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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리나 Oct 14. 2020

나의 코로나 3월

코로나 이후, 우리의 삶은 어떻게 변화할까?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혼자 계시는 친정엄마께 안부 전화를 자주 드리게 된다. 내가 통화하는 소리를 듣더니 아이가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겠다면서 전화를 바꿔달라고 한다. 아이는 인사를 드리면서 주일마다 미사를 가시는데 요즘은 어떻게 하시냐고 여쭤본다. 엄마는 성당에 가서 미사를 드리지 않고 생중계하는 미사를 방송으로 틀어놓고 집에서 참여한다고 하셨다.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이후 일상에 여러 변화가 생겼다. 아이가 다니는 학원은 온라인 화상 수업을 시작했다. 반 아이들과 선생님이 영상 회의가 가능한 프로그램을 통해 동시에 접속해서 수업을 진행했다. 처음으로 영상 수업을 하게 된 아이는 시작할 무렵에는 긴장하는 기색이었지만 얼마 안 가 금방 적응했다. 나는 사람들과 만나서 하던 스터디나 모임을 취소했고, 격일로 가던 운동을 홈 트레이닝 방식으로 대체했다.     



 그 즈음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감동적인 기사를 몇 편 읽었다. 어느 장애인분이 파출소에 마스크를 기부한 사연도 있었고, 베트남분이 돈과 함께 기부한 편지의 내용도 있었다. 어떤 지역에서는 마스크를 만드는 자원봉사를 모았는데 여기에 자원한 분들이 함께 체육관에서 모여 마스크를 만들었다. 마스크를 기부한 분의 편지에는 부자들만 하는 게 기부라고 생각했는데 자신도 도움이 되고 싶어서 용기를 낸다면서 너무 작아서 죄송하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기부란 꼭 많은 돈을 해야 하는 것만은 아니며 작은 정성을 모은다면 공동체에 힘을 주는 영향력을 미치게 된다. 바이러스가 퍼지는 건 막아야 하지만 나눔의 마음이 확산하는 건 환영할 일이다.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것을 막아야 하는 상황에서 면대면으로 하던 일을 최대한 줄이게 되었다. 불편하고 쉽지 않은 일이었다. 게다가 많은 사람의 경제적 손실과 피해가 발생하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위기 상황을 막는다는 더 큰 목적이 있기 때문에 불편함을 감수하고 모두가  ‘잠시 멈춤’의 상황에 참여하였다. 아날로그적 인간인지라 최근까지도 접속보다는 접촉의 삶을 선호해 왔다. 면대면을 하지 않고 여러 일을 진행하다 보니 그동안 사람들을 만나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나눈 게 얼마나 소중한 경험이었는지 깨닫게 된다.  



근접 접촉 없이 소통하는 방식이 계속 확대되고 중심이 되면 우리 사회는 어떻게 변화할까? 형식적이고 불필요한 대면 접촉들이 없어져서 좋다는 의견도 있다. 반면 직접 만나지 않고 진행되는 비대면 방식은 사람들을 단절시키고 고립시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빠지게 한다. 직접 만나지 않으니 상호 간에 연결성이 높지 않다고 느끼는 이들도 많다. 그동안 비접촉 방식은 대면을 보완하는 정도의 교류 방식이었고 사람들은 접촉을 통해 친밀감을 느껴 왔기 때문이다. 인간은 여전히 사회적 동물이며, 서로 간의 협력을 기반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선택의 차원이었던 간접적인 대면 방식이 일상화되면서 미래의 생활방식이 일찍 앞당겨졌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안전함과 편리함의 이면에서 느끼는 사람들의 단절감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고민해 봐야한다. 우리는 지금 변화와 적응의 갈림길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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