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인류>, <당신 엄마가 당신보다 잘하는 게임>
작년 한 해 아이와의 갈등상황의 원인이 되었던 건 게임이었다. 집에 있는 시간에는 게임만 하는 아이를 보며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했었다. 그러다가 게임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보게끔 만들어준 책 두 권을 읽게 되었다. 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서는 공부를 제 일의 가치로 여겨왔고, 게임은 쓸모없는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공부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해오는지에 대해서 말하는 건 입만 아플 뿐이지만 그래도 해보자면 공부에 대한 책이 늘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각 연령대별로도 공부를 하라는 책이 있는데 20대, 30대, 40대, 50대까지도 공부를 하라는 책이 나오고, 미치도록 공부하라고 한다. 평생 공부하라는 책도 많다. 반면 미치도록 게임하라, 평생 게임하라, 죽도록 게임하라 라는 책은 뭐, 당연히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혹시 출간되어 있는데 내가 모르는 것일까?)
작년에 읽었던 책 중 게임에 대한 생각을 바꾸어 준 두 권이 있다. 한 권은 <게임 인류> 이고 한 권은 <당신 엄마가 당신보다 잘하는 게임> 이다. <게임인류>는 게임에 대한 인식을 재고할 것을 권유한다. 미래의 메타버스 시대에 게임을 통한 혁신적 콘텐츠 생산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게임에 대한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는 말을 읽다보니 잘 모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많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2021 젊은 작가상 수상작> 중 박서련의 <당신 엄마가 당신보다 잘하는 게임> 을 읽으면서도 비슷한 생각이 들었다. 게임의 세계를 전혀 알지 못하기 때문에 게임은 공포처럼 다가왔다. 애들이 공부하기 싫어서 게임을 한다라는 생각에는 몇 가지 가치판단이 담겨있다. 공부의 대척점에 있는 쓸모없는 것, 애들이나 즐기는 하류 문화라는 것인데, 그 심리의 아래에는 내가 모르는 것이라는 진실도 담겨있다. 내가 모르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고, 두려움의 대상을 배척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어른이 되어서도 게임을 하는 사람들을 게으르고 나태하게 바라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이러한 멸시와 천대 속에서도 게임을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게임은 욕망이 실현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게임에는 지속하게 만드는 메카니즘이 존재한다. 공부와는 반대로. 사실 공부도 계속 하게 만드는 메카니즘이 있기는 하나 이게 작동되려면 공부의 재미를 알 정도까지 초반부에는 무한정 참고 견뎌야만 가능하다. 그러니 이미 공부와 게임은 비교 할 수가 없다. 또한 게임 속 모든 피드백은 즉각적이고, 내 편에 서서 나를 응원하는 메시지로 읽힌다. 부정적인 피드백에도 애정이 담겨있다고 느낄 정도이다. 공부는 부정적인 피드백이 많다. 만점이 아닌 학생은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게 된다.
게임을 무작정 좋게만 볼 생각은 없다. 몰랐던 부분에 대해 알게 된 것도 존재한다. 게임에 중독되지 않느냐는 말에 게임을 좋아하지만 하고 싶은 일이 많기 때문에 다양한 욕구를 게임으로 다 채울 필요가 없다라는 말을 계속 생각해보게 된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가면 다양한 욕구가 생겨날 수 있겠지만, 완전히 빠져있는 상황에서는 게임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나만해도 예전에 포커를 처음 배웠을 때 자동차 번호판만 봐도 나도 모르게 저건 풀 하우스군, 투페어 이구나 하곤 했다. 누구나 다 겪는 과정일거라 생각해보며 조금은 더 기다려보아야겠다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