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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리나 Oct 12. 2020

초고와 잘 이별하는 법

퇴고를 두려워하지 말자



 고백컨대, 나는 글을 잘 쓰는 사람은 타고났다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글은 연습을 한다고 한들 나아지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믿었다. 그런데 올 한해 퇴고를 거듭 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글을 고칠 수록 나아진다는 말의 의미를 깨닫게 된 것이다. 진화적으로 보더라도 인간에게 읽고 쓰는 유전자는 저장되어 있지 않다. 수렵시대의 인류에게 읽고 쓰는 능력은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인류의 읽고 쓰는 능력은 순전히 환경적 요인에 의해 습득되었다. 그러니 글쓰기는 연습하면 할수록 는다는 말은 틀린 말이 아니다.


 퇴고를 하는 일은 항상 두려웠다. 완성된 글을 쓰기 위해서는 퇴고를 여러 번 거쳐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쓴 글을 다시 읽는다는 게 힘들었다. 내게 퇴고란 힘들고 하기 싫은 작업이었다. 한 번 쓴 글을 고치려면 초고를 쓸 때보다 몇 배나 어려웠다. 잘 썼다고 생각되지 않는 글을 다시 읽어가면서 고치는 일은 수고로움을 동반하기 때문이었다. 처음 쓴 글은 읽어보면 엉망으로 느껴졌다. 아무리 고쳐도 계속 단점이 두드러져 보였다. 고치면 고칠수록 글이 더 형편없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초고를 쓰는 일은 편하고 즐겁지만 퇴고를 하는 일은 지루하였다. 마치 요리를 한 후 먹을 때까지는 즐거웠는데 배는 부른데 싱크대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설거지 감을 보며 도망가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과 비슷했다.


 그러다가 작년에 원고 두 편을 계약하게 되었다. 호기롭게도 몇 달안에 원고를 마무리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지만 의도하지 않게 여러 이유로 글을 완성하는 시간은 계속 늦추어졌다. 마감일을 넘겨 겨우 완성한 초고를 보낸 뒤 수정안을 받았다. 그러면서 올 한 해는 글을 고치는 일만 하면서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퇴고를 하면서 깨닫게 되는 게 많았다. 나는 글을 고치는 일보다는 어떤 글을 쓸까 고민하는 걸 더 즐겨한다. 어떤 글을 쓰고 싶다 라는 생각을 하면 엔돌핀이 돌기 시작한다. 반면 글을 고치는 일은 피하고 싶은 일이어서 누가 대신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곤 했다. 어쩔 수 없이 퇴고를 해야만 하게 되자 그동안 알지 못했던 사실을 알게 되었다. 최재천 교수의 글쓰기에 대한 영상을 보다가 글을 50번 이상 고친다는 말을 받고 자극을 받게 되었다. 그동안 고친다고 고친 횟수는 10번도 넘지 못했는데 글은 계속 해서 여러 번 고쳐야 함을 깨닫게 되었다.


 글의 완성도는 퇴고를 얼마나 많이 하느냐에 달려있다. 처음 쓴 글이 잘 쓰기기까지 했을 리는 만무하다. 당연히 고칠 것 투성이다. 완성도 있는 글을 쓰기 위해서는 퇴고를 계속 하는 방법 외에는 없다. 고쳤는데도 글이 형편없어 보이는 이유는 아직 덜 고쳤기 때문이다. 글쓰기는 퇴고를 통해 완성된다는 사실을 기쁘게 받아들여야하고, 퇴고의 과정은 내 글이 좀 더 나아지는 단계를 거쳐가는 길임을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이렇게 생각하니 퇴고가 그리 두려워지지 않게 되었다. 퇴고란 좋은 글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앞에서도 살펴보았듯이 자신의 글쓰기가 가지고 있는 단점을 파악하고, 이를 수정 보완하는 시간이다. 각자의 문제점을 스스로 인식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이를 퇴고를 통해 다듬어나가야 한다. 퇴고를 하는 자기 만의 룰을 만드는 방법도 좋다. '묵혔다가 읽기'를 하게 되면 다른 사람의 글을 보듯이 나의 글을 바라볼 수 있는 효과가 있다. 


『나의 글로 세상을 1밀리미터라도 바꿀 수 있다면』 에서 저자는 "심지어 마감일이 지났다 해도 우리는 잠시 멈추고 점심을 먹거나 거리를 산책하러 나가야 한다. 그래야 맑아진 머리로 돌아와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글을 읽을 수 있다. 마침내 우리는 '그냥 빨리 끝내버리고 싶다'는 충동에 저항하는 법을 배운다. 경험에 비춰봤을 때, 글은 보통 길수록 오래 묵히는 게 좋다." 라고 말한다. 보고 또 보려면 약간의 간격을 두고 다시 읽는 게 효과적이다. 밤에 쓴 글이라면 아침에 퇴고를 하고, 오늘 쓴 글은 며칠 두었다가 다시 읽으면 고칠 게 더 잘 보이기도 한다.


 글을 고칠 때는 '소리 내어 읽는' 게 좋다. 자연스러운 문장임을 느끼려면 소리내어 읽는 것이 한 방법이다.  소리 내어 읽으면서 자연스럽지 않고 걸리는 부분이 있으면 고친다. 고치면서 신경써야 할 부분은 문장의 매끄러움과 반복되는 단어의 삭제이다. 단어를 반복해서 쓴 경우와 비슷한 문장을 반복한 경우이다. 세 번 정도 소리내어 읽기를 반복하다보면 어느 정도 문장이 고쳐지게 된다. 이 과정을 거쳐도 잘 걸러지지 않은 단어를 고치기 위해서는 '출력해서 수정하기'를 한다. 출력해서 문장을 읽으면 화면에서 수정하는 것보다 오탈자가 훨씬 더 눈에 잘 들어온다. 좋은 글에 대한 생각은 개인마다 각자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부분도 존재한다. 좋은 글이란 여러번 고친 글이다. 퇴고를 두려워하지 말고, 글을 계속 고쳐나가면 갈수록 글은 확실히 더 나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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