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결국 남은 진실은 시간이란 순리대로 살든 거꾸로 살든 되돌릴수 없다는것이다. 우리는 단지 그 인생을 살아갈뿐이다...
After all, the truth is that time is irrevocable, whether it lives according to the principle or the reverse. We just live the life...
한 해가 다르게 노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느끼는 요즘이다. 머리카락부터 발끝까지 노화의 침입을 빗겨가지 못한다.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도 마찬가지이다. 기억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져간다. 모든 인간에게 확실한 명제는 '언젠가는 죽는다' 이다. 따라서 우리는 언젠가 찾아 올 죽음을 직시하며 매순간의 삶을 살아나가야 한다. 인간은 모두 언젠가는 죽는다라는 명제는 역설적으로 인간에게 유한한 삶은 선물이며, 생을 살아가는 동안 사소한 듯 보여도 의미있는 성취를 이루어야 함을 느끼게 해준다. 그런데 만약 시간이 거꾸로 흐른다면, 육체가 늙어가는 게 아니라 나이가 들수록 젊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는 피츠 제럴드가 쓴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이다. 제목 그대로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흘러간다. 나이가 들수록 점점 젊어지는 것이다. 태어나 죽음으로 가는 것은 누구나 같지만, 벤자민은 정 반대의 시간을 살아간다. 1918년 제1차 세계 대전 말 뉴올리언즈에서 80세의 외모를 가진 벤자민 버튼이 태어나게 된다. 단추공장을 운영하던 부유한 아버지는 난산끝에 아내가 죽게 되자 상심에 빠진다. 설상가상으로 아이의 얼굴을 보고는 너무 놀란다. 아이의 얼굴은 쭈글쭈글한 80대 노인의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아버지는 양로원 계단앞에 아이를 버리고 간다. 양로원에서 일하던 흑인 여성은 벤자민을 친 아들처럼 기른다. 그렇게 벤자민은 양로원의 노인들과 함께 유년시절을 보낸다. 처음에는 걷지도 못해 휠체어에 의지해 지내던 벤자민은 시간이 지날 수록 자신이 점점 더 젊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12살의 벤자민은 양로원에 놀러온 데이지를 만나게 되고 잊지 못한다. 청년이 된 벤자민은 데이지와 만나 사랑에 빠지고 함께 지낸다. 함께 지내는 시간은 행복했지만 다가오는 비극적 결말을 생각하면 이 삶을 계속 유지할 수는 없었다. 벤자민은 외모는 계속 젊어지지만 정신은 늙어간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데이지에게 고통을 안겨주게 될 걸 알고 그녀를 떠나게 된다. 딸아이를 제대로 키워줄 수 있는 남편을 만나는 게 훨씬 나을 거라는 판단에서였다. 벤자민은 떠나고 데이지는 딸을 데리고 재혼을 한다.
결말이 굉장히 슬퍼서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여운이 오랫동안 남았다. 어린아이가 된 벤자민은 치매상태로 경찰에게 발견되고, 경찰은 벤자민을 데이지에게 데려다준다. 할머니가 된 데이지가 아기가 된 벤자민을 돌보는 모습이 감동스러웠다. 데이지가 아기인 벤자민의 손을 잡고 걸어가는 장면에서 가슴이 아려온다. 벤자민은 사랑하는 여자의 품에서 아기의 모습으로 마지막 눈을 감는다.
두 배우의 연기가 일품이다. 케이트 블란쳇의 연기도 좋고, 브래드 피트의 연기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젊은 시절과 나이든 시절에 대한 연기가 어색하지 않고 극에 자연스럽게 빠지게 만든다.
나이들수록 젊어진다는 이유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통해,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자연스레 늙어가는게 행복한 일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인생은 거꾸로 사나, 바로 사나 결국 소멸로 향해 간다. 영화를 보고 나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고, 현재에 충실하자는 익숙한 격언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