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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리나 Sep 17. 2021

너무 뜨겁거나 혹은 차갑지 않게

    

 모임을 할 때 제가 사용하는 닉네임은 '리나'입니다. 일곱살에 처음 영어 학원에 갔던 아이가 "엄마, 선생님이 다음 시간까지 영어 이름을 지어오래요." 라고 해서 제가 추천해준 이름이 리나였습니다. 받침이 없는 이름이 발음하기 쉽지 않을까 해서 골랐던 이름입니다. 다음 날, 학원에 갔다온 아이는 리나 이름 대신 체리를 쓰기로 했다고 제게 알려주더군요. 그래서 저는 "그럼 리나는 내가 사용해도 돼?" 라고 물어보니 아이가 흔쾌히 그러라고 말해줍니다. 그때만 해도 제가 리나라는 닉네임을 이렇게 오랫동안 쓰게 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지요. 


   언젠가 시리가 나온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모임을 같이 하시는 분이 저를 보고 시리같다며 닉네임을 '리나시리'로 부르면 어떻겠냐고 하시더군요. 그 말에 한바탕 크게 웃은 적이 있습니다. '리나시리'란 되도록이면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모임에 임하는 저를 빗대어서 한 말이였습니다. 저도 어쩔 때는 너무 감정 표현을 안 하는 걸까 고민한 적도 있었는데요. 모임을 계속 진행하다보니 감정에 치우치는 것보다는 이를 잘 조절하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어떤 모임에서 다른 분들이 전혀 관심이 없는, 동떨어진 이야기를 항상 하시던 분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한 분이 참기가 어려웠던지 저보고 "저 분은 정말 이상한 이야기를 매번 하는데, 왜 그걸 계속 진지하게 듣고 계세요?" 라고 물으시더군요. 전 "그 분 이야기도 듣다보면 도움이 많이 되거든요" 라고 답을 했더니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을 하셨습니다. 사실 모임을 하다보면 했던 이야기를 또 물어보시는 분도 계시고, 아무 상관이 없는 이야기를 하는 분도 계십니다. 이 것 뿐일까요? 더한 경우도 많지요. 규칙을 지키지 않는 분도 계시고, 매번 모임에 늦는 분도 계시지요. 하지만 일일이 이 모든 상황때문에 속앓이를 하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습니다.    

    

  이십여개 이상의 모임을 운영하면서 지금까지 유지가 가능했던 이유는 아마도 감정 소모가 심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인생에 좋은 날도 있고 힘든 날도 있듯이,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구나 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만약  모임을 계속 유지해나가기 위한 어떤 마음의 자세가 필요하냐고 제게 묻는다면  '너무 뜨겁거나 혹은 차갑지 말아야 한다' 라고 답하고 싶습니다. 


 물론 이제 막 모임을 시작했다면 열정이 넘쳐야 모임을 끌어갈 수 있으니 초창기에는 다소 뜨거워지는 것도 필요합니다. 모임이 어느 정도의 궤도로 진행되고 있다면 온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습니다. 반면에 너무 차가워도 모임을 계속 유지하기가 쉽지 않지요. 저는 그래서 모임에 되도록이면 저랑 반대 성향의, 감정이 풍부한 분을 꼭 영입합니다. 저의 부족한 면을 채워줄 수 있는, 일종의 영혼의 파트너라고 할까요. 제가 아무래도 이성적이고 효율성을 중시하는 편이다보니 감성적이면서도 따뜻한 에너지를 불어넣어줄 수 있는 분이 옆에 있어주시면 훨씬 더 원활하게 모임을 이끌어나갈 수 있게 되더군요.  


 모임을 오래 하려면 너무 뜨거워지지도 말고, 너무 차가워지지도 말자가 제 모토입니다. 덧붙여 리더가 가져야 하는 균형감각도 중요합니다. 어느 한 쪽으로 의견이 치우쳐서도 안되며 특정한 사람과의 친분을 드러내는 것도 조심해야 합니다. 흔히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는 '친목질' 이라는 단어가 있지요. 모임이 오래 될 수록 특히 조심해야 할 사항입니다. 이런 이유로 깨지는 모임을 여러 번 보았지요. 되도록이면 누구에게도 치우치지 않아야 하고 균형감각을 갖추는 게 모임 운영자의 첫번째 덕목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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