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이 달콤했던 순간

초콜릿 박물관

by 책읽는 리나


돌이켜보건대 아들쌍둥이를 키우는 일은 단 한 시기도 수월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쌍둥이를 키우는 엄마들끼리 흔히 하는 말이 있지요. "언젠가는 세 돌은 온다" 라는 말이었는데요. 이 말을 마치 기도문처럼 외우고 되새기면서 하루를 보내던 기억이 납니다. 두 돌 이전까지는 아이들을 데리고 외출하는 일도 꺼렸습니다.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지요. 집안에서 매일 벌이는 만행도 만만치 않았지만 그래도 집안이니 반쯤은 포기하면 되었지요. 날마다 서로 물건을 빼앗기 위해 물어뜯거나 밀치거나 혹은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는 혈투가 벌어졌습니다. 그러다가도 집안을 어지를 때는 곧바로 협력모드로 변신합니다. 메뚜기떼들처럼 무차별적으로 장소를 이동하면서 온 집안의 살림살이를 다 꺼내어 늘어놓곤 했었지요.


그러니 쌍둥이를 데리고 여행을 떠난다는 건 엄두도 못낼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쌍둥이를 키우는 분들이 아이들이 24개월 되기 직전에 비행기 여행에 도전해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24개월 이전에는 좌석을 따로 끊지 않아도 보호자가 아이를 안고 비행기를 탈 수 있기 때문이었는데요. 저도 큰 맘 먹고 아이들과 여행을 가보기로 결심을 했습니다. 해외여행은 용기가 나지 않아 첫 여행지로 선택한 곳은 제주도였습니다. 자신이 없어 자꾸 미루다가 결국은 24개월을 며칠 넘기고 좌석을 끊어 여행을 가게 되었지요.


예상은 했지만 3박 4일동안의 여행은 힘들었습니다. 여행을 온 것인지, 극기 훈련을 온 것인지 알 수가 없을 정도로 고생은 끝이 없었는데요. 특히 비행기를 탔던 시간과 식사시간은 최고의 난이도였습니다. 처음에는 가족 모두가 앉아서 식사를 해보려고 했지만 얼마 안 가 포기했고, 결국은 돌아가면서 한 명이 나가서 아이들과 놀며 교대로 식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밥을 먹자니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알 수조차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 정신 없는 첫 여행지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곳은 서귀포에 있는 초콜릿 박물관이었습니다. 박물관 안에는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러운 초콜릿이 가득하더군요. 박물관 앞은 넓은 풀밭이 펼쳐져 있어서 아이들이 뛰어놀기에도 좋았습니다. 박물관 안에 전시되어 있는 초콜릿만 봐도 절로 달콤한 기분이 들 정도였습니다. 초콜릿을 사서 여행이 끝나는 날까지 하나씩 먹곤 했습니다. 입 안에 달콤함이 퍼져나가면 잠시지만 여행의 고단함과 피곤함을 덜어 주었지요.


그 때의 달콤한 기억때문일까요. 그 후 아이들이 커서도 제주도에 갈 때마다 초콜릿 박물관에 들렀습니다. 초콜릿을 만드는 체험을 할 수 있는데 직접 만들어 먹으니 더 맛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그때의 여행을 생각하면 힘들었던 시간만큼이나 달콤했던 초콜릿이 떠오르네요.


20150726_124521 (1).jpg 초등학교 때 다시 간 초콜릿 박물관에서의 만들기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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