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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리나 Nov 12. 2020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모임

정체성 찾기 프로젝트 모임을 시작하다  



‘나찾여’모임_ 나를 찾아 여행을 떠나다


결혼 후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새롭게 부여된 엄마라는 역할에 대한 적응은 시간이 가도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았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다 그런걸까, 아니면 나만 이렇게 힘든걸까 고민이 깊어져갔습니다.점점 사람들로부터 고립되어간다는 느낌이 외롭기도 했습니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무엇이 문제인걸까?' 매일 고민에 빠졌는데요. 그러다가 문득 혼자서 답을 찾기보다 비슷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어떨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쌍둥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난 후 고민 끝에 당시 활동하던 온라인 카페에 모집글을 올렸습니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생각해보고 찾아나가는 시간을 가지자는 취지의 자기 치유 모임을 만들었습니다.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는 모임은 2013년에 처음 시작했는데요. 일종의 자아 찾기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저는 어떤 사람이며, 무엇을 좋아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고민을 나누어보기로 했습니다. 아무도 신청하지 않으면 어떡하지 라는 걱정과 달리 10여명의 사람들이 신청을 해주었는데요. 그렇게 '나찾여' 모임은 시작되었습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시작된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모임을 통해서 나의 진짜 모습을 찾아가고 삶의 새로운 방향을 찾고 싶었습니다. 그 시절, 저는 왜 그렇게 자아 찾기에 매달렸을까요? 아마도 누군가에 의해 부여된 역할이 제 모습처럼 느껴지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이 모임을 통해 제 자신에 대해 조금씩 파악해나갈 수 있었고, 부족한 면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마음의 여유가 생겼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사람들과의 모임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었지요.


전문적인 심리치유 프로그램을 배운 것은 아니라서 주로 심리학책을 읽으면서 스스로 자아탐색 문항을 만들고 답을 하는 방식으로 운영을 했습니다. 여러 심리학책들에 나온 문항들을 모두 모아 주제별로 질문들을 정해서 함께 적어보는 활동을 했는데요. 예를 들면, 인생 성장 그래프를 그리고, 자신의 욕구와 지향성을 적어보았습니다. 또한 성격과 정체성을 파악하기 위해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적어본다거나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생의 핵심 가치를 찾아보는 활동도 하였습니다. 지금 내가 맺고 있는 관계에서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되는지 도형을 그려보기도 하였고, 앞으로의 꿈을 그려보는 보드 판을 만들어보기도 하였습니다. 이처럼 매주 주제를 정해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답을 할 수 있도록 문항을 정리하여 카페에 올렸는데요. 회원들은 각자 답을 써서 모임 전날까지 카페에 올리게 한 후, 모임에서 만나 자신이 쓴 글을 발표하였습니다. 그 때 쓰거나 그렸던 그림들을 지금 보면 얼마나 절실하였는지 당시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매주 나를 들여다보는 활동은 새롭고 신기했습니다. 그러면서 내 주변의 모든 것들은 서로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요. 딜레마에 빠져 허우적대던 그 시절, 모임을 통해 내 문제를 분명하게 직시할 수 있었습니다. 새로운 관계에서 생겨난 딜레마들은 대체로 관계에서 생겨난 문제들이었습니다. 아이와의 관계를 어떻게 형성할 것인지, 그리고 엄마라는 새로운 정체성에 어떻게 적응해나갈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모임을 마무리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결국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는 주체는 자기 자신이어야 한다는 것이었지요. 이 과정에서 내 힘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상황과 불가능한 상황을 구분할 수 있게 된 것도 큰 소득 중 하나였습니다. 변화시킬 수 없는 일들에 대해서는 괴로워하거나 고민하지 않고 ‘내려놓음’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변화해나갈 수 있는 일들은 계획을 세우고 조금씩 실행해나가기로 결심하였습니다. 그러자 서서히 마음이 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나찾여’ 모임의 사소하지만 나름대로 중요한 운영 노하우


“심리치유모임은 아무래도 개인의 사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보니 모임에서 들은 이야기를 절대로 다른 곳에 하지 않는다가 원칙이었어요. 그렇지 않으면 서로간의 신뢰를 가지기가 어려우니까요. 그 날 들었던 이야기는 모임 안에서만 서로 공유하고 나오는 순간에는 잊어버리기로 서로 의견을 모았어요.”





나의 중심 키워드를 찾아 마인드 맵을 그려보고 발표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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