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단편소설
카페 블랙 아이보리에 제일 잘 나간다는 5인의 도인들이 모여 커피를 마시며 모임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서로 자신의 신통력과 도력이 제일 강하다고 언쟁 중이다.
카페 블랙 아이보리는 세상에서 가장 비싼 커피인 블랙 아이보리만을 판매하는 카페였고 또 평일 오전 시간이다 보니 손님은 그들 다섯과 옆자리의 흰 수염을 길게 기른 멋쟁이 노신사 그리고 건너편 자리의 명품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휘감은 중년의 여인 뿐이었다.
다섯 도인들은 그 중년의 여인에 대해 각자 도력과 신통력으로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맞춰보기로 한다.
첫 번째로 청담 선녀가 말문을 열었다.
“어디 보자.., 저 중후한 여인은 자수성가를 이룬 여인이여. 작은 가게에서 시작해서 큰 건물 여러 개를 가지고 있는 그런 분이지."
그러자 옆에 있던 노승처럼 보이는 이가 말하길 “아니야! 자네가 틀렸네. 저 여인은 물려받은 땅에 신도시가 들어서서 졸부가 됐을 뿐이야.”
옆에 있던 대모산 장군신이라 불리는 남자가 상체를 앞으로 쑤욱 내밀며 조용히 속삭인다. “저 여인은 대기업 회장님의 둘째 부인이라고 장군님이 그러시네.”
가만히 눈을 감고 있던 진한 화장의 날카로운 외모의 여인이 매서운 눈을 부릅뜨며 말하길.
“아닙니다. 저 여인은 보험왕을 단 한 번도 놓친 적이 없는 여인이요.”
흥미롭다는 듯 조용히 경청하던 상투를 튼 잘생긴 젊은 남자가 미소를 띠며 말한다.
“잘들 추측하셨습니다만, 아쉽게도 다들 틀리셨소이다. 저 여인은 이제 막 이혼을 하고 거액의 위자료를 받고 온 여인이요. 저 여인의 얼굴에 슬픔과 기쁨이 동시에 보이지 않소? “
젊은 남자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어디선가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옆 테이블에서 다리를 꼬고 앉아 커피를 음미하던 흰 수염의 멋쟁이 노신사가 껄껄 웃으며 그들을 바라보다가 일어서 그 여인에게 다가간다.
“여기 잠시 앉아도 괜찮을 까요?”
그 여인이 당황하며 그 흰 수염의 노신사를 쳐다본다.
흰 수염의 노신사가 의자를 쓰윽 꺼내 앉는다.
“이 커피는 제가 사겠습니다.”
“네? 왜요?” 여인이 반문한다.
그러자 부드러운 미소의 흰 수염의 노신사가 말문을 연다.
“손목에 찬 그 금장 시계는 전세 보증금으로 산 것이고, 걸쳐 입은 명품 옷과 신발은 10년을 죽어라 아끼며 부은 두 달 남은 적금을 깨서 산 것이며 테이블 위에 고이 올려둔 이 명품 백은 야간 청소일을 하며 손이 부르트도록 번 돈으로 넣던 청약적금을 깨서 산 거이고.., 지금 조금씩 아끼며 나누어 천천히 마시고 있는 이 마지막 커피 한잔은 남은 전재산으로 계산할 것 아니요?”
그 여인이 놀란 눈으로 흰 수염의 노신사를 바라본다.
“자, 이제 맘껏 그토록 마셔보고 싶었던 이 커피 한잔마저 비우고 나랑 갑시다.”
“어디를… 가죠?” 여인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어본다.
“어디긴, 그렇게 가지고 싶었던 것들도 다 가져봤고 마셔보고 싶었던 커피도 마셨으니, 얼른 저 문밖으로 나가 다시 시작해야지!”
“어르신 저는 다시 시작할 수 없습니다. 이젠 정말 끝장이 났거든요.”
“그런가? 정말 그렇게 생각하나? 그렇다면 지금이야 말로 다시 해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아닌가!”
흰 수염의 노신사가 웃는다.
“뭘 어떻게 다시 시작할 수 있지요?”
반문하는 여인에게 흰 수염의 노신사가 손을 내민다.
“자, 이제 커피 다 마셨으면 그만 갑시다!”
여인이 조용히 흰 수염의 노신사의 손에 의지해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리고 둘은 환한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는 카페 문을 열고 나간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다섯 도인들이 서로의 눈을 번갈아 마주치다가 동시에 그 여인이 앉아 있던 테이블을 바라본다.
그곳에 있던 테이블과 의자들은 온 데 간데없고 그저 아무것도 없는 텅 빈 공간만이 있을 뿐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