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빙수
스무살, 서울에 올라와 처음으로 맛보았던 음식에 대한 기억은 강렬했습니다. 특히 빙수를 처음 먹어보았을 때의 그 즐거움과 놀라움이라니요.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당시의 빙수는 지금처럼 밥보다 더 비싼 가격은 아니었던지라 큰 부담없이 사먹을 정도의 가격이었습니다. 학교 앞에는 ‘선다래’라는 이름난 분식집이 있었습니다. 이 분식집은 늦봄에서 초가을까지 빙수를 팔았는데요. 저렴한 빙수 가격때문에 학생들한테 인기가 많았던 곳입니다. 빙수의 종류는 단 두 가지였는데요. 늦봄에는 딸기빙수, 여름이 되면 수박빙수를 팔았습니다. 호두가 들어간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한 스쿱 들어가있는 빙수맛에 빠져서 매일 가다시피 하였습니다. 그렇게 저는 빙수에 빠져들기 시작했습니다.
대학교 1학년 여름방학, 기숙사가 문을 닫는 동안 고향집으로 내려갔습니다. 매일 먹던 빙수를 사 먹을 수 없게 되자 애가 탔습니다. 빙수의 맛이 눈물나게 그리웠습니다. 기회만 있으면 일부러 시내에 나가 빙수를 사먹었습니다. 시내가 아닌 곳에서는 빙수를 팔던 가게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몇 년이 지나 직접 빙수를 만들어먹는 문화가 유행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마트에서는 빙수기계와 빙수용품을 팔았습니다. 처음에는 수동식 빙수기계를 샀는데 팔이 너무 아프더군요. 다시 전동식 기계를 샀습니다. 수제 빙수를 만들어먹는다고 하면 팥부터 직접 삶아서 먹어야겠지만 그 정도의 노력을 들이지는 못했지요. 매일 밤 빙수를 만들어먹다가, 어느 날부터인가는 집에서 만들어먹는 빙수는 성에 차지 않았습니다. 그 뒤로는 다시 맛있는 빙수가게를 찾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빙수가 맛있는 곳이라고 하면 시간을 내서 찾아가 맛을 봅니다. 그때 그렇게 먹어본 빙수 중에는 잊지 못할 곳들이 참 많은데요. 빙수의 맛을 결정짓는 것은 얼음의 질입니다. 요즘은 눈꽃빙수처럼 우유를 넣은 부드러운 얼음의 질을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빙수집을 찾아 다닐 정도는 아니고 그냥 가까운 곳에 주로 가는 편입니다. 그동안 가보았던 빙수집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밀탑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맛입니다. 팥이나 우유, 커피 등 단일한 재료를 바탕으로 화려하지 않는 빙수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할 합니다. 옥루몽은 특유의 놋그릇이 주는 전통적인 느낌이 듭니다. 처음 먹었을 때보다 좀 심심한 게 아닐까 싶지만 계속 먹을수록 더 단맛이 납니다. 요즘은 프랜차이즈가 아닌 지역마다 이름있는 가게들도 있습니다. 어떤 곳들은 한 시간이나 대기를 했다 먹는 곳도 있다고 하는데요. 잘 찾아보면 기다리지 않고도 먹을 수 있는 숨은 빙수가게가 있습니다. 저희 동네에서 가까운 정동 팥집이라는 빙수가게는 팥이 정말 맛있고, 부드러운 얼음이 입안에서 살살 녹습니다. 여름의 더위를 달래줄 빙수 사랑은 올해도 쭉 이어질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