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성장하고픈 분들에게 보내는 초대장

by 책읽는 리나


저는 매 시기마다 조금씩 늦된 아이였습니다. 일찍 어른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저는 어른이 되는 게 항상 두려웠어요. 내게 닥친 일들을 혼자 해결해야 하고 결정해야하는 일이 자신이 없었습니다. 누군가에게 의존하고 싶었고 그 사람의 그늘 뒤에 머물러 있으면 편안하게 지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 적도 많았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청소년 시기 때는 성장통을 심하게 앓게 되었습니다. 정신과 육체의 불균형 사이에서 방황하는 시간들이 점점 늘어만 갔습니다. 그렇게 저는 어른이 되어갔습니다. 어른이 되었지만 정신은 성숙하지 못한 시간들이 이어졌습니다. 그러면서 알게 되었지요. 어른이 되었다고 저절로 성장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요.

하지만 제게 성장에 대한 욕구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제보다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은 열망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서정주 시인은 자신을 키운 것은 팔 할이 바람이라고 말했는데 저의 경우라면 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성인이 되고 나서 저를 성장시켜준 경험을 꼽으라고 한다면 고민하지 않고 아이를 키우는 일과 독서였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두 가지 경험은 서로 섞여 들어가 내적으로 저를 성장하게 해주었습니다. 결혼 전 조카를 키우는 일을 도왔던 지라 아이를 기르는 일에 대해서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아이를 낳고 길러보니 생각과는 완전히 달라서 당황하는 날이 이어졌습니다.

겨우 아이 키우기에 어느 정도 적응될 무렵, 다시 새롭게 그것도 쌍둥이 육아를 시작하게 되었을 때의 난감함과 괴로움은 잊혀지지 않습니다. 매 순간 새로운 문제에 부딪힐 때마다 마치 밤새 시험 공부한 곳에서는 전혀 나오지 않는 시험지를 받아든 기분이었습니다. 육아란 경험한 그대로 적용한다고 해서 다 해결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러면서 깨닫게 되었지요. 아이들은 모두 다르게 태어났으며 각자의 개성을 가지고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요. 이를 인정해주고 받아들이는 일이 가장 중요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저도 함께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아이의 상황을 받아들이면서 저는 과연 어릴 때 어떠했었던가 계속 되돌아보게 되었고 더 좋은 방법은 무엇이 있나 찾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습니다.

책읽기의 경험은 저를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하긴 했지만 거의 즐거움을 위한 독서였지요. 본격적으로 독서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쌍둥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나서였습니다.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책읽기였어요. 몇 년 동안 혼자서 책을 읽다가 문득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읽으면 어떨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독서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2013년에 시작한 첫 모임은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는 이름의 자아 찾기 프로그램 성격을 띠고 있었어요. 저는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좋아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리라 마음먹었습니다.

결혼과 육아라는 낯설고 새로운 옷을 입게 되면서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시작되었습니다. 독서를 하면서 나에 대해 조금씩 알아나갔습니다. 부족한 면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만큼의 마음의 여유가 생기기도 했지요. 아이와의 관계형성, 엄마라는 위치와 나의 정체성 사이에서의 갈등을 어떻게 해결해 나가는 게 좋을지 고민이 이어졌지요. 독서 모임을 하면서 내 힘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상황과 불가능한 상황을 구분할 수 있게 되었고 변화시킬 수 없는 일들에 대해서는 괴로워하거나 고민하지 말고 ‘내려놓음’의 태도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바뀌어나갈 수 있는 일에 집중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물론 모든 일이 다 성공적이지만은 않았습니다. 많은 일에서 실패하고 또 실망하며 좌절하기도 했지만 다시 힘을 내보기로 했습니다.

저는 특별히 뛰어난 사람도 아니고 대단한 성과를 낸 사람도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삶을 살아오면서 꿈꾸는 일을 멈추지 않아오고 있으며, 하고 싶은 일들을 하나씩 시도해보고 있습니다.방어적인 태도를 버리지 못했던 저는 새로운 일을 시도할 때면 항상 두려웠지요. 나를 대신해서 누군가 도와줄 거라는 생각을 하면, 자꾸만 다른 사람의 뒤로 숨고 싶을 때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두려움을 떨치고 앞으로 나서는 일도 연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서 깨달았지요. 내가 나서지 않으면, 내 삶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요. 삶의 무게를 스스로 감당하고,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는 길을 두려워하지 말자고요.

앞으로 적어나갈 글들은 성인이 된 후 경험한 성장기록의 내용으로 채워질 예정입니다. 아이를 키우고 책을 읽으며 어떤 변화를 경험했는지 적어보려고 합니다. 책을 통해 맺어진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배워나간 지혜와 깨달음에 대해 덧붙일 생각입니다. 어른이 된 후에도 사람들이 계속 꿈을 꾸며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꿈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더 실망하게 될지도 모르지만 꿈을 이루려는 과정 자체가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 줄거라고 믿습니다. 우리는 인생 내내 성장해나갑니다. 성장을 큰 관점으로 보자면 죽을 때까지 성장해나간다고 볼 수 있겠지요. 앞으로 쓸 글은 어른이 된 후에도 계속 성장하고 싶어하는 나를 위한 메시지입니다. 또한 함께 성장해나가고픈 사람들을 위한 초대장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