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책상 서랍 속에는
어릴 적 먹었던 것인데 어른이 되어도 계속 생각나는 맛이 있습니다. 참 별거 아닌데, 왜 그리 자꾸만 떠오르는 것일까요? 이제는 먹을 수 없는 것들이기 때문일까요. 초등학교 때 제 책상서랍 속에는 과일 모양의 젤리 과자가 깊숙하게 숨겨져 있었습니다. 이 과자의 가격은 당시로서는 가장 비싼 축에 속했습니다. 명절 때 받은 용돈이나 집에 찾아오신 친척 어른들이 준 돈을 모아야만 살 수 있는 가격이었지요. 하얀색 포장지 안에 각 색깔의 과일 젤리가 한개씩 개별 포장되어 있었습니다.
노랑, 빨강, 주황, 보라색의 여러 색깔의 젤리에 하얀 설탕이 가득 뿌려져 있었는데요. 모아놓은 돈으로 하나 를 산 후에 여러 개 먹으면 금방 없어질까봐 아까워서 책상 서랍 깊숙이 넣어두었다가 날마다 한두 개씩만 빼 먹었습니다. 혹시나 오빠가 우연히 발견하고 몽땅 먹어버릴지도 몰라 서랍을 열어도 금방 눈에 띄지 않도록 깊숙한 곳에 꼭꼭 숨겨두었습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책상에 앉아서 젤리를 하나씩 빼먹는 그 느낌은 뭐랄까요. 아깝고, 맛있고, 달콤하고, 멋진 시간들이었습니다. 젤리를 입 안에 집어넣고 최대한 천천히 음미하면서 먹다보면 하루에 안 좋았던 일들이 모두 스르르 녹아버리는 기분이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번 매거진에서는 그렇게 나만의 기억 속에 있는 맛의 이야기를 써보려고 합니다.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맛과 음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제목은 <아는 맛, 그리운 맛, 따뜻한 맛>으로 붙여보았습니다.
어린 시절 엄마가 해주셨던 음식,
엄마가 못 먹게 했지만 몰래 먹었던 것들,
독특한 음식을 즐겨먹었던 아빠의 식탁 이야기,
스무살 서울에 올라와 살면서 맛 보았던 새로운 음식들,
여행지에 가서 먹게 되는 그 지역만의 대표 음식들,
특정한 시기에만 잠깐 먹을 수 있는 제철 음식,
힘들고 지칠 때마다 생각나던 힐링 푸드,
아이들과 식탁에서 나누었던 먹거리에 대한 대화들,
자신있게 만들 수 있는 나만의 요리
에 대해 적어나갈 예정입니다.
여러 맛들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적어나가다보면 삶의 여러 조각들도 함께 길어올릴 수 있을 거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