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9
현관문을 힘없이 열자 어둡고 탁한 공기가 스물 기어 나온다. 허기진 배가 쓰려온다. 찬장을 열어보지만 몇 개의 그릇들과 컵들뿐. 그 사이로 바퀴벌레 몇 마리가 소름 돋게 지나친다.
쾅 쾅 쾅
현관문 두드리는 소리에 너무 놀라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다.
"누.. 누구세요?"
"집주인이에요."
앵앵거리는 여자 음성이 작은 구멍조차 없는 빌어먹을 현관문 너머로 들려온다. 조심스레 두려운 마음으로 현관문을 연다. 집주인 아주머니가 팔짱을 끼고 서 있다.
"아저씨, 이번 달에도 월세 입금 안 하셨던데요. "
"아…. 죄송합니다. 조만간 입금해 드리겠습니다."
"됐고요!" 하며 나를 밀치더니 신발 신은 발로 불쑥 들어온다. 그 바람에 뒤로 밀려 부엌 싱크대에 부딪친 발뒤꿈치가 너무 아프다. 아픔과 짜증이 뒤섞여 화가 치밀어 오르는 시야에 어제 사용하고 그냥 둔 부엌칼이 들어온다. 순간 집어 들어 찌르고 감옥에나 갈까 하는 생각이 울컥 치밀어 오른다. 또다시 삐- 소리와 함께 그 목소리가 이번엔 양쪽 귀에 대고 속삭인다.
'그래! 그냥 찌르고 감옥에서 편하게 살아! 사람 찌르는 거 쉬운 일이야. 찔러. 찔러버려. 버러지 같은 인생 죽여버려. 죽어버려. 죽어버려!'
여기저기 둘러보던 주인아줌마가 돌아선다. 그리고 멍하니 서 있던 나에게 그 앵앵거리는 특유의 목소리로 "아저씨, 보증금도 얼마 안 남은 거 아시죠! 환기 좀 하시고 청소 좀 잘하세요."
"네, 다음 달에는 꼭 입금해 드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부들거리는 오른 손목을 왼손으로 꼬옥 부여잡고 서서 화장실 안을 들여다보고 있는 주인아줌마의 뒤통수를 노려보고 있다. 주인아줌마가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뱉고는 인사도 없이 나가버린다.
싱크대 위의 식칼을 내려다보고 있는 나 자신에 덜컥 겁이 나 물러나 의자에 앉는다. 신발 자국이 나 있는 장판 바닥이 마치 자존심을 짓밟힌 느낌이다. 화장실에서 걸레를 빨아 방바닥을 닦고 있는데, 되는 일도 없고 돈도 떨어져 가고 정말 그냥 감옥에나 들어갈까 하는 허탈한 자조 섞인 탄식이 절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