다 우둑 탁 하고 고요한 숲 속을 울립니다.




야생동물들의 배설물이 희미하고 좁은 길을 따라 널려있습니다.


곰의 배설물로 보이는 것도 마주합니다.


왜 겨울등산을 추천하는지 알 것 같습니다.

이곳은 곰의 나라로 불리는 데다 특히 이 지역이 곰의 출몰이 잦은 구역입니다.

그래서 겨울산행을 추천하나 봅니다.


그렇게 야생동물들의 흔적들을 따라 오르다 보니 산 허리를 빙돌아 지도상의 트레일에서 오른쪽으로 한참을 벗어납니다.


그래서 그냥 숲을 뚫고 직진으로 오르기로 합니다.


"그냥 막 그냥 가는 거야! 곧바로 직진! 응! 직진! 날카로운 나뭇가지들! 까짓것 그냥 막 온몸으로 긁히며 가는 거야! 응! 그냥 직진! 헝그리 정신으로!"


네, 헝그리 정신.., 아니..., 어쩔 수 없이 온몸 불사르며 직진 했습니다.




GPS 확인하는 중


그렇게 오르자

시야가 확 트이는 초지가 나옵니다.


눈앞에 산들이 시원스레 파노라마로 펼쳐집니다.




오늘의 목적지가 Around the Corner입니다.


무릎 위 안쪽에서 쥐가 날듯 경련이 일어나지만 조금 더 힘을 내 봅니다.



탁 트인 공간에 올라서니 매서운 바람에 몸이 흔들거립니다.


아직 정상에 서지 않았습니다.


다시 발걸음을 재촉해 봅니다.



GPS를 확인 또 확인하는 중


이제 포인트에 거의 다 왔습니다.

언덕 너머 Lower Lake가 빼꼼히 보입니다.





한눈에 다 들어오지 않는 장관을 잠시 쉬어 감상합니다.

아직 산불의 후유증이 남아 있는 탓인지 먼 곳의 Visibility는 뚜렷하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하나님의 놀라우신 솜씨를 감상하는 데는 전혀 방해되지 않습니다.


찬란한 태양의 빛을 온몸으로 받으며 포인트로 향합니다.

저는 절대 피하지 않습니다 태양을...




드디어 도착했습니다.

오늘의 목적지 KENT SOUTH PEAK!


산아래 저 멀리 자동차가 달리며 흩뿌린 먼지가 피어오릅니다.


내 머릿속 휘날리는 것들도 먼지와 함께 흩어져 사라집니다.





여기서 잠시 풍경을 감상할까요 ^^

Kent South Peak - 4K




오늘도 힘겹게 하지만 즐겁게 운반한 제 책 몇 권 걸어 놓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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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구매도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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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길이 없는 덕에  더 힘겹게 오른 산행인지라 정상에 선 것이 다른 때 보다 더 뿌듯하기만 합니다.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에 하루 자고 갔으면 좋겠단 유혹이 머릿속에서 휘날립니다.

하지만 이제 하산을 해야만 합니다.


시간이 많이 지체된 터라 GPS 지도의 길은 포기하고 직선 루트로 하산하기로 합니다. 헝그리 정신으로..-_-;..

(이때 정말로 배가 고팠습니다. 등산길에 가져온 식량을 다 먹으며 올라 온 탓에..)





하산 길,

 

메마른 나무 가지가 묵직한 무언가에게 밟혀 부러지는 우둑 타탁 하는 소리가 뒤를 따라 내려옵니다.


섬뜩한 기운에 영상과 사진 촬영은 포기한 채 험한 숲을 가능한 빠르게 헤치고 내려갑니다. 그냥 막 그냥 





다행히도 아무 사고 없이 안전하게 하산했습니다.


출발한 곳과 다른 곳으로 나오긴 했지만

지쳐 아픈 발걸음을 천천히 옮겨 차로 무사히 돌아갔습니다.


오늘은 유독 힘든 산행이었지만 행복한 기억으로 머릿속에서 휘날릴 것이라 믿습니다.



또 다른 산행을 기대하며...



끝으로 이 글을 읽어 주신 모든 분들 행복하세요~:)



GOD BLESS Y'ALL!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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