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읽는 리나 Nov 13. 2020

내게 남은 시간을 알게 된다면

폴 칼라니티의 『숨결이 바람 될 때』



 올 봄에 운전을 하며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었습니다. 마침 봄꽃들이 화사한 색을 뽐내며 피어 봄날의 경치를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창밖 풍경을 감탄하며 바라보다가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내가 세상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아도 저 밖의 풍경은 변함없이 이어지겠지.' 그 순간 가슴이 먹먹해져 왔습니다. 작년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후에는 죽음에 대한 생각을 가끔 해보곤 합니다. 평소에 우리는 죽음을 생각하고 준비하는 시간을 충분히 갖지 못합니다. 문화적으로도 죽음을 입에 담는 것을 금기시하지요. 하지만 인간은 누구나 노화되는 과정을 거쳐 쇠락해 갑니다. 누구도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은 우리로 하여금 살아있는 동안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이며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합니다.


 특별한 무언가를 더 하기보다는 하루하루의 삶을 충실히 살아가고 싶은 마음입니다. 삶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일에도 심사숙고하게 됩니다. 말기환자를 돌보는 간호사가 임종이 가까워진 환자들에게 삶을 되돌아볼 때 가장 후회되는 일이 무엇인지 물었을 때 환자 대부분은 ‘하지 못한 일’을 후회했다고 합니다. 언젠가부터인가 죽기 전에 꼭 해야 하는 소원목록인 버킷리스트(The Bucket List)를 적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숨결이 바람될 때 



 폴 칼라니티의 『숨결이 바람 될 때』는 남아있는 시간들이 더없이 소중하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주는 책입니다. 이 책은 36살의 유능한 신경외과였던 폴 칼라니티가 폐암말기 진단을 받으며 투병을 하게 된 과정을 담담하게 적은 책입니다.  암은 여전히 인류의 주요 사망 원인 중 하나입니다. 매년 1200만 명이 암 진단을 받으며 760만 명이 암으로 사망한다고 합니다. 국제 암 억제 연합은 매년 2월 4일을 세계 암의 날로 정했습니다.

저자는 투병생활을 하면서 의사였을 때 환자에게 했던 말들을 이제 환자가 되어 다시 곱씹어 봅니다. 인간은 모두 죽는다는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게 해주는 이 책은 죽음을 앞 둔 삶에 대한 성찰과 치열함을 느끼게 해줍니다. 역설적으로 인간에게 유한한 삶은 선물이며, 생을 살아가는 동안 사소한 듯 보여도 의미 있는 성취를 이루어야 함을 깨닫게 됩니다.


 그는 폐암4기 진단을 받은 후 언제 죽을지 정확히 알 수 없다면 남은 삶을 계속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수술실로 복귀하여 엄청난 업무량을 소화합니다. 폴은 아내와 합의를 통해 어려운 결정을 합니다. 그건 아기를 낳기로 결심을 하는 것인데요. 아내 루시는 임신에 성공하지만 그는 레지던트 수료를 앞두고 암이 급속도로 악화되어 의사의 길을 포기합니다. 딸 케이디가 태어난 지 8개월 후 그는 소생 치료를 거부하고 맑은 정신으로 사랑하는 가족들 품에서 숨을 거둡니다. 


 폴은 앞으로 자라날 아이에게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남깁니다. “네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무슨 일을 했는지, 세상에 어떤 의미 있는 일을 했는지 설명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바라건대 네가 죽어가는 아빠의 나날을 충만한 기쁨으로 채워줬음을 빼놓지 말았으면 좋겠구나. 아빠가 평생 느껴보지 못한 기쁨이었고, 그로 인해 아빠는 이제 더 많은 것을 바라지 않고 만족하며 편히 쉴 수 있게” 되었음을 전합니다.


저자는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인지 알게 된다면 앞으로 할 일이 명백해질 거라고 말합니다. 석 달이 남았다면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1년이 남았다면 책을 쓸 것이며, 10년이 남았다면 의사로서의 삶을 살겠다고 말합니다. 만약 여러분은 이와 같은 질문을 받는다면 어떻게 답을 하실 건가요?


이 책을 읽으며 제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고 생각되면 무엇을 해야 할까 진지하게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제 자신과 관련한 일들을 정리하는 데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살아오면서 들려주고 싶거나 남기고 싶은 이야기들을 정리해 아이들에게 남겨주고 싶습니다. 그리고도 남은 시간이 있다면 아직 읽지 못해 마음에 걸리는 책만 읽어보려고 합니다.


◆책의 한 구절


내게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알기만 하면 앞으로 할 일은 명백해진다. 만약 석 달이 남았다면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것이다. 1년이라면 책을 쓸 것이다. 10년이라면 사람들의 질병을 치료하는 삶으로 복귀할 것이다. 우리는 한 번에 하루씩 살 수 있을 뿐이라는 진리도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 하루를 가지고 난 대체 뭘 해야 할까? p. 193


◆한 줄 평


삶에 대한 성찰과 치열함을 느끼게 해준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