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8
집으로 돌아와 주머니에서 아무런 연락도 오지 않는 스마트폰을 꺼내 들어 시간을 본다. 이 녀석은 그냥 돈 먹는 물건일 뿐인가 생각하며 새벽 5시에 알람을 맞춘다.
"너도 조금은 값을 해야지. 이따 나 좀 잘 깨워라."
차갑고 눅눅한 이불속으로 들어가 오지 않는 잠을 억지로 청한다.
요란한 소음에 놀라 붙어버린 눈을 비비며 알람을 끈다. 가스비를 아끼려 보일러를 꺼둔 탓에 방안이 냉랭하다. 이불속에서 나가기 싫지만, 오늘은 막노동이라도 알아보려 나가야만 한다. 대충 세수를 하고 잠자기 전에 찾아 놓은 가장 낡은 트레이닝 바지와 후드티를 입고 신발장 구석에 언젠가는 버리려고 처박아둔 운동화를 꺼내 신고서 요전에 봐 두었던 인력사무소로 향한다. 빈속에 두 시간여 밖에 잠을 자지 않아서인지 약간 현기증이 난다. 거리는 이미 깨끗하게 청소가 되어있다. 제법 쌀쌀해진 날씨에 차가운 두 손을 겨드랑이에 꽂고 걸음을 재촉한다.
인력사무소에 도착한 나는 생각한 것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이미 모여있는 것에 놀란다. 나도 모여있는 사람들 근처로 가 뻘쭘하게 서본다. 잠시 후 한 남자가 건물 밖으로 나오더니 사람들 앞으로 가서 무언가를 물으며 적는다. 그리곤 한 사람씩 대기하고 있던 봉고차에 오른다. 차에 오르는 사람들은 하나 같이 페인트며 시멘트 같은 것들이 군데군데 묻어있는 펑퍼짐한 옷차림에 작업화를 신고 있다. 또한, 손에는 커다란 가방도 들려 있다. 나의 옷차림과는 사뭇 다른 뭔지 모를 포스 같은 것도 느껴진다. 거기에 비하면 나는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 나온 사람의 차림새에 지나지 않다. 역시, 나는 여기서도 선택받지 못했다. 막노동을 너무 얕잡아 본 내가 부끄러웠고 다른 한편으로 한없이 바닥을 뚫고 내려가는 기분이다.
얇은 트레이닝복 사이로 찬바람이 파고든다. 차가운 몸뚱이와 허탈하고 답답한 마음을 따끈하고 달달한 자판기 커피로 달래 본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와는 다른 방향으로 바삐 몸을 옮기는 사람들의 흐름 속, 너무나도 그 흐름에 편승하고 싶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