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행복하다고 느끼시나요?

by 책읽는 리나

학기 초에 아이들 학교의 총회에 갔을 때의 일이다. 교실 책상 위에 질문지 한 장이 놓여있었다. 담임선생님은 엄마들이 오기 전 아이들에게 미리 질문지를 나누어 주고 답변을 적게 하셨다. 엄마들은 아이가 뭐라고 썼는지 보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답변을 적고 아이의 것과 비교해보게 하셨다. 질문 중에 “나는 언제 행복하다고 느끼나요?” 라는 문항이 있었다. 평소에 먹을 것에 관심이 많은 아이를 떠올리며 나는 자신 있게 “맛있는 식사를 할 때”라고 적었다. 막상 종이를 돌려 아이는 뭐라고 적었는지 보았더니 답은 빈칸으로 남겨져 있었다. 집으로 돌아와 아이에게 왜 답을 적지 않았냐고 물어보았다. 아이는 대답을 잠시 망설이더니 뭐라고 적을지 몰라서라고 답을 한다. 그날 밤 아이와 언제 행복하다고 느끼는지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언제 행복하다고 느꼈는지 묻는 나의 질문에 아이는 잠시 생각해보더니 새로운 곳을 여행 갔을 때와 예전 살던 동네의 친구들과 집 만들기를 하며 놀았을 때가 행복했다고 대답했다.


아이와 대화를 나누며 나는 언제 행복하다고 느끼는지 스스로에게도 같은 질문을 해보았다. 언제 행복을 느끼는 지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가까운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시간을 보낼 때 행복한 사람도 있고 조용히 혼자 있을 때 행복한 사람도 있다. 혹은 둘 다인 경우도 있다. 또 나이가 들어가면서 행복에 대한 생각도 조금씩 변화해간다. 젊은 날은 이루고 싶은 인생의 목표와 연관된 일을 해냈을 때 뿌듯함과 행복감을 느꼈는데 나이가 들면서부터는 일상 속에서 느끼는 행복감이 더 중요해지기도 하였다. 더 나은 환경을 갖추었을 때 행복감을 느끼기도 하였다. 기숙사에서 살다가 처음으로 집을 얻었을 때 청소를 마치고 방에서 창문을 바라보며 ‘창문이 참 멀리 있구나’ 하는 생각에 행복했던 기억이 있다. 아주 작은 집이었는데도 말이다. 아이들의 예상하지 못한 말과 행동도 즐거움을 준다. 이처럼 작은 행복들이 이어지는 삶은 일상을 충만하게 해준다.



행복에 대한 담론은 인간을 어떤 존재로 규정하는가와 관련되어있다.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다르게 이상적인 방향을 향해 나아가는 존재라고 생각한다면 행복은 내적 성장과 연관성을 맺게 된다. 반면 인간도 다른 동물과 다를 바 없이 생존이 가장 기본적인 목적이며 이를 위해서 즐거운 경험을 많이 할수록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고 주장한다면 행복은 쾌의 경험과 연결이 된다.


이런 입장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쓰여진 책이 있다. 바로 서은국의 『행복의 기원』이다. 이 책은 진화심리학을 바탕으로 인간이 느끼는 행복에 대해 흥미롭게 분석해주고 있다. 책 전반에 저자의 유머 감각이 넘쳐 책장을 넘기는 게 재미있다. 남자들이 골프에 목숨을 거는 이야기, 내성적인 사람도 속으로는 어울리고 싶어한다고 든 미스 김의 사례 등을 읽으면서는 연신 웃음이 나왔다. 저자는 인간이 왜 행복감을 느끼는 것일까에 주목한다. 저자는 인간의 이성적인 면보다는 본능적이고 동물적인 면에 초점을 맞추어 행복을 '쾌' 의 경험으로 설명한다. 생존확률을 높이기 위해 쾌의 경험이 필요하게 되고, 쾌의 경험을 하게 될 때 인간은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자면 행복감이란 고차원적인 감정이 아니란 것을 알 수 있다.


즉, 인간은 행복해지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만들어진 동물이며 생존 확률을 최대화하도록 설계된 '생물학적 기계'고, 행복은 이 청사진 안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주장이다. 우리는 ‘쾌’를 느껴야만 행복감을 느끼는데, 이 쾌의 느낌에 우리가 붙이는 명칭은 상황에 따라 다르다. 기쁘다, 재미있다, 통괘하다, 즐겁다, 신난다, 좋다 등 다양한 표현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감정 모두가 쾌의 원료인 경험이고, 이들은 행복감의 가장 기초적인 재료가 된다. 이런 논리에 따르자면 왜 인간이 행복을 추구하는지 고민하기 보다는 일상에서 더 자주 행복감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행복은 '한방'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모든 쾌락은 곧 소멸되기 때문에, 한 번의 커다란 기쁨보다 작은 기쁨을 여러 번 느끼는 것이 절대적” 이며 “행복은 기쁨의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 라는 사실을 잊지 않으면서 말이다.


벤저민 프랭클린은 “행복은 어쩌다 한 번 일어나는 커다란 행운이 아니라 매일 발생하는 작은 친절이나 기쁨 속에 있다”라고 말했다. 행복으로 가는 길은 하나가 아니며 정해진 길이 있는 것도 아니다. 앞으로 일상에서 느끼는 행복들을 자주 느끼며 살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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