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전히 제 욕심, 남과의 비교 때문에 가장 사랑하고 세상에서 제일 아까운 사람인 제 신랑을 괴롭혔습니다.
그깟 다리 짧게 나오면 어떻습니까? 다리가 있는 것만 해도 감사하지요.
예쁜 옷 입으면 예뻐집니까? 마음이 예뻐야 진짜 예쁜 사람이지요.
신혼 여행지가 해외든 국내든, 가든 말든 무슨 상관입니까? 둘이 행복하려고 결혼했지, 해외여행 가서 뽐내려고 결혼한 것도 아니잖아요. 당시 어머니께서 편찮으셔 1박 2일만 여행하는데 동의해놓고서 딴소리하는 건 지금 생각해도 치사한 일 같네요. 신랑이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 말이지요.
신랑이 없었다면 신혼여행이고 나발이고 꿈도 못 꿀 일이었을 텐데요.
두 손, 두 발 있고, 마음 맞는 성실한 남자와 결혼한 것만 해도 큰 복인데 말이지요.
어딜 가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누구와 무엇을 하느냐가 훨씬 중요한데 말입니다.
다시 시간을 되돌린다면 제가 했던 말과 행동들을 모두 180도 반대로 할 겁니다.
위에서 좀 내려찍으면 어떻습니까? 사랑하는 제 남편이 부인 이쁘다고 찍어준 게 중요하지요^^
저는 가진 게 없어 가난한 사람이 아니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나를 희생해서 남을 돕는 게 선이고,
남을 희생해서 나를 돕는 게 악이라면,
저는 명백한 악인이었네요.
이런 개념들을 남편과 결혼하고 배웠습니다.
남편은 철저히 자신을 희생해서 남을 돕는 타입이거든요.
▶ 그는 지금껏 단 한 번도. 부인에게
"물 좀 떠와" "밥 차려와"라고 말한 적이 없습니다.
▶ 본인이 파김치가 되도록 일을 하고 와도, 부인 혼자 마트에 보내는 법이 없습니다. 무거운 짐은 남자가 들어야 한다면서요... (혼자 마트 가려면 몰래 가거나, 심지어 싸워야 합니다. 언제나 남편 승이지만요;;)
▶ 저보다 나이가 많음에도 늘 높임말을 씁니다.
▶ 부인이 담배를 끊으라고 한 것도 아니고, 그저 "베개에서 담배냄새가 나네요"라는 이 한마디에 20년간 피운 담배를 하루아침에 끊었습니다. (당시 맨 정신에 손가락이 6개로 보인다며 고통스러워했네요... 오죽하면 제가 다시 담배를 피우라고 말할 정도였지요.)
▶ 부모님 간병하느라 어깨가 다치고, 허리가 다치고, 발목이 나가도 쉬지 않았어요.
부인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두말없이 집을 나서고, 묵묵히 운전하고, 밤새 일도 했어요.
본인의 욕심을 위해, 이익을 위해 타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일? 이 남자에겐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