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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리나 Nov 14. 2020

멍때리기 대회를 아시나요?

<딴 생각의 힘> 


  멍때리기 대회가 있다는 걸 아시나요?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아직 열리지 못했지만 2014년 이후 매년 멍때리기 대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멍때리기 대회는 2014년 처음 기획되어 진행되어 왔는데요. 2014년 10월 27일 서울시청 앞에서 처음 열렸습니다. 멍때리기란 아무런 생각없이 멍하니 앉아있어야 하는 대회인데 의외로 규칙은 간단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상태를 오래 유지해야 합니다. 심박 측정기를 지닌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서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심사 위원은 참가자의 심박수를 재고 안정적인 심박 그래프를 보인 참가자를 대회 수상자로 꼽았습니다. 


제1회 멍때리기 대회



 저도 멍 때리기를 잘 하는 편이지만 대회에 나갈 정도일까 생각해보면 그 정도는 아닙니다. 학창시절에 ‘멍하게 있을 때가 많고, 해찰이 심하다’라는 평가를 받곤 했습니다. '해찰'이란 단어는 찾아보니 '마음에 썩 들지 아니하여 물건을 부질없이 이것저것 집적거려 해치다' 라는 뜻입니다. 멍하게 있는 것과 해찰이 심하다 라는 표현은 어떻게 보면 상반된 특성으로 보이는데 어떻게 이 두 가지 특성이 함께 공존했을까요? 지금 생각해보면 해찰을 못하게 되는 장소에서는 멍하게 있기를 선택했던 게 아닐까 싶어요. 가만히 앉아있는 걸 힘들어했던 저는 움직이면 안 되는 장소에서는(수업, 성당의 미사, 애국조회 등) 주로 공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어제 보았던 만화나 책의 뒷부분을 내 마음대로 이야기를 연결해 이어나가기도 해봅니다. 생각의 나래를 펼치다보면 재미있는 아이디어들이 떠오릅니다.


 현대인들이 멍때리는 시간이 줄어든 데에는 휴대폰의 영향이 가장 큰 게 아닐까 싶습니다. 뇌가 건강하기 위해서는 휴식시간이 필요한데 이 시간에도 스마트폰을 보다보면 뇌가 쉴 시간이 점점 부족해지 않을까요? 그래서 현대인에게 특히 필요한 건 집중할 때와 멍 때릴 때를 자유롭게 조절해가면서 오고가는 게 중요합니다. 집중을 하려면 멍 때리는 시간이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딴생각의 힘 


 마이클 코벌리스의 『딴 생각의 힘』 은 집중강박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멍때림'과 '딴 생각'의 힘을 알려주고 있는 책입니다. 저자는 매 시간 집중을 할 수는 없으며 멍하게 있는 시간이 쓸데 없는 시간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멍때리거나 딴생각을 하는 시간은 창조의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인간은 원래 집중만 하며 살아갈 수 없도록 만들어졌습니다. 집중력은 당연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나만의 생각이란 집중력만 있다고 해서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다양한 생각의 갈래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연결고리들이 이어져나가는 사이에서 나올 수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왜 인간은 멍 때리기를 하거나 딴생각을 하게 될까요? 그건 바로 기억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기억은 불완전합니다. 기억이 형편없는 이유는 기억이란 애초에 과거를 충실히 기록하기 위해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반대로 우리가 이야기를 구성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공급해주는 쪽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실제 모습 대신 원하는 모습을 만들어내기 위해 기억을 선택하고 수정합니다.


 멍때리거나 딴 생각을 하고 밤에 꿈을 꾸는 이유 중 한가지는 과거에 대한 기억을 강화하여 미래의 사건을 머릿속에 그려보기 위해서입니다. 이러한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정신의 여정은 결국 인생이라는 풍성한 직물을 이루게 됩니다. 우리는 인생에서 일어난 많은 일들을 잊어버리지만 또 제법 많은 부분을 기억하기도 합니다. 게다가 우리는 집중하지 않을 때에 타인의 마음을 알아차리게 됩니다. 우리 뇌는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려고 할 때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를 활성화시킵니다. 그러니 불쑥 찾아오는 멍 때리기의 시간을 마음 편하게 즐겨보면 어떨까요?


◆책의 한 구절


 인간은 방랑상태와 집중상태를 왔다갔다하도록 프로그램되어 있고, 인간의 정신은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방랑하도록 만들어졌다. 복잡한 세계에 적응해나가는 과정에서 우리의 뇌는 '지금 여기'의 테두리를 벗어나 과거의 실수를 곱씹고 미래의 가능성을 고려하며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릴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멍때리기는 창의력의 원천이자 혁신의 불꽃으로서 장기적으로 우리의 행복감을 높여준다. 다행스럽게도 이제는 교육계에서도 사실과 수치를 단순암기시키는 방식에서 벗어나 창의력과 문제해결 능력의 가치를 인정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p. 27


◆한 줄 평


인간다움을 만들어내는 멍 때리기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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