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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리나 Oct 21. 2020

내 글은 왜 이리 형편없죠?

'내 글 구려병' 이기는 방법 



"나는 이런 글을 도대체 왜 쓰고 있는거지?" 


요즘 부쩍 ‘글쓰기가 점점 나아지고 있는 것 맞아?’ 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매일 글을 쓰기 시작한지 3년이 훌쩍 넘었으니 매번 이런 의문이 들지 않을 수가 없다. 글을 쓰다가도 '이거 남들도 다 아는 이야기인데, 너무 식상한 내용인 것 아닐까? 나는 도대체 이런 글을 왜 쓰고 있는거지?' 하는 고민에 빠질 때가 있다.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는 내 글이 형편없어보이는, '내 글 구려병'의 시초는 이렇게 찾아온다. 내가 쓰고 있는 글에 대한 확신이 없어지면 어떻게 해야할까?


글쓰기를 편의상 나누자면 논리적 글쓰기와 문학적 글쓰기로 나눌 수 있다. 문학적 글쓰기의 재능이 없는 편인 나는 논리적 글쓰기를 주로 써왔다. 그래서 너무 딱딱하고 건조한 글을 쓰는 게 아닐까 여러 번 고민에 빠지기도 하였다. 없는 것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편이고 자료를 분석하고 이를 내 식으로 풀어내기를 좋아한다. 관찰과 경험이 들어가지 않는 건 아니지만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는 않다. 어느 정도의 원재료가 있어야만 글이 나온다. 분석과 해석을 하는 게 익숙하고, 있는 그대로를 군더더기 없이 빼지도 더하지도 않고 적는 것을 선호한다. 그러다보니 문학적 글쓰기와는 점점 더 멀어진다. 아니, 애초에 재능이 없는 편에 가깝다. 문학적 글쓰기란 허구의 세계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직접 경험한 일이 원재료일 수 있고, 누군가에게서 들은 이야기도 소재가 된다. 하지만 사실 그대로 쓰는 게 아니라 가공해서 다시 재창조해내야한다.


모든 사람이 동일한 글쓰기를 하는 게 아니다. 각자 잘 쓸 수 있는 분야나 스타일이 있으며 당연히 그 반대의 경우도 존재한다. 그러니 내가 잘 쓸 수 있는 글이 무엇이고, 내 글의 장점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는 게 중요하다. 못 쓰는 글의 종류나 단점에 대해서도 알고 있어야 한다. 내가 가장 못하는 건 대상이나 사건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이다. 무언가를 자세히 묘사하겠다고 생각하면 시작 전부터 견디기가 힘들다. 상세하게 무언가를 설명한다는 사실이 부담으로 다가와 견딜 수 없게 된다. 서사물에서는 결말을 절대로 빨리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당연하지 않는가. 그럼 끝까지 읽고 싶은 동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성격상 나는 결론을 빨리 이야기 꺼내는 게 마음이 편하다. 이러니 문학적 글쓰기는 성향에 맞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이 쓸 수 있는 글이 있다.


글을 잘 쓰겠다고 생각했으면 제일 먼저 할 일은 내가 잘 쓸 수 있는 내용이나 스타일을 정립해나가야 한다. 오랫동안 공을 들여 이를 연습해나가는 게 필요하다. 최근 개인의 일상과 감성이 중요하게 부각되며 ‘나’가 드러나는 1인칭 글쓰기가 대세이지만 나는 1인칭과 3인칭을 적절하게 써나가는 방법을 연습 중이다. 중간을 연결하는 매개체는 바로 책이다. 예를 들면 실제 내가 겪는 어려움이나 심리적 상태를 관련된 책과 연결해서 내용을 정리하는 방식이다. 그리 신선한 방식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방식이기는 하다. 글을 쓰면서 관련된 책을 소개하고 내용을 연결해서 쓰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이 쓸 수 있는 글의 스타일이 있다. 이를 계속 연습해나간다면 고유한 나만의 세계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나는 내 글을 사랑하는 첫 번째 독자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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